듀레이션(Duration) 쉽게 이해하기
금리가 오르면 어느 쪽이 더 흔들릴까?
같은 1000만 원인데, 받는 시점이 운명을 가릅니다.
듀레이션은 현금흐름을 돌려받는 시점을 현재가치로 가중평균한 시간이자, 금리가 1%p 변할 때 가격이 몇 % 흔들리는지를 재는 민감도입니다. 듀레이션 5년 채권은 금리 1%p 상승 시 약 5% 하락합니다. 현금이 먼 미래에 몰린 성장주일수록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딱 한 번 버는 치킨집: 받는 시점이 흔들림을 정한다
두 가게 모두 딱 한 번, 1000만 원을 법니다. 김씨 치킨집은 1년 뒤, 박씨 치킨집은 10년 뒤에 받습니다. 미래의 돈은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비교됩니다. 금리(할인율)가 5%일 때, 김씨의 1000만 원은 1000 ÷ 1.05 = 952만, 박씨는 1000 ÷ 1.0510 = 614만 원어치입니다.
이제 금리가 7%로 오릅니다. 두 가게의 현재가치가 이렇게 깎입니다.
| 금리 | 김씨 (1년 뒤 수령) | 박씨 (10년 뒤 수령) |
|---|---|---|
| 5% | 952만 원 | 614만 원 |
| 7% (+2%p) | 935만 원 | 508만 원 |
| 변동률 | -1.8% | -17.2% |
자체 계산 (1000 ÷ (1+금리)^연수). 같은 1000만 원인데 받는 시점이 멀수록 같은 금리 변화에 더 크게 깎입니다.
같은 2%p 금리 상승인데 박씨가 약 9배 더 빠졌습니다. 금리 1%p만(5→6%) 따져도 김씨는 약 -1%, 박씨는 약 -9%입니다. 받는 시점이 1년이면 1%p당 약 1%, 10년이면 약 9~10% 흔들립니다.
출처: 자체 계산 (5%→7%, 1000만 원 단일 현금흐름)
여기서 듀레이션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돈 받는 시점(1년 / 10년)이 곧 금리 1%p당 흔들림 배수(약 1% / 약 10%)입니다. 이 받는 시점 = 흔들림 배수가 듀레이션입니다.
매년 버는 치킨집: 듀레이션은 '현재가치 가중 평균 시점'
실제 가게는 딱 한 번이 아니라 매년 법니다. 그러면 받는 시점이 여러 개라, 하나의 '평균 시점'으로 묶어야 합니다. 두 가게가 3년간 매년 돈을 벌고, 금리는 10%라고 해봅시다. 각 해의 현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뒤, 그 현재가치의 비중으로 받는 시점을 무게 달아 평균냅니다.
| 받는 시점 | 김씨 (고르게 번다) | 박씨 (미래로 쏠린다) |
|---|---|---|
| 1년 뒤 | 100 → 현재가치 90.9 | 10 → 현재가치 9.1 |
| 2년 뒤 | 100 → 현재가치 82.6 | 30 → 현재가치 24.8 |
| 3년 뒤 | 100 → 현재가치 75.1 | 200 → 현재가치 150.3 |
| 듀레이션 (현재가치 가중 평균 시점) | 1.94년 | 2.77년 |
자체 계산 (금리 10%). 듀레이션 = Σ(받는 시점 × 그 현금의 현재가치 비중).
김씨는 매년 똑같이 100을 버는데도 듀레이션이 한가운데인 2년보다 앞당겨진 1.94년입니다. 가까운 돈의 현재가치가 더 커서, 무게가 앞쪽에 실리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현금이 3년차에 쏠려 2.77년으로 깁니다. 현금이 미래로 쏠릴수록 듀레이션이 길어집니다.
영원히 자라는 성장 치킨집: 1/(r−g)의 정체
성장 가게는 매년 조금씩 더 법니다. 2층처럼 모든 해의 현금을 펼쳐 무게를 달면 되지만, 성장이 영원히 이어진다면 현금흐름이 무한히 많아 손으로 못 셉니다. 그래서 "매년 똑같은 비율 g로 영원히 자란다"는 가정을 넣어 등비급수로 압축하면, 듀레이션이 1/(r−g)이라는 한 줄로 줄어듭니다.
요구수익률(할인율) r을 10%로 두고, 성장률 g를 키워봅니다.
| 성장률 g | 듀레이션 = 1/(r−g) | 금리 +1%p 변동 |
|---|---|---|
| 5% | 20년 | 약 -20% |
| 8% | 50년 | 약 -50% |
| 9.5% | 200년 | 약 -200% (비현실) |
| 10% (= r) | 무한대 | 정의 불가 |
자체 계산 (r = 10%). g가 r에 가까워질수록 듀레이션이 폭발합니다.
직관은 이렇습니다. 미래의 돈은 매년 g로 커지면서 동시에 r로 깎입니다. 순효과는 (r−g)입니다. g가 r에 가까워질수록 미래의 돈이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아, 무게중심이 한없이 뒤로 밀리며 폭발합니다. g가 r과 같아지면 분모가 0이 되어 무한대가 됩니다.
1/(r−g)은 '영원히 일정한 속도로 자란다'는 가정의 산물입니다. g 9.5%에서 듀레이션 200년 같은 비현실적 숫자가 나오는 것은, 공식이 정답을 준 게 아니라 깨졌다는 신호입니다. 현실의 성장주는 성장이 언젠가 꺾이는데, 높은 g를 영원히 적용하니 부풀려지는 것입니다.
⚠️ 주의: g가 r에 가까울수록 1/(r−g)은 폭발합니다. 듀레이션 200년 같은 비현실적 숫자는 공식이 깨졌다는 신호이지, 그 종목이 정말 200년짜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방금 계산한 게 듀레이션이다
치킨집 세 곳에서 한 계산이 전부 듀레이션입니다. 1층은 한 현금의 받는 시점, 2층은 여러 현금의 현재가치 가중 평균 시점, 3층은 그 영구 버전이었습니다.
💡 핵심: 듀레이션(Duration, 평균 회수 기간)은 현금흐름을 돌려받는 시점을, 각 현금의 현재가치 비중으로 가중평균한 시간(연 단위)입니다. 2층에서 손으로 계산한 1.94년·2.77년이 바로 그 값입니다.
출처: Wikipedia, Duration (finance). 더 이른 시점에 큰 돈을 받을수록 듀레이션은 짧아지고, 돈이 먼 미래에 몰릴수록 길어집니다.
두 얼굴: 시간이자 민감도
듀레이션은 같은 숫자가 두 가지로 읽힙니다.
- 시간으로 읽기(맥컬레이 듀레이션, Macaulay Duration): "현금을 돌려받는 평균 시점은 몇 년 뒤인가". 2층의 1.94년·2.77년이 이쪽입니다(Wikipedia)
- 민감도로 읽기(수정 듀레이션, Modified Duration): "금리(YTM, 만기수익률)가 1%p 변하면 가격이 몇 % 변하는가". 1층의 약 1%·9%가 이쪽입니다. 채권 가격을 금리로 미분한 기울기입니다(CFA Institute)
평균 회수 시점이 멀수록 금리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시간과 민감도가 같은 숫자의 두 얼굴이 됩니다.
⚠️ 참고: 아래 가격 변동 공식에서 곱해지는 '듀레이션'은 정확히는 민감도 버전인 수정 듀레이션입니다. 일반적으로 두 값은 가까워서, 이 글에서는 묶어서 그냥 '듀레이션'으로 부릅니다.
채권에서 왔고, 핵심 식은 한 줄이다
듀레이션은 원래 채권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쿠폰 없이 만기에 한 번만 받는 제로쿠폰 채권은 듀레이션이 만기와 정확히 같습니다(Wikipedia). 1층의 김씨(1년)와 박씨(10년)가 바로 이 제로쿠폰 경우였습니다.
듀레이션 5년 채권은 금리 1%p 상승에 약 -5%, 10년이면 약 -10%. 음(−)의 부호는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Fidelity).
주식도 미래 현금흐름의 묶음이라 같은 방식으로 주식 듀레이션(equity duration)을 정의합니다. 미래 현금을 오늘 가치로 환산하는 셈법이 DCF(할인현금흐름)이고, 듀레이션은 그 현금이 시간축에서 평균 얼마나 먼지를 잰 값입니다. 다만 주식은 만기와 현금흐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추정 가정에 민감합니다. 미국 주식시장 듀레이션은 전통적으로 20~30년, 저금리가 극에 달했던 2021년 말에는 80년 이상으로 추정되기도 했습니다(Wikipedia, Stock duration).
듀레이션을 길게 만드는 것들
치킨집 세 곳에서 본 원리를 일반화하면, 듀레이션을 결정하는 요인은 세 가지입니다. 채권에서 검증된 이 요인들은 주식에도 그대로 옮겨집니다(Wikipedia, Fidelity).
| 요인 | 듀레이션이 길어지는 경우 | 주식에서의 대응 |
|---|---|---|
| 현금흐름 시점 | 돈을 먼 미래에 받을수록 | 성장주 (이익이 먼 미래에 집중) |
| 중간 현금 | 중간에 받는 현금(쿠폰·배당)이 적을수록 | 무배당·재투자 기업 |
| 금리 수준 | 금리(할인율)가 낮을수록 | 저금리 환경에서 듀레이션 일제히 확대 |
출처: Wikipedia(Duration), Fidelity. 첫 줄이 가장 중요합니다. 성장주는 이익이 먼 미래에 있어 듀레이션이 길고, 캐시카우는 지금 현금을 벌어 짧습니다.
첫 줄이 핵심입니다. 박씨 치킨집(미래로 쏠림)이 김씨보다 듀레이션이 길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이익의 대부분이 먼 미래에 있는 성장주는 듀레이션이 길고 지금 현금을 벌어들이는 캐시카우는 짧습니다.
2022년: 듀레이션이 만든 성적표
2022년은 이 개념이 시장에서 그대로 작동한 해였습니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연초 약 1.5%에서 연말 약 4.0%로 약 2.5%p 급등했습니다(Wikipedia). 금리 외에 어닝 둔화와 전쟁도 겹친 해라 듀레이션 하나가 모든 낙폭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자산들을 줄 세운 주된 힘은 듀레이션이었습니다.
출처: Wikipedia(2022 stock market decline), CNBC, FinanceCharts(ARKK -66.97%)
스타일로 끊어 봐도 같습니다. Russell 1000 성장 ETF(IWF)는 -29.31%, 가치 ETF(IWD)는 -7.75%로, 가치주가 약 21%p 앞섰습니다(iShares IWF, iShares IWD). 워런 버핏이 2013년에 "금리는 자산 가격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다"고 말한 그 중력이, 종목마다 다른 무게로 작용한 것입니다(CNBC). 금리가 같은 P/E(주가수익비율) 멀티플을 누르더라도, 그 무게는 종목의 듀레이션에 비례해 달라집니다.
팔란티어로 계산하면
3층에서 본 거친 공식과 2층에서 본 펼쳐 재기를, 실제 종목 📈PLTR팔란티어에 대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거친 공식 1/(r−g)로 재면, 성장 g 7%가 영원히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듀레이션 1/(0.09−0.07)=50년, 금리 1%p 상승에 약 -50%가 나옵니다.
같은 PLTR의 이익 경로(FY26 EPS $1.47 → FY27 $2.29 → FY28 $3.21)를 2층처럼 연도별로 펼쳐, 성장이 꺾이는 경로를 반영해 현재가치 가중평균하면 듀레이션은 약 24년, 금리 1%p에 약 -19%로 정상화됩니다. 할인율 9%, 터미널 성장 3%(먼 미래의 보수적 영구 성장률)를 가정한 자체 계산입니다.
출처: 자체 계산 (PLTR FY26~28 EPS 경로, r 9%·g_term 3%)
여기서 24년은 현금을 돌려받는 평균 시점이고, -19%는 금리를 실제로 1%p 올려 다시 계산한 가격 변동입니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이 둘의 단순 곱(-24%)과 실제 재계산값의 차이가 벌어집니다. 거친 공식이 말하는 '고성장주가 캐시카우보다 2.75배 더 민감'은, 연도별로 펼쳐 재면 1.32배로 줄어듭니다(자체 계산). 성장주가 금리에 더 민감한 것은 맞지만, 거친 공식이 말하는 만큼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흔한 함정 3가지
함정 1: "1/(r−g)이 듀레이션의 정답이다"
성장주 듀레이션을 1/(r−g) 한 줄로 계산하고 그 숫자를 그대로 믿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 식은 "현금흐름이 영원히 같은 속도 g로 자란다"고 가정한 성장영구연금의 가격을 금리로 미분해 얻은 근사식입니다. 그래서 이 등비급수 가정이 깨지는 순간 어긋나고, 특히 성장률 g가 할인율 r에 가까워지면 폭발합니다. g가 8.5%이고 r이 9%면 듀레이션이 200년으로 발산합니다.
같은 PLTR이 거친 공식으로는 50년에 -50%, 연도별로 펼치면 24년에 -19%였습니다. 두 배 넘게 과장됩니다. 이 1/(r−g)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정당 PE(Justified P/E)를 보면 선명합니다. 정당 PE를 금리로 미분한 것이 바로 이 식이기 때문입니다.
⚠️ 1/(r−g)은 g가 r에 가까울수록 폭발합니다. 성장주는 듀레이션이 길다는 방향 감각을 잡는 직관용일 뿐, 적정가를 박는 자가 아닙니다.
함정 2: "성장주는 무조건 금리에 약하다"
"성장주는 장기 듀레이션이라 금리에 취약하다"를 모든 상황에 통하는 물리법칙으로 믿으면 자주 틀립니다. 이론적 듀레이션과 실제로 관측되는 민감도는 어긋날 때가 많습니다. GMO의 백서(Inker & Pease, 2021)는 성장주와 가치주의 듀레이션 차이가 시장 노이즈에 묻힐 만큼 작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GMO).
금리 상승의 원인이 무엇이냐도 갈립니다. 경기 호조에서 온 금리 상승은 같은 성장주의 이익 기대를 함께 끌어올려 충격을 일부 상쇄하고, 순수한 긴축에서 온 금리 상승은 할인율만 때려 직격합니다. 순수 듀레이션이 만든 성장주와 캐시카우의 상대 민감도는 1.32배였지만, 2022년 실측 상대 민감도는 약 3.8배였습니다(IWF -29.31% ÷ IWD -7.75%). 그 차이는 듀레이션이 아니라 성장 기대와 투자심리에서 온 몫입니다.
⚠️ 듀레이션은 금리 충격의 '최대 한도'를 재는 자입니다. 실제 낙폭은 금리 상승의 원인(성장발이냐 긴축발이냐)과 심리에 따라 더 작을 수도,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함정 3: "그래서 금리가 오를까, 내릴까?"
듀레이션을 알았으니 이제 금리 방향만 맞히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장기금리는 이미 시장 전체가 베팅해 둔 미래 기대의 평균값입니다. 그 예측을 다시 이기려는 시도는 채권시장 전체를 이기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2022년 초 시장(FOMC 2021년 12월 경제전망)은 그해 연준이 약 0.75~0.9%p 인상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4.25%p로 약 6배였습니다(FOMC 2021-12). 방향과 폭이 모두 빗나갔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금리 방향을 맞히는 대신, 종목마다 듀레이션을 미리 재 둡니다. 방향은 못 맞혀도 흔들림의 크기는 미리 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듀레이션에 곱해지는 '금리 변화' 자체를 분해해 읽는 법은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가 다룹니다.
⚠️ 듀레이션은 금리를 맞히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방향을 맞힐 수 없기 때문에, '얼마나 흔들리는지'를 미리 재 두는 도구입니다.
- 듀레이션은 현금흐름을 받는 시점의 현재가치 가중 평균입니다(매년 버는 치킨집에서 손으로 계산한 1.94년·2.77년). 동시에 금리 1%p당 가격 변동률이죠(ΔP/P ≈ −듀레이션 × Δr).
- 돈이 먼 미래에 몰린 성장주는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2022년 다우 -8.8% vs 나스닥 -33% vs ARKK -67%.
- 1/(r−g)은 '영원한 일정 성장'을 가정한 지름길입니다. g가 r에 가까우면 폭발하므로, 적정가는 현금흐름을 연도별로 펼쳐 잽니다.
- "성장주는 금리에 약함"은 경향이지 법칙이 아닙니다. 금리 상승의 원인(성장발 vs 긴축발)과 심리가 실제 낙폭을 바꿉니다.
- 금리 방향은 시장이 이미 베팅해 둔 값이라 맞히기 어렵습니다. 방향을 몰라도 종목별 듀레이션으로 흔들림 크기는 미리 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