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의 시대 #2

신약: 분자는 그려도 임상은 줄지 않는다

🔎 한눈에 요약

AI는 신약 발굴의 앞 단계, 즉 "어떤 분자를 만들지"를 12~18개월로 압축했습니다. 전통 방식 4~4.5년의 절반 이하입니다. 분자는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 분자가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은 여전히 약 7.5년이고, Phase I에 올라간 약이 최종 승인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7.9%입니다. 2026년 초 임상에 들어간 AI 발굴 프로그램은 173개가 넘지만, FDA 승인을 받은 AI 설계 신약은 아직 0건입니다. 임상이라는 죽음의 계곡을 각자 떠안고 직접 건너려 한 발굴사들은 곡괭이가 아니라 채굴자였습니다. 슈뢰딩거는 항암 후보의 환자 2명 사망으로 임상을 중단했고, 리커전은 한 분기에 파이프라인 4개를 접고 직원 20%를 잘랐으며, 베네볼런트AI는 네 번 무너진 끝에 상장폐지됐습니다. 그러나 같은 발굴을 플랫폼으로 파는 자에게는 통행료가 고였습니다. XtalPi는 발굴 플랫폼을 세계 톱20 제약사 중 17곳에 팔아 FY2025 매출이 세 배(+201.2%)로 뛰고 발굴 매출이 네 배(+418.9%)가 됐습니다. 빅파마는 외부 발굴 플랫폼에 최대 약 $3~6B의 라이선싱 통행료를 지불했습니다(모두 잠재 총액 biobucks). 검증이 가장 어려운 산업인데도, 곡괭이는 그 검증을 각자 떠안는 자가 아니라 남에게 파는 길목을 쥔 자에게 고인다는 1편의 닻이, 신약에서 가장 선명하게 증명됩니다. 단 그 길목조차 영구적이지 않아, AI 발굴 플랫폼 곡괭이의 시한은 대부분 흔들리는 영역이고, 빅파마가 쥔 임상·규제 트랙레코드만이 견고합니다.

AI가 1년 만에 그린 분자가,
사람을 임상에서 잃었다.
전임상 후보 도출 (AI)
12~18개월
전통 4~4.5년에서 압축
임상 → 승인 기간
약 7.5년
Phase I→승인 생존율 7.9%
임상 AI 프로그램 vs 승인
173+ : 0
FDA 승인 AI 설계 신약 0건

분자를 그리는 능력은 흔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약이 진짜 통한다는 증명은, 누가 쥐고 있을까요.

검증을 각자 떠안은 자와 남에게 판 자가 갈리는 자리를 따라가 보세요

도입: AI가 1년 만에 그린 분자가, 사람을 임상에서 잃었다

2025년 8월, 슈뢰딩거(Schrödinger)라는 회사가 항암 후보 물질 하나의 임상을 중단했습니다. SGR-2921이라는 이름의 그 약은 재발·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중단 사유는 분명했습니다. Phase 1 용량 증량 시험에서 환자 2명이 치료와 관련된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최고의학책임자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며, Phase 1 용량 증량 시험에서 두 건의 치료 관련 사망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추가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입니다(Schrödinger IR, FierceBiotech).

슈뢰딩거는 AI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신약을 설계하는 회사입니다. 같은 회사가 다른 후보(SGR-1505)는 히트 물질에서 개발 후보 지정까지 단 10개월 만에 끌어냈습니다(Schrödinger 케이스스터디). 전통적으로 수년이 걸리던 일입니다. 분자를 그리는 일에서, 이 회사는 분명히 빨랐습니다.

그러나 분자를 빨리 그리는 것과, 그 분자가 사람 몸에서 안전한지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후자는 AI가 답해주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환자에게 투여하고, 지켜보고, 때로는 잃어가며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AI가 설계 단계를 1년 안쪽으로 줄여도, 임상이라는 검증 게이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이 차이를 한 발 더 풀어보겠습니다. 신약 개발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앞 단계는 "어떤 분자를 만들지" 정하는 발굴, 즉 전임상(임상 전 동물·실험실 단계)입니다. 뒤 단계는 그렇게 정한 분자를 실제 사람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입니다. AI가 폭발시킨 것은 앞 단계입니다. 컴퓨터 안에서 수백만 개의 후보를 며칠 만에 생성하고 추려낼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뒤 단계는 컴퓨터 밖, 실제 사람의 몸과 시간 속에서 일어납니다. 아무리 똑똑한 AI도 임상 3상의 3년을 3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생성은 절벽처럼 싸졌는데, 검증은 그 자리에 버티고 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게이트 앞에서 벌어진 일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분자는 누구나 그리게 된 시대에, 그 약이 진짜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검증은 누가 쥐고 있는가. 다시 말해, 신약에서 곡괭이는 어디에 고이는가. 배경편에서 박은 닻을 한 문장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검증이 어렵다는 것만으로는 곡괭이가 되지 않습니다. 그 검증을 남이 사야 하는 길목으로 쥔 자에게만 곡괭이가 고이고, 모두가 각자 떠안는 산업에서는 검증이 곡괭이가 아니라 죽음의 계곡이 됩니다. 신약은 그 닻을 가장 가혹하게 시험하는 산업입니다.

📌 이 글이 말하는 것 / 말하지 않는 것

말하는 것: AI는 전임상(분자 설계)을 12~18개월로 압축했습니다. 그러나 임상 검증은 약 7.5년·승인율 7.9%로 거의 안 줄었습니다. 그 임상을 각자 떠안은 발굴사는 채굴자로 무너지기 쉬웠습니다. 곡괭이는 그 검증을 남에게 파는 길목을 쥔 자에게 고입니다.

말하지 않는 것: AI 신약은 거품이다(X) / AI 발굴사는 전부 망한다(X) / 임상은 영원히 못 줄어든다(X)

이 구분을 기억해두면, 이 글이 "AI 바이오 거품론"도 "AI 만능론"도 아니라 "생성은 압축됐는데 검증은 안 됐다, 그래서 곡괭이가 어디로 흐르는가"라는 발굴로 읽힙니다. 실제로 AI가 전임상을 압축했다는 것은 사실이고, 인실리코의 렌토서팁처럼 임상 2상에서 개념증명(POC)을 보인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는 실패만 골라 담지 않고, 측정 가능한 두 곡선을 나란히 놓습니다. 생성(전임상 12~18개월으로 급락)과 검증(임상 7.5년으로 고정). 그 격차가 발굴사들을 어디로 몰아갔는지, 그리고 곡괭이가 어디로 흘렀는지를 따라갑니다.

1장. 분자는 절벽으로 빠졌다: AI 발굴사가 실제로 압축한 것

먼저 AI가 실제로 한 일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시작합니다. AI 발굴사들이 자랑한 속도는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전임상 단계는 자릿수에 가깝게 빨라졌습니다. 단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둡니다. 그 속도는 "어떤 분자를 만들지"까지였습니다. 이 장은 그 압축이 얼마나 진짜였는지, 그리고 그 압축이 어디서 멈추는지를 봅니다.

1.1 AI가 압축한 것은 진짜였다

전통적으로 타깃을 찾아 전임상 후보 물질을 지정하기까지는 4~4.5년이 걸렸습니다. AI를 쓴 회사들은 이 단계를 12~18개월로 줄였습니다(Insilico/Nature Medicine 보도). 절반 이하로 압축된 셈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속도는 더 선명합니다.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 렌토서팁(Rentosertib)을 타깃 발굴부터 임상 진입까지 30개월 만에 끌어냈다고 밝혔습니다(Insilico/PRNewswire). 앞서 도입에서 본 슈뢰딩거는 히트에서 개발 후보까지 10개월이었습니다. 박사 군단이 수년을 매달리던 일이, 1년 안쪽의 작업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 속도를 떠받친 것은 막대한 독점 자산이었습니다. 리커전(Recursion Pharmaceuticals)은 세포 표현형 데이터를 50페타바이트 넘게 쌓았고, 한 주에 최대 220만 건의 실험을 자동화 로보틱스로 처리합니다(Recursion). 인실리코는 타깃 발굴 AI(PandaOmics)와 분자 생성 AI(Chemistry42)를 이어 붙여, 무엇을 만들지부터 어떻게 만들지까지를 내부에서 끝냅니다(Insilico). 사람의 직관과 손으로 하던 후보 탐색을, 데이터와 로봇이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으로 바꾼 것입니다.

1.2 그래서 173개가 문 앞에 섰다

그 결과, 임상에 들어간 AI 발굴 프로그램의 수 자체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2026년 초 기준 임상 단계의 AI 발굴 프로그램은 173개가 넘습니다. 주요 임상 단계로 분해하면 Phase I 약 94개, Phase II 약 56개, Phase III 약 15개로, 이 세 단계 합이 약 165개이고 초기 단계까지 더하면 173개를 넘습니다(axis-intelligence).

여기서 임상 단계를 잠깐 짚어둡니다. Phase I은 약을 소수의 사람에게 처음 투여해 안전성을 보는 단계이고, Phase II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처음 확인하며, Phase III는 대규모로 그 효과를 확증하는 단계입니다. 뒤로 갈수록 통과해야 할 관문이 까다로워지고, 그만큼 살아남는 수가 줄어듭니다. 분자를 그려 임상의 문 앞까지 데려오는 일에서, AI는 확실히 빨랐습니다.

⏱️
전임상 후보 도출
전통 4~4.5년 → AI 12~18개월
💊
인실리코 렌토서팁
타깃 발굴 → 임상 진입 30개월
🧪
슈뢰딩거 SGR-1505
히트 → 개발 후보 10개월
🤖
리커전 자산
50PB+ 표현형 데이터 / 주당 최대 220만 실험
🚪
임상 진입 AI 프로그램 (2026 초)
173개+ (주요 단계 합 약 165: Ph I~94 / II~56 / III~15)

AI가 압축한 것은 진짜였습니다. 단 모두 "어떤 분자를 만들지"까지입니다. 이 173개 프로그램은 전부 같은 문(임상) 앞에 서 있습니다. (출처: axis-intelligence, Insilico/PRNewswire, Schrödinger 케이스스터디, Recursion)

여기까지가 생성입니다. 자릿수에 가깝게 빠진 앞 단계, 1편에서 본 그 절벽입니다. 그런데 이 173개의 프로그램은 모두 같은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임상이라는 문입니다. 그리고 그 문은, 분자를 그린 속도와는 아무 상관 없이 똑같은 높이로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AI로 발굴했다"는 속도 자체는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닙니다. 173개가 같은 일을 합니다. 다음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그래서 그 문을 누가 통과했는가.

1장 결론: AI는 전임상(분자 설계)을 4~4.5년에서 12~18개월로 실제로 압축했고, 그 결과 임상에 들어간 AI 발굴 프로그램이 173개를 넘는다. 단 그 압축은 모두 "어떤 분자를 만들지"까지의 일이다.

  • 인실리코 렌토서팁 30개월, 슈뢰딩거 SGR-1505 10개월. 발굴 속도는 빈말이 아니었다.
  • 이 속도를 떠받친 것은 리커전 50PB+ 데이터·주당 220만 실험 같은 막대한 독점 자산이었다.
  • 그러나 173개 프로그램은 전부 같은 문(임상) 앞에 섰고, 그 문은 분자를 그린 속도와 무관하게 같은 높이다.
  • 그래서 투자자에게: "AI로 발굴했다"는 속도는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니다. 다음 질문은 "그래서 그 문을 누가 통과했는가"이다.

2장. 그런데 임상은 줄지 않았다: 검증 게이트는 그 자리에 있다

이 장이 이 글의 심장입니다. 1장이 "분자가 절벽으로 빠졌다"를 보였다면, 2장은 그 절벽 바로 옆에서 임상이라는 검증 게이트가 얼마나 그대로인지를 봅니다. 분자가 12~18개월로 빠졌는데 임상은 왜 약 7.5년에 머무는지, 그리고 "AI는 임상 성공률도 높이지 않나"라는 정직한 반론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차례로 다룹니다.

2.1 두 곡선이 갈라진다: 신약 한 종목으로

전임상 후보 도출은 12~18개월로 빠졌습니다. 그런데 그 후보가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은, 여전히 평균 약 7.5년입니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경제정책실(ASPE)의 공식 보고서 기준, 임상 시작부터 마케팅 승인까지 평균 90.3개월입니다(ASPE HHS). Phase I이 1~2년, Phase II가 2~4년, Phase III가 3~5년인 구조는 AI가 들어와도 바뀌지 않았습니다(axis-intelligence).

더 가혹한 숫자가 있습니다. Phase I 임상에 진입한 약물이 최종 FDA 승인까지 살아남는 확률, 즉 LOA(Phase I부터 최종 승인까지 살아남는 누적 확률)는 7.9%입니다. 바이오협회(BIO)가 2011~2020년 임상 1만 2,728건의 단계 전환을 분석한 결과입니다(BIO 2021, 소분자 5.7%·생물의약품 9.1%). 열 개를 임상에 올리면 아홉 개 넘게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분자를 아무리 빨리 그려도, 이 필터 자체는 그대로 서 있습니다.

그래서 173개라는 숫자 옆에는 0이라는 숫자가 나란히 섭니다. 임상에 들어간 AI 발굴 프로그램은 173개가 넘지만, 의약품·생물학적제제로 FDA 승인을 받은 AI 설계 신약은 아직 0건입니다(FDA CDER). 한 가지 오해를 끊어둡니다. AI 의료기기 승인은 1,000건이 넘지만, 그것은 진단·영상 보조 도구이지 AI가 설계한 약물이 아닙니다. 분자를 그리는 속도가 검증의 가혹함을 면제해주지 않은 것입니다.

두 곡선이 갈라진다: 생성은 절벽 급락, 검증은 그 자리
신약 한 종목으로 본 생성 vs 검증
↓ 생성 (전임상 후보 도출, 급락)
4~4.5년
12~18개월
같은 산업, 다른 속도 (173개 임상 진입 vs FDA 승인 0건)
↓ 검증 (임상 시작 → 승인, 고정)
(생성 후)
약 7.5년
AI 이전 / 발굴
AI 이후 / 검증

같은 산업 안에서 두 곡선이 갈라집니다. 분자는 절벽으로 빠졌고(4~4.5년→12~18개월), 임상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약 7.5년·Phase I→승인 7.9%). 173개가 문 앞에 섰지만 통과한 약은 아직 0건입니다.

출처: 생성=Insilico/Nature(전임상 12~18개월), 검증=ASPE HHS(90.3개월)·BIO 2021(7.9%)·FDA CDER(승인 0건)

2.2 "AI는 임상 성공률도 높이지 않나"라는 반론을 정직하게 본다

여기서 정직하게 짚어야 할 반론이 있습니다. AI가 더 좋은 분자를 고르니 임상 성공률도 높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데이터는 그렇게 보입니다. AI 발굴 약물의 Phase I 통과율이 80~90%로, 전통 방식의 역사적 평균(약 52%)보다 높게 집계됩니다(humai.blog).

그러나 이 숫자는 두 가지 단서를 달아야 정직합니다. 첫째, 표본이 극소입니다. AI 발굴 약물 중 임상에 충분히 오래 머문 것은 수십 개 수준이라, 통계적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릅니다. 둘째, 효과를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Phase II부터는 AI와 전통 방식의 격차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습니다(pubmed).

이 둘을 합치면 그림이 또렷해집니다. Phase I은 주로 안전성을 보는 단계이고, 진짜 관문인 "약이 실제로 듣는가"는 Phase II·III에서 갈립니다. AI가 분자를 잘 골라 초기 안전성 문턱은 넘기 쉬워도, 효과라는 본질 검증 앞에서는 같은 확률 게임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바뀌지 않습니다. AI는 문 앞까지 빨리, 많이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문 자체의 높이는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그 문을 각자 떠안고 넘으려 한 회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3장에서 실명으로 봅니다.

2장 결론: AI는 전임상을 12~18개월로 압축했지만, 임상은 약 7.5년·승인율 7.9%로 거의 그대로다. AI 프로그램 173개가 임상에 들어갔어도 FDA 승인 AI 설계 신약은 0건이다.

  • 전임상 12~18개월 vs 임상 7.5년(90.3개월). 같은 산업 안에서 두 곡선이 갈라진다.
  • AI Phase I 통과율이 높아 보이나 표본 극소·Phase II부터 격차 소멸. 효과 검증은 같은 확률 게임이다.
  • 임상 진입 173개+ vs FDA 승인 0건. 검증 게이트는 AI를 면제하지 않는다.
  • 그래서 투자자에게: "AI로 발굴했다"는 속도는 문 앞까지의 일이다. 문 자체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높다.

3장. 죽음의 계곡: 검증을 각자 떠안은 발굴사들

골드러시 때 부자가 된 건 금을 캔 채굴자가 아니라 곡괭이를 판 자였습니다. 1편이 박은 비유입니다(곡괭이를 쥔 자). 1편의 닻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검증이 어렵다는 것만으로 곡괭이가 되지 않는다. 그 어려운 검증을 남이 사야 하는 길목으로 쥔 자에게만 곡괭이가 고이고, 모두가 각자 떠안는 산업에서는 검증이 곡괭이가 아니라 죽음의 계곡이 된다.

신약은 검증장벽이 가장 높은 산업입니다. 그런데도 곡괭이가 발굴사에게 가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들은 임상이라는 검증을 각자 떠안고 직접 건너려 했습니다. 그 결과를 실명으로 펼칩니다. 유리한 사례만 고르지 않고, 망라합니다. 이 장이 이 편의 칼날입니다. 칼날의 끝은 "AI 발굴사는 전멸한다"가 아닙니다. "검증을 각자 떠안으면, 가장 큰 자산을 가진 회사도 채굴자가 된다"입니다.

3.1 슈뢰딩거: 발굴은 10개월, 임상에서는 환자를 잃었다

도입에서 본 슈뢰딩거의 SGR-2921입니다. 히트에서 개발 후보까지 10개월로 발굴 속도를 자랑한 같은 회사가, 임상에서는 환자 2명의 치료 관련 사망으로 프로그램을 중단했습니다(2025년 8월). 단일 활성 신호는 있었으나 안전하게 끌고 갈 임상 경로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Schrödinger IR). 발굴의 속도가 임상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한 사례가 압축해 보여줍니다.

3.2 리커전: 한 분기에 파이프라인 4개를 접고, 직원 20%를 잘랐다

리커전은 50페타바이트의 데이터와 주당 220만 건의 실험이라는, 이 분야 최대 규모의 자산을 가진 회사입니다. 2024년 11월에는 경쟁사 엑스사이언티아(Exscientia)까지 흡수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5월, 한 분기에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을 무더기로 정리했습니다(Recursion IR, GEN).

프로그램적응증·단계중단 사유
REC-994대뇌해면상혈관기형 (Phase 2)안전성은 충족했으나 MRI·기능 결과 모두 자연 경과와 구분 불가 (유효성 없음)
REC-2282신경섬유종증 2형 수막종 (Phase 2/3)무용성(futility, 효과 없음으로 조기 중단하는 기준) 충족
REC-3964C. difficile 감염 (Phase 2)경쟁 환경 변화로 전략 중단
REC-4209특발성 폐섬유증 (전임상)보류

리커전이 2025년 5월 한 분기에 동시 정리한 4개 프로그램. 안전성은 충족해도 효과가 자연 경과와 구분되지 않거나, 무용성 기준을 넘긴 경우들이다.

CEO 크리스 깁슨의 말은 짧았습니다. 결정적 신호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한 달 뒤인 2025년 6월, 리커전은 직원의 20%, 약 160명을 감축했습니다(FierceBiotech). FY2025 순손실은 6억 4,480만 달러로, 같은 해 매출 7,470만 달러의 8.6배였습니다(Recursion FY2025). 가장 큰 데이터 자산을 가진 회사조차, 임상이라는 계곡 앞에서는 같은 확률에 묶였습니다.

단 정직하게 덧붙입니다. 리커전이 전부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REC-4881(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은 2025년 말 임상에서 일부 환자의 폴립 부담이 줄었다는 데이터를 보였습니다(globenewswire). 채굴은 계속됩니다. 다만 그 채굴이 회사를 떠받칠 만큼의 곡괭이는 아니었습니다.

3.3 베네볼런트AI: 네 번의 붕괴 끝에 상장폐지

가장 선명한 채굴자의 최후는 베네볼런트AI(BenevolentAI)입니다. AI로 타깃을 발굴하던 이 회사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네 단계에 걸쳐 무너졌습니다(FierceBiotech, Euronext).

시점사건규모·결과
2023-04BEN-2293(아토피 피부염) Phase 2a 실패1차 평가지표(피부 점수·가려움) 모두 미충족 → 개발 중단
2023-05대규모 해고 + CFO 사임직원 363명 중 180명 해고(약 50%), £45M 절감
2024추가 감축약 30% 추가 감축, 미국 오피스 폐쇄
2025-03-13상장폐지유로넥스트 암스테르담 상폐. 후기 임상 직접 수행 포기 → 플랫폼 회사로 후퇴

베네볼런트AI의 4단계 붕괴. 아토피 후보의 Phase 2a 실패가 첫 도미노였고, 2년이 채 안 돼 상장폐지로 끝났다.

베네볼런트AI를 다룬 한 보도의 제목이 이 장 전체를 요약합니다. AI 도구가 신약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endpoints).

3.4 엑스사이언티아: 세계 최초 "AI 설계 신약"의 빈손 종료

엑스사이언티아는 2020년 세계 최초로 "AI가 설계한 신약 후보가 Phase 1에 진입했다"고 홍보한 회사입니다(강박장애 후보 DSP-1181). 그러나 그 약은 안전성만 확인한 채, 유효성 데이터 없이 전략적으로 종료됐습니다(FierceBiotech). 이후 면역항암 후보(EXS21546)도 치료지수 부족으로 중단했고, 2024년 11월 리커전에 흡수되며 독립 회사로서의 생존을 포기했습니다(FierceBiotech). "AI 첫 신약"이라는 타이틀은,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채 사라졌습니다.

3.5 채굴자들을 한 표에 모으면

회사사건규모·결과시점
슈뢰딩거SGR-2921(AML) Phase 1 중단환자 2명 치료 관련 사망2025-08
리커전파이프라인 4개 동시 정리REC-994·2282·3964·4209 (유효성·무용성·전략)2025-05
리커전직원 20% 감축약 160명, 순손실 $644.8M(매출의 8.6배)2025-06
베네볼런트AIPhase 2a 실패 → 4단계 붕괴180명 해고 → 상장폐지2023-04 ~ 2025-03
엑스사이언티아"AI 첫 신약" 유효성 없이 종료독립 생존 포기 → 리커전 흡수2021 ~ 2024-11

검증을 각자 떠안고 직접 건너려 한 발굴사들. 가장 큰 데이터 자산도, 세계 최초 타이틀도 임상 계곡 앞에서는 같은 확률에 묶였다. 단 전멸은 아니다. 생존 사례도 있다(인실리코 렌토서팁 POC·리커전 REC-4881 폴립 감소). 다만 회사를 떠받칠 곡괭이는 아니었다.

검증이 가장 어려운 산업이라고 곡괭이가 자동으로 생기는 게 아닙니다. 그 검증을 각자 떠안으면, 가장 큰 자산을 가진 회사도 채굴자입니다. 곡괭이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3장 결론: 임상이라는 검증을 각자 떠안고 직접 건너려 한 발굴사들은 채굴자로 무너졌다. 가장 큰 데이터 자산(리커전)도, 세계 최초 타이틀(엑스사이언티아)도 임상 계곡 앞에서는 같은 확률에 묶였다.

  • 슈뢰딩거는 발굴 10개월의 후보를 임상에서 환자 2명 사망으로 중단했다.
  • 리커전은 한 분기에 파이프라인 4개를 접고 직원 20%를 잘랐다. 순손실은 매출의 8.6배였다.
  • 베네볼런트AI는 네 번 무너진 끝에 상장폐지됐다. 엑스사이언티아는 "AI 첫 신약"을 빈손으로 종료하고 흡수됐다.
  • 단 전멸은 아니다(렌토서팁 POC·REC-4881 폴립 감소). 다만 그 채굴은 회사를 떠받칠 곡괭이가 아니었다.
  • 그래서 투자자에게: 검증이 가장 어려운 산업이라고 곡괭이가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각자 떠안으면 가장 큰 자산도 채굴자다. 곡괭이는 다른 곳에 있다.

4장. 그렇다면 곡괭이는 누가 쥐었는가: 검증을 파는 길목

채굴자가 임상을 각자 떠안은 발굴 AI사라면, 곡괭이는 그 발굴을 남에게 파는 길목을 쥔 자입니다. 이 장은 그 길목을 실명으로 발굴합니다. 먼저 같은 발굴사 안에서도 검증을 파는 쪽과 떠안는 쪽이 어떻게 갈리는지(4.1), 발굴 플랫폼을 파는 순간 통행료가 어떻게 고이는지(4.2), 검증 데이터라는 곡괭이의 한계(4.3), 그리고 가장 단단한 길목인 빅파마 트랙레코드(4.4)와 정직하게 남겨두는 한계(4.5)를 차례로 봅니다.

4.1 발굴사 안에서도, 검증을 파는 쪽과 떠안는 쪽이 갈린다

같은 발굴사라도 두 얼굴이 있습니다. 슈뢰딩거가 그 대조를 한 회사 안에 담고 있습니다. 슈뢰딩거의 자체 파이프라인(SGR-2921 등)은 임상을 각자 떠안은 채굴자입니다. 그러나 슈뢰딩거 매출의 78%는 채굴이 아니라 다른 데서 나옵니다.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FEP+)를 제약사 20여 곳에 구독으로 파는 사업입니다. FY2025 총매출 2억 5,590만 달러 중 소프트웨어가 1억 9,950만 달러입니다(Schrödinger FY2025). 이쪽은 발굴이라는 검증의 앞 단계를 도구로 파는 길목입니다. 남이 사야 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채굴보다 곡괭이에 가깝습니다.

이 곡괭이의 강도를 가르는 기준은 한 가지입니다. 그 자산을 남이 반드시 사야 하는가, 그리고 한번 깔면 갈아타기 어려운가. 슈뢰딩거의 FEP+는 그 점에서 단단합니다. 제약사 20여 곳의 신약 설계 워크플로우가 이 도구 위에 구축돼 전환비용이 높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하나를 먼저 끊어둡니다. "알파폴드3가 오픈소스로 풀려 슈뢰딩거가 위협받는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알파폴드3는 단백질 구조 예측이고, FEP+는 후보 분자가 표적에 얼마나 세게 결합하는지를 계산합니다(물리 기반 자유에너지 섭동, Free Energy Perturbation). 작업 자체가 달라, 구조 예측 모델의 무료화가 결합에너지 계산 도구를 직접 대체하지 못합니다. 워크플로우 전환비용이 실재하는 이 도구는, 라이선싱형 발굴 플랫폼들과 달리 강도가 중강입니다.

다만 시한에는 단서가 있습니다. 전환비용은 견고하나, 빅파마가 내부에 유사한 결합에너지 계산 역량을 키우거나 오픈소스 진영에서 결합에너지 도구가 등장하면 이 길목은 침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한은 경쟁·내재화로 흔들리는 진동 영역입니다. (성장률은 별개 축입니다. FY2025 소프트웨어 매출은 +11%, 회사 연간 소프트웨어 성장 가이던스는 기존 10~15%에서 8~13%로 하향됐습니다. 단 성장 둔화는 해자 침식이 아니라 수요 사이클 신호이므로, 시한 근거가 아니라 별도의 관찰 항목으로 둡니다.)

4.2 발굴 플랫폼을 파는 순간 곡괭이가 된다: XtalPi와 megadeal 물결

여기서 3장의 채굴자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선 회사가 등장합니다. 미리 한 가지를 짚어둡니다. 발굴 플랫폼을 파는 것도 분명 곡괭이이긴 합니다. 단 생성이 흔해지는 만큼 약한 곡괭이이고, 진짜 단단한 검증 길목은 이 글 뒤(4.4 빅파마)에서 봅니다.

발굴 AI사가 임상을 각자 떠안으면 채굴자입니다. 그러나 같은 회사가 발굴 플랫폼을 빅파마에 파는 순간, 그 회사는 채굴자가 아니라 곡괭이가 됩니다. 리커전이 파트너에게 받은 누적 마일스톤, 인실리코와 XtalPi의 플랫폼 매출, 그리고 2025년 빅파마가 AI 발굴 플랫폼에 지불한 최대 약 $3~6B 규모의 라이선싱 딜 물결이 그 증거입니다(CSPC-아스트라제네카 최대 약 $5B, 헬릭손-사노피 최대 약 $1.7B, 이소모픽-Lilly·Novartis 최대 약 $3B 등). 이 금액은 전부 마일스톤을 다 달성했을 때의 잠재 총액(biobucks)이라 실제 수령액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합니다. 빅파마가 외부 발굴 플랫폼을 통행료를 내고 빌려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Nature 2025 deals, restofworld, FierceBiotech).

이 흐름의 가장 단단한 실증이 XtalPi(2228.HK)입니다. 이 회사는 AI와 양자물리 계산으로 분자를 설계하는 플랫폼을 제약사에 파는 일을 본업으로 합니다. 자기 약을 직접 임상까지 끌고 가는 채굴이 아니라, 발굴 플랫폼 자체를 길목으로 쥔 것입니다. 그 결과가 FY2025 장부에 찍혔습니다. 매출은 RMB 802.6M(약 $112M)으로 한 해 만에 세 배(+201.2%) 가까이 뛰었고, 이 중 신약 발굴 매출은 +418.9% 늘었습니다. 세계 톱20 제약사 중 17곳이 고객이고, 일라이 릴리와는 $345M 규모 계약을 맺었으며, 보유 현금은 RMB 7,068.6M(약 $982M)입니다(PRNewswire FY2025). (환율은 약 7.2위안/달러 기준으로 환산했습니다.)

💡 핵심: 같은 검증 앞에서 갈린 두 길

임상을 각자 떠안은 채굴자(3장): 적자·감원·상장폐지. 슈뢰딩거 환자 2명 사망 중단, 리커전 4개 파이프라인 중단·20% 감원, 베네볼런트AI 상장폐지.

발굴 플랫폼을 판 곡괭이(XtalPi): 매출 3배(+201.2%)·발굴 매출 4배(+418.9%)·톱20 제약사 중 17곳 납품. 시장이 이 길목에 통행료를 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단 곡괭이 증거는 흑자가 아니라 이 매출·발굴 성장입니다. 아래 참조.)

곡괭이의 증거는 이 top-line입니다. 매출이 세 배로 뛰고, 발굴 매출이 네 배가 되고, 세계 톱20 제약사 중 17곳이 통행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끊어둡니다. XtalPi가 FY2025에 GAAP 첫 흑자(순이익 RMB 134.6M)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 흑자는 발굴 플랫폼 영업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공정가치 평가이익(전년 RMB 25.3M에서 RMB 500M대로 급증)과, 상장 과정에서 전환우선주 관련 1회성 손실(RMB 875.4M)이 사라진 회계효과가 흑자의 큰 부분을 만들었습니다. 핵심 발굴·로보틱스 사업은 여전히 영업적자이고, 회사 스스로도 핵심 사업의 손실이 좁혀졌다고 표현합니다(minichart, 회사 결과발표 기준). 그래서 이 글은 흑자를 곡괭이 증거로 쓰지 않습니다. 봐야 할 것은 손익의 맨 아랫줄이 아니라, 시장이 이 길목에 통행료를 내고 있다는 매출의 맨 윗줄입니다.

단 이 길목의 배타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빅파마는 한 플랫폼에 락인되지 않고, 여러 발굴사를 동시에 씁니다. 일라이 릴리 한 곳만 봐도 2025년에 체결한 AI 신약 발굴 딜이 16건에 이르고, GSK도 10건이 넘습니다(FierceBiotech, pharmanow). 코드 개발자가 한 가지 도구에 묶이지 않고 여러 멀티툴을 갈아 쓰는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개별 발굴 플랫폼은 반드시 거기를 거쳐야 하고 갈아타기 어려운 배타적 길목이 아니라, 경쟁 시장의 최대 공급자에 가깝습니다. XtalPi의 우위는 "반드시 사야 하는 배타적 통행료"가 아니라 톱20 중 17곳에 납품하는 검증된 처리량(scale)이고, 이것은 더 약한 종류의 해자입니다. 그래서 강도는 중이고, 시한은 경쟁 발굴사의 진입과 빅파마 내재화로 흔들리는 진동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3장의 시체들과 나란히 놓으면 결론은 또렷합니다. 같은 검증장벽 앞에서, 임상을 각자 떠안은 쪽은 적자·감원·상장폐지로 무너졌고, 발굴을 판 쪽만이 장부에 통행료를 찍었습니다. 이것이 1편 닻("곡괭이는 검증을 남에게 파는 길목에 박힌다")의 단단한 실증입니다.

4.3 검증 데이터라는 곡괭이: 단, 공개되면 약해진다

리커전의 50페타바이트 데이터와 인실리코의 발굴 플랫폼은, 원래 "남이 따라 못 만드는 검증 데이터"라는 곡괭이 후보였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가 이 곡괭이를 깎고 있습니다. 하나는 공개입니다. 리커전은 자사 파운데이션 모델의 공개 버전(Phenom-Beta)을 내놓았고, 알파폴드3는 오픈소스로 풀렸습니다. 독점성이 모호해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1편이 강조한 시한 원리입니다. 데이터 해자는 축적되지만, 공개·범용화로 침식됩니다. 그래서 데이터 곡괭이의 강도는 중, 시한은 진동 영역입니다.

한 가지를 분리해 둡니다. 리커전의 자체 파이프라인이 중단되고 적자·감원이 이어진 것은 채굴자로서의 진척이지, 데이터 곡괭이의 강도와는 다른 축입니다. 자체 약을 임상까지 끌고 가는 일의 성패와, 그 데이터를 남에게 파는 길목의 강도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4.4 빅파마: 임상·규제 트랙레코드라는 길목 (가장 단단하되 순수 노출 아님)

신약에서 가장 단단한 곡괭이는 발굴 AI가 아니라 빅파마가 이미 쥔 자산입니다. 그 자산의 정체는 "AI로 발굴한다"가 아니라, 임상을 실제로 통과시켜 본 트랙레코드와 규제 승인 데이터입니다. 173개 프로그램이 누구의 분자에서 출발했든, 결국 임상 7.5년이라는 물리 게이트와 규제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 통과를 반복해서 해낸 경험과 데이터는 신약 사업의 가장 깊은 길목이고, 빅파마는 그것을 수십 년간 축적해 왔습니다. 그래서 강도는 강, 시한은 임상 7.5년 물리 게이트와 축적 데이터에 기대 견고합니다.

한 가지 흔한 오해만 끊어둡니다. "빅파마가 발굴 AI를 내재화해 외부 발굴사를 흡수한다"는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빅파마는 내부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노바티스 data42, 로슈·제넨테크 "Lab-in-the-Loop"), 외부 AI 발굴 플랫폼을 대규모로 라이선싱합니다(4.2의 megadeal 물결). 후자가 바로 발굴 플랫폼 곡괭이의 통행료 수입이고, 내재화는 외부 곡괭이의 시한을 진동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보조 요인일 뿐 외부 라이선싱을 없애지는 못합니다(Roche, biospace). 참고로 1편이 익명으로 남긴 "한 빅파마가 AI 설계 툴을 수십억 달러로 라이선싱했다"가 바로 이 외부 라이선싱, 일라이 릴리-인실리코 건입니다. 보도된 규모는 최대 약 27억 5,000만 달러로 알려져 있으나 단일 출처 분석이고 biobucks 잠재 총액이라 신중히 읽어야 합니다(Insilico 연차).

단 빅파마는 신약 발굴 테마의 순수 노출이 아닙니다. 거대 다각화 기업이라, "AI 신약 곡괭이"만 따로 살 수는 없습니다.

4.5 그래서 또 하나의 단단한 길목은, 이 발굴이 아직 다 캐지 못했다 (정직한 한계)

정직하게 인정합니다. 1편이 예고한 진짜 길목 하나는 이 글의 영토 밖입니다. 임상을 대신 돌려주고 통행료를 받는 인프라, 즉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임상을 대신 수행하는 인프라)입니다. 173개 프로그램이 누구의 분자든 결국 이 인프라를 지나야 합니다. 검증을 각자 떠안지 않고 남에게 파는 가장 순수한 길목입니다.

단 길목의 구조가 단단한 것과 그 사업의 사이클이 매끄러운 것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찰스리버는 FY2025에 회계상(GAAP) 영업마진이 0.6%까지 떨어졌지만, 일회성을 걷어낸 조정 기준(비-GAAP)으로는 19.8%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고(businesswire), 아이콘은 같은 해 신규 수주가 늘면서도 취소가 28억 3,0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구조는 통행료 길목이되 사이클은 진동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글의 발굴 영토는 소분자·플랫폼 발굴사였고, 임상 인프라 자체는 별도의 정량 발굴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길목은 본 편에서 자리만 지목하고, 정밀 발굴은 후속으로 넘깁니다. 곡괭이가 없다는 게 아니라, 가장 단단한 길목 하나가 발굴 AI 바깥에 있다는 것을 정직하게 표시해 둡니다.

4.6 신약 곡괭이 정리 (실명)

이 편의 결론을 한 표에 모읍니다. 강도는 길목 배타성(남이 반드시 사야 하는가·전환비용)으로만 매겼고, 채굴자 진척(임상 실패·적자·감원)을 강도 근거로 끌어오지 않았습니다. 강도는 텍스트 5구간(최강/강/중강/중/약), 시한은 별도 컬럼의 색이모지입니다. 둘은 다른 축입니다.

기업(실명) · 길목강도시한한 줄 판정
XtalPi(2228.HK) · 발굴 플랫폼을 톱20 제약사에 판다🟡상장(홍콩). 매출 3배·발굴 4배·톱20 중 17곳 = 검증된 처리량. 단 멀티소싱이라 흔들림
슈뢰딩거(SDGR) · 발굴 도구 SaaS(FEP+ 결합에너지 시뮬레이션)중강🟡상장. 워크플로우 전환비용이 실재해 라이선싱형보다 단단(이 행만 중강). 내부 유사도구·오픈소스화 압력
인실리코(2196.HK) · end-to-end 발굴 플랫폼을 빅파마에 라이선싱🟡상장(홍콩). 빅파마가 통행료 지불 중이나 멀티소싱이라 배타성 약함
이소모픽 랩스(비상장, Alphabet) · 설계 엔진을 빅파마에 라이선싱🟡비상장·직접 노출 불가. Lilly·Novartis 최대 약 $3B 통행료 = 수요 실재. 멀티소싱이라 배타성 약함
리커전(RXRX) · 독점 표현형 데이터 + 자동화랩🟡상장. Phenom-Beta 공개로 독점성 모호. 자체 파이프라인 중단·감원은 채굴자 진척이지 데이터 곡괭이 강도가 아님
빅파마(Lilly·Roche·Novartis 등) · 임상·규제 통과 트랙레코드🟢상장. 내재화 + 외부 플랫폼 라이선싱을 동시에 함. 단 신약 발굴 테마 순수 노출 아님(거대 다각화)
CRO(본 편 미발굴) · 임상을 대신 돌려주는 인프라미발굴🟢구조 / 진동본 편 영토 밖 → 후속·열매로 이관. 찰스리버 FY2025 GAAP 0.6%·비-GAAP 19.8% 유지·ICON 취소 $2.83B

신약에서 검증의 통행료를 쥔 길목과 그 기업입니다. 강도는 곡괭이(길목) 장악력이지 투자 매력도가 아니며, 곡괭이는 싼 주식과 다르고, 종목 추천이 아닙니다. 강도≠투자매력도 · 곡괭이≠싼 주식 · 종목 추천 아님. 정밀 적정가는 개별 기업 분석의 몫입니다. (1편 프레임 계약 기준)

강도(텍스트 5구간: 최강/강/중강/중/약)는 길목 배타성(남이 반드시 사야 하는가·전환비용)으로만 매겼습니다. 채굴자 진척(임상 실패·적자·감원·자체 임상 지연)은 강도가 아니라 다른 축입니다. 라이선싱형 발굴 플랫폼(XtalPi·인실리코·이소모픽)이 강도 "중"인 이유는, 빅파마가 한 플랫폼에 락인되지 않고 여러 발굴사를 동시에 쓰기 때문입니다(Lilly 2025 AI딜 16건). "빅파마가 돈을 낸다(수요)"가 강도가 아니라, 배타성(반드시 사야 + 전환비용)이 강도입니다. XtalPi의 FY2025 첫 흑자는 금융자산 평가이익과 전환우선주 손실 소멸의 상장 회계효과에서 나온 것이고 핵심 발굴 사업은 여전히 영업적자라, 흑자가 아니라 매출·발굴 성장·납품처 수가 곡괭이 증거입니다. biobucks는 잠재 총액(실수령과 다름)이라, 금액 크기가 아니라 "빅파마가 외부 길목에 통행료를 낸다"는 방향이 논거입니다. (1편 프레임 계약 기준)

4장 결론: 검증을 각자 떠안은 발굴 AI사는 채굴자로 무너졌지만, 같은 검증을 플랫폼으로 파는 자에게는 통행료가 고였다. 단 그 발굴 플랫폼 곡괭이는 전부 진동 영역이고, 가장 단단한 길목은 발굴 AI 바깥에 있다.

  • 같은 발굴사도 두 얼굴이다. 슈뢰딩거 자체 파이프라인은 채굴자이고, FEP+ SaaS(매출 78%)는 곡괭이다(강도 중강·진동).
  • 발굴 플랫폼을 파는 순간 곡괭이가 된다. XtalPi 매출 3배·발굴 4배·톱20 중 17곳이 그 실증이다(강도 중·진동, 흑자가 아니라 top-line이 증거).
  • 가장 단단한 길목은 발굴 AI 바깥이다. 빅파마 임상·규제 트랙레코드(강·견고)와 임상 인프라 CRO(구조 견고·사이클 진동, 본 편 영토 밖)다.
  • 그래서 투자자에게: "AI로 발굴한다"를 쫓지 말고, 누가 그 검증을 남에게 팔아 통행료를 걷는가, 그리고 그 길목이 얼마나 오래 가는가를 함께 보라.

에필로그: 분자는 그렸다, 그러나 임상은 줄지 않았다

답사를 마칩니다. 결론부터 박겠습니다. 신약은 검증이 가장 어려운 산업인데, 곡괭이는 그 어려움을 각자 떠안은 발굴사가 아니라 그 발굴을 플랫폼으로 파는 자에게 또렷이 고였습니다. 이것이 1편 닻("검증을 각자 떠안으면 죽음의 계곡, 남에게 파는 길목을 쥐면 곡괭이")의 가장 선명한 실증입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AI는 분자를 1년 안쪽으로 그리게 됐지만 그 분자가 사람에게 통한다는 증명은 여전히 7.5년이고 7.9%였습니다. 그 간격이 발굴사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몰았습니다. 슈뢰딩거는 10개월에 분자를 그렸지만 임상에서 환자를 잃었고, 리커전은 가장 큰 데이터 자산을 가지고도 한 분기에 파이프라인 4개를 접었으며, 베네볼런트AI는 네 번 무너진 끝에 상장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곡괭이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같은 시기에 임상을 직접 떠안은 회사들은 적자와 상장폐지로 무너졌지만, 발굴 플랫폼을 톱20 제약사 중 17곳에 판 XtalPi는 매출이 세 배로 뛰고 발굴 매출이 네 배가 됐습니다. 빅파마는 외부 발굴 플랫폼에 최대 수십억 달러의 라이선싱 통행료를 지불했습니다(CSPC-아스트라제네카 최대 약 $5B, 이소모픽 최대 약 $3B 등, 모두 잠재 총액). 곡괭이가 약했던 게 아니라, 곡괭이가 채굴자와 다른 자리에 고였던 것입니다.

여기에 마지막 역설이 있습니다. 신약은 곡괭이가 생길 자리가 가장 넓은 산업인데, 그 자리를 AI-네이티브로 영구히 쥔 자는 아직 없습니다. AI 발굴 곡괭이는 전부 흔들리는 진동 영역(🟡)이고, 가장 단단한 길목은 발굴 AI 바깥에 있습니다. 빅파마가 쥔 임상·규제 트랙레코드(강·🟢)와 임상 인프라 CRO(구조는 견고하되 사이클은 진동)가 그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1편이 말한 "검증이 어렵다고 자동으로 곡괭이가 되진 않는다"의 가장 선명한 증거입니다.

그렇다고 빈손은 아닙니다. 이 편이 또렷이 쥐여준 곡괭이는 XtalPi 하나였습니다(단, 그조차 흔들립니다). 가장 단단한 길목은 다음 답사로 남겨둡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목을 찍지 않고 자를 쥐여 드립니다. "AI로 발굴한다"에 홀리지 말고, 누가 그 검증을 남에게 팔아 통행료를 걷는지, 그 길목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를 함께 물으십시오.

🧭 다음 편 예고

다음 편(3편)에서는 검증장벽이 신약 다음으로 높은 산업, 단백질·바이오를 답사합니다. 단백질 설계 모델(알파폴드·RFdiffusion·ESM)은 오픈소스로 풀려 사실상 공짜가 됐는데, 그렇다면 그 단백질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wet-lab(실제로 만들어 검증하는 실험실) 독점 데이터를 누가 쥐었는지를 발굴합니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앱사이·깅코가 그 무대의 주인공입니다.

신약: 분자는 그려도 임상은 줄지 않는다 (한 장 요약)

AI는 전임상(분자 설계)을 4~4.5년에서 12~18개월로 압축했다. 그러나 임상은 약 7.5년·승인율 7.9%로 그대로다. 임상 진입 AI 프로그램은 173개+인데 FDA 승인 AI 설계 신약은 0건이다.

  • 그 임상 계곡을 각자 떠안은 발굴사는 채굴자로 무너지기 쉬웠다. 슈뢰딩거(SGR-2921 환자 2명 사망 중단)·리커전(4개 파이프라인 동시 중단·20% 감원)·베네볼런트AI(상장폐지)·엑스사이언티아("AI 첫 신약" 빈손 종료·흡수).
  • 단 전멸은 아니다. 인실리코 렌토서팁 Phase 2a POC·리커전 REC-4881 폴립 감소. 생존 사례도 망라하되, 회사를 떠받칠 곡괭이는 아니었다.
  • 그러나 같은 검증을 플랫폼으로 파는 자에게는 통행료가 고였다. XtalPi(발굴 플랫폼을 톱20 제약사 17곳에 판다, 매출 +201.2%·발굴 +418.9%, 중·🟡)·슈뢰딩거 FEP+ SaaS(워크플로우 전환비용 실재, 중강·🟡)·인실리코/이소모픽 플랫폼 라이선싱(중·🟡). 빅파마는 외부 플랫폼에 최대 약 $3~6B(biobucks) 통행료를 지불했다. 단 멀티소싱이라(Lilly 2025 AI딜 16건) 라이선싱형은 배타적 길목이 아니라 경쟁 시장의 최대 공급자다. (XtalPi 흑자는 평가이익에서 나온 것이라 곡괭이 증거가 아니다. 증거는 top-line이다.)
  • 가장 단단한 길목은 발굴 AI 바깥이다. 빅파마의 임상·규제 트랙레코드(강·🟢)와 임상 인프라 CRO(구조 🟢·사이클 진동, 본 편 영토 밖·후속 이관).
  • 1편 닻의 강한 실증 + 역설: 검증장벽 최고 산업에서, 임상을 각자 떠안으면 죽음의 계곡(채굴자)이고 그 발굴을 남에게 파는 길목을 쥐면 곡괭이다. 그런데 신약은 곡괭이 자리가 가장 넓은 산업인데 그 자리를 AI-네이티브로 영구히 쥔 자는 아직 없다(전부 🟡). 강·🟢은 비-AI(빅파마·CRO)뿐이다. 강도는 길목 배타성이지 투자 매력도가 아니다(채굴자 진척 ≠ 곡괭이 강도).
관련 개념
🏰해자Economic M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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