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슐로스: 천재가 아니라는 걸 알았던 사람
그가 47년간 시장을 이겼습니다.
천재여서가 아닙니다. 천재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정보도, 도구도, 천재성도 없던 사람이 어떻게 반세기를 이겼을까요.
이 질문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 핵심 요약: 월터 슐로스는 고졸 출신으로 컴퓨터도 비서도 없이 벽장 한 칸짜리 사무실에서 47년간 펀드를 운용해, 수수료 차감 후 연 약 16%를 기록한 가치투자자입니다(같은 기간 S&P500은 약 10%, 2차 집계 기준). 워런 버핏이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반박하는 증거로 직접 지목한 사람입니다. 그의 방법은 천재적 종목 선택이 아니라, 재무제표만 보고, 자산 기준으로 싸게 사서, 약 100종목으로 광범위하게 분산하는 통계적 게임이었습니다. 핵심은 "나는 워런이 아니다"라는 자기 인식이 먼저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글이 환원해 주는 것은 그의 종목 공식이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고르는 그 선택입니다.
월스트리트에 이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영대학원은 물론입니다. 컴퓨터를 평생 한 대도 소유하지 않았고, 주가는 아침 신문에서 확인했습니다. 비서도, 경리도 없었습니다. 동업자는 아들 한 명뿐이었고, 사무실은 다른 회사(트위디 브라운) 건물의 벽장 한 칸을 빌린 공간이었습니다(버핏 1976년 편지). 재무 데이터는 우편으로 배달된 회사 보고서나, 아들이 구독하던 Value Line(미국의 종목 데이터 구독 서비스)을 빌려 봤습니다. "내가 왜 돈을 내야 합니까?" 그가 한 말이라고 전해집니다(Forbes 2008).
그 사람의 이름은 월터 슐로스(Walter Schloss)입니다. 그리고 그는 1955년부터 2002년까지 47년간, 수수료를 떼고 난 뒤에도 연평균 약 16%를 복리로 쌓았습니다(2차 집계 기준). 같은 기간 S&P500은 약 10%였고, 버핏은 2006년 주주서한에서 슐로스가 "S&P500을 크게 상회했다"고 적었습니다. 손실을 본 해는 47년 중 7번뿐이었고, 같은 기간 S&P500은 13번 손실을 봤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워런 버핏은 1984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강연과 2006년 주주서한에서, 슐로스를 효율적 시장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로 직접 지목했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시장 평균을 이길 수 없다는 이론)이 경영대학원의 정설이던 시절에, 슐로스는 공개된 정보만으로 47년을 이겼습니다. 버핏의 표현으로는 "월터가 47년간 이룬 것이 우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였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슐로스를 데려온 이유는 그가 또 한 명의 위대한 거장이어서가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그는 천재가 아니었고, 본인이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워런은 천재입니다. 그와 같은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처럼 될 수 없습니다." 슐로스 본인의 말입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을 봅니다.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사람이, 어떻게 그 위에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설계해 반세기를 이겼는가. 그것이 천재 버핏보다 오히려 더 복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먼저 정직해지겠습니다. 슐로스의 종목 공식은 따라 할 수 없습니다. 그가 싸게 골랐던 자산 대비 헐값 종목의 모집단은,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늘날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당신 손에 쥐어줄 것은 슐로스의 종목 리스트가 아니라, "나는 워런이 아니다"라는 자기 인식과, 그 위에 자기 그릇에 맞는 게임을 설계하는 방법입니다. 공식은 시대물이고,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고르는 일은 시대를 타지 않습니다.
프롤로그: 위인전이 아닙니다
이 글은 슐로스의 생애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려는 것은 그가 천재 없이 이긴 "구조"입니다.
먼저 규모와 성과를 봅시다. 슐로스는 1955년, 만 39세에 그레이엄-뉴먼 파트너십(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의 회사)에서 독립해 자기 펀드를 차렸습니다. 초기 자본은 약 10만 달러, 투자자는 19명이었습니다. 그리고 47년 뒤인 2002년 청산할 때까지, 그는 시장을 꾸준히 이겼습니다.
성과 수치는 어느 잣대로 재느냐에 따라 흔들립니다. 그래서 폭으로 표기합니다.
| 기간 | 슐로스 (net, 수수료 차감 후) | S&P500 |
|---|---|---|
| 1956~1984 (약 28¼년) | 약 16.1%/년 | 약 8.4%/년 |
| 전 운용기간 (1955~2002, 47년) | 약 15.3~16%/년 | 약 10%/년 |
이 표는 투자자가 실제로 손에 쥔 수익(net, 수수료 차감 후)만 보여줍니다. 어느 기간으로 재든 net이 S&P500을 분명히 앞섭니다. 전 기간 net 수치는 출처에 따라 15.3~16%로 갈리므로 폭으로 표기했습니다. 펀드 전체 수익(gross 약 21.3%)과 net의 차이, 그 검산은 6장에서 다룹니다. (출처: 버핏 Superinvestors of Graham-and-Doddsville(1984)·버핏 2006 주주서한·ValueWalk·Greenbackd 2차 집계)
여기서 두 가지가 드러납니다. 첫째, gross와 net은 다릅니다. 슐로스가 운용한 펀드 전체는 약 21%를 벌었지만, 투자자가 손에 쥔 것은 약 16%였습니다. 그 차이 약 5%포인트가 슐로스의 성과보수(이익의 25%)로 갔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말하는 "약 16%"는 투자자가 실제로 받은, 가장 보수적인 숫자입니다. 둘째, 잣대를 어떻게 대든, 슐로스의 초과 성과는 0이 되지 않습니다. 버핏의 결론이 그래서 단호했습니다. "월터가 47년간 이룬 것이 우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제 논제를 선언하겠습니다. 슐로스의 47년 초과수익은 천재적 종목 선택의 결과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는 워런처럼 사업을 깊이 분석하는 천재가 아니다"라는 자기 인식과, 그 위에 자기에게 맞는 게임(재무제표만 보고, 자산 기준으로 싸게 사서, 약 100종목으로 분산해 기다리는 것)을 설계한 결과입니다. 자기 인식과 게임 설계는 IQ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 핵심은 복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슐로스의 종목을 따라 사면 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의 종목 공식은 시대물이고, 그 모집단은 오늘날 거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정직하게 선을 긋고 시작하겠습니다.
무엇은 시대물이고 무엇은 영원한가: 먼저 선을 긋는다
슐로스에게는 버핏의 보험 플로트 같은, 개인이 못 가질 구조적 레버리지 엔진이 없었습니다. 그는 빌린 돈 없이, 자기와 투자자의 돈으로만 주식을 샀습니다(16규칙 중 마지막이 "레버리지를 조심하라"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초과수익을 "구조적 엔진"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정직하게 인정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시대와 운입니다.
첫째, 슐로스가 운용한 47년(1955~2002)은, 학술적으로 가치투자가 가장 잘 통했던 시기와 거의 정확히 겹칩니다. 파마-프렌치(Fama-French)의 가치 프리미엄 연구를 보면, 대형주 기준 가치주의 초과수익(가치 프리미엄, 가치주가 시장보다 더 버는 초과수익의 폭)은 1963~1991년에 연 약 4.3%였다가, 1991~2019년에는 연 약 0.6%로 줄었습니다(Fama & French 2020). 슐로스의 전성기는 가치 프리미엄이 가장 두툼했던 그 구간 안에 있었습니다.
둘째, 그는 운 좋게도 가장 좋은 학교를 다녔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직접 배웠고, 그레이엄-뉴먼에서 일하며 버핏과 동료였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그의 방법론의 원천이자, 그가 흔들릴 때 붙잡을 좌표였습니다. 이것은 개인이 의지로 복제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닙니다.
| 따라 할 수 없는 것 (시대·운. 없어도 괜찮다) | 따라 할 수 있는 것 (자기 인식·게임 선택. 이 글이 다룬다) |
|---|---|
| 가치 프리미엄 최대기 (1963~91 연 약 4.3% → 이후 약 0.6%) | 자기 인식: '나는 워런이 아니다'를 먼저 안다 |
| 자산 대비 헐값 종목의 풍부한 모집단 (현재 거의 소멸) | 자기 그릇에 맞는 게임 선택: 잠 못 이루지 않을 방식을 고른다 |
| 그레이엄 직계 네트워크 (직접 사사 + 버핏 동료) | 재무제표 중심의 검증 가능한 절차 |
| 저PBR 종목의 낮은 경쟁 (지금은 스크리너로 누구나 본다) | 분산으로 개별 오류를 흡수하는 통계적 사고 |
왼쪽 칸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 없습니다. 왼쪽은 슐로스의 성과를 키운 시대의 순풍이지, 천재가 아니어도 큰 실수를 피하는 능력의 원천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져갈 오른쪽 칸은 시대도 인맥도 없이 누구나 쥘 수 있습니다. (출처: Fama & French(2020)·Ocean Tomo(2025)·버핏 2006 주주서한)
선을 그었으니 분명히 해 둡시다. 이 글이 약속하는 것은 오른쪽 칸입니다. 자기 인식, 자기에게 맞는 게임 선택, 검증 가능한 절차, 통계적 사고. 이것들은 시대도 인맥도 천재성도 필요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과 규율입니다. 왼쪽 칸은 인정하고 넘어갑니다. 우리는 슐로스의 수익률이 아니라, 천재가 아닌 그가 자기를 알고 게임을 고른 방식을 복제합니다.
이제 그 게임을 분해합니다. 1부는 "무엇을 어떻게 사는가"(체계)이고, 2부는 "어떻게 흔들리지 않는가"(기질)입니다.
1부. 무엇을 어떻게 사는가 (체계)
1부에서는 슐로스가 "무엇을 어떻게 살까"를 정한 방식을 봅니다. 핵심은 이것이 통찰이나 예지가 아니라, 천재가 아닌 사람도 반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절차라는 점입니다. 먼저 그는 사람의 말 대신 재무제표만 봤고(1장), 조작 가능한 이익 대신 천천히 변하는 자산을 기준으로 싸게 샀으며(2장), 한 종목이 틀려도 무너지지 않도록 약 100종목에 광범위하게 분산했습니다(3장). 셋을 합치면 하나의 게임이 됩니다. 개별 종목에서는 틀려도, 전체로는 이기는 통계적 게임입니다.
한 가지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버핏과 멍거를 읽은 분이라면 "집중 투자가 정답"이라고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슐로스는 정반대로 약 100종목에 분산했습니다. 모순이 아닙니다. 이 글의 핵심이 바로 거기 있습니다. 집중이냐 분산이냐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입니다. 슐로스는 자기가 버핏처럼 소수 종목을 깊이 확신할 천재가 아님을 알았고, 그래서 자기에게 맞는 분산을 골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2부 4장에서 정면으로 다룹니다. 1부를 읽는 동안, "이게 나에게 맞는 게임인가"를 함께 물어봐 주십시오.
그리고 인덱스 이야기를 먼저 하고 가겠습니다.
🤔 그냥 인덱스를 사면 되지 않는가?
"그냥 인덱스(지수 추종 펀드)를 사면 되지 않나?"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인덱스는 천재가 아닌 사람이 큰 실수를 피하는 가장 쉬운 길이고, 이 글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슐로스의 약 100종목 분산은 사실 "직접 만든 가치주 인덱스"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인덱스가 시장 전체를 사는 것이라면, 슐로스의 방식은 그중 "자산 대비 싼 것만" 골라 담는 것이었습니다. 인덱스는 적이 아니라 기본값이고, 이 글은 그 위에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고르는 법"이라는 관점을 하나 더 얹습니다. 둘은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슐로스의 게임은 세 단계의 흐름으로 작동합니다. 사람의 말을 배제하고 재무제표만 보는 데서 시작해, 조작이 어려운 자산을 기준으로 싸게 사고, 약 100종목으로 분산한 끝에, 개별 종목의 오류가 서로 상쇄되어 전체로는 기대값을 포착하는 구조입니다.
슐로스의 매수 게임을 단계별 흐름으로 재구성한 개념도입니다.
1장. 재무제표만 본다: 말에 속지 않으려고 사람을 안 만난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좋은 종목을 찾으면 회사를 방문하고 경영진을 만나려 합니다. 정보가 많을수록 좋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슐로스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경영진을 의도적으로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이 글 전체의 씨앗입니다.
1.1 그의 말: "수치가 이야기를 말해준다"
슐로스가 경영진을 안 만난 까닭은,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자기가 그들의 말에 영향을 받을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 약점을 정확히 알았습니다.
"벤 그레이엄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는 경영진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말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워런은 매우 분석적이고 감정적이지 않아서, 누군가 말을 잘하거나 좋은 인상을 주더라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워런은 그걸 잘합니다.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OID 인터뷰, 1989)
이 짧은 답변 안에 이 글 전체의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슐로스는 "경영진을 만나면 안 된다"는 보편 법칙을 말한 게 아닙니다. "워런은 만나도 괜찮지만, 나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는 사람의 말에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 인정 위에서, 그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규율을 세웠습니다.
여기서 잠깐 멈춰 봅시다. 보통 우리는 약점을 숨기거나 고치려 합니다. "나는 남의 말에 잘 휘둘려"라는 사실을 알면, 의지로 안 휘둘리려 애씁니다. 슐로스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점을 고치려 들지 않고, 약점이 발동할 입구 자체를 닫아 버렸습니다. 사람 말에 약하면, 사람을 안 만나면 됩니다. 약점을 인정한 자리에서 규율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천재가 아닌 사람의 전략입니다. 천재는 흔들리지 않는 능력으로 이기지만, 천재가 아닌 사람은 흔들릴 상황 자체를 피해서 이깁니다.
왜 사람 말 대신 숫자인가? 그는 스승 그레이엄의 태도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벤은 프랜차이즈 가치나 경영진을 찾지 않았습니다. 경영진은 주가에 반영된다고 봤습니다. 벤은 경영진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수치가 이야기를 말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세미나, 1993, 스캔 PDF·학술논문 경유로 전해집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잘 못합니다. 적어도 사람의 표정이나 말솜씨보다는 정직합니다. 매력적인 CEO는 부진한 사업도 설득력 있게 포장하지만, 재무제표의 부채 항목은 포장되지 않습니다. 슐로스는 흔들리는 입구(사람의 말)를 닫고, 흔들리지 않는 자료(숫자)만 남겨 둔 것입니다.
1.2 실제 사례: 신문과 빌려본 Value Line, 그리고 각주
슐로스가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 Forbes 기자가 2008년에 91세의 그를 찾아가 기록했습니다.
"그는 컴퓨터를 소유한 적이 없으며 아침 신문에서 가격을 확인합니다. 재무 데이터의 많은 부분은 우편으로 배달된 회사 보고서나 빌려온 Value Line에서 옵니다." (Forbes, 2008)
"마음에 드는 종목이 있으면 조금 사고, 회사에 전화해 재무제표와 위임장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문서들을 읽으며 각주(footnote)에 특히 주의를 기울입니다." (Forbes, 2008)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각주에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는 대목입니다. 재무제표의 본문 숫자는 누구나 봅니다. 매출이 얼마, 이익이 얼마. 하지만 회사가 불편한 진실을 숨겨두는 곳은 대개 각주입니다. 진행 중인 소송, 장부에 안 잡힌 우발 채무, 평소와 다르게 바꾼 회계 처리 방식. 이런 것들은 첫 페이지의 큰 숫자가 아니라, 재무제표 뒤에 깨알 같은 글씨로 붙은 주석에 적힙니다.
슐로스는 화려한 스토리 대신, 바로 그 각주를 읽었습니다. 이것이 천재적 통찰처럼 들립니까? 아닙니다. 남들이 귀찮아서 안 읽는 곳을, 그는 그냥 읽었을 뿐입니다. 천재성이 아니라 성실함입니다. 그리고 성실함은 IQ가 아니라 습관입니다. 91세까지 우편으로 받은 연차보고서의 각주를 읽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이 하지 않는 일입니다.
🗂️ 슐로스의 작업 도구 전부
아침 신문(주가 확인). 빌려본 Value Line(아들 구독분). 우편으로 받은 회사 연차보고서·위임장(각주 정독). 타자기 한 대. 끝입니다. 블룸버그 단말기도,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사내 트레이더도 없었습니다. 47년 초과수익을 만든 장비 목록이 이게 전부였습니다.
슐로스가 사람 대신 숫자를 택한 데에는, 그 자신이 밝힌 또 하나의 솔직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먼저 살폈고, 사람을 판단하는 데 그다지 능숙하지 않으며 사람보다 숫자를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해집니다(2차 출처). 핵심은 그가 자기 강점과 약점을 먼저 점검한 뒤에 방법을 정했다는 순서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방법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자기를 끼워 맞춥니다. 슐로스는 자기를 먼저 보고,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골랐습니다.
1.3 당신이라면 이렇게 적용하라: "나는 무엇에 흔들리는가" 자가진단
슐로스의 1장을 개인 투자자의 도구로 바꾸면, 종목 분석법이 아니라 자기 점검법이 됩니다. 흥미롭게도 슐로스에게서 가장 먼저 배울 것은 "어떤 회사를 사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입니다.
💡 "나는 무엇에 흔들리는가"
종목을 보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나는 어떤 정보에 약한가?" CEO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사고 싶어지나요. 유튜버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끌리나요. 친구의 추천에 못 이겨 사나요. 자기가 흔들리는 입구를 알면, 슐로스가 그랬듯 그 입구를 닫는 규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 말에 약하면 사람 말을 차단하고, 숫자만 봅니다.
자기가 흔들리는 입구를 찾았다면, 다음은 그 입구를 막은 채 숫자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슐로스가 평생 했던 최소한의 점검은 아래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이 도구를 어디서 시작하면 될까요. 한국 종목이라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사업보고서, 미국 종목이라면 SEC EDGAR의 10-K(미국 상장사가 매년 제출하는 연차 사업보고서)가 출발점입니다. 거기서 회사가 직접 쓴 사업의 내용을 읽고, 무엇보다 재무제표 뒤에 붙은 "주석(각주)"을 끝까지 읽어보세요. 슐로스가 91세까지 했던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거창한 분석 모델이 아니라, 남들이 안 읽는 페이지를 읽는 일이었습니다.
1장 결론: 출발점은 종목이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무엇에 흔들리는지를 알면, 사람 말 대신 숫자를 보는 규율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2장. 자산을 산다: 이익은 조작되지만 자산은 천천히 변한다
버핏은 "좋은 기업"의 미래 이익을 봤습니다. 슐로스는 다른 곳을 봤습니다. 그는 이익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이 장의 핵심입니다.
2.1 그의 말: "이익은 합법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
"에드윈과 내가 이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이익은 합법적으로 조작될 수 있습니다. 이익만 보는 사람들은 왜곡된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OID 인터뷰, 1989)
"합법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는 표현에 주목해 주십시오. 슐로스는 불법 분식회계를 말한 게 아닙니다. 합법적인 회계 처리 안에서도, 같은 사업의 이익을 더 좋아 보이게 또는 더 나빠 보이게 만드는 선택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감가상각을 어떻게 잡느냐, 비용을 언제 인식하느냐, 일회성 항목을 어디에 넣느냐에 따라, 분기 이익은 합법적으로도 출렁입니다. 그래서 이익만 보는 사람은 회사가 보여주고 싶은 그림에 끌려다니게 됩니다.
대신 그는 자산을 봤습니다. 1994년 그가 타자기로 직접 친 16개 원칙 메모의 11번이 그 핵심입니다.
"이익을 사기보다 할인된 자산을 사려고 노력하라. 이익은 단기간에 급격히 변할 수 있다." (Factors Needed to Make Money in the Stock Market, 1994, 원칙 11)
그는 자산이 이익보다 천천히 변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변동이 큰 이익이 아니라,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자산을 기준점으로 삼은 것입니다. 논리는 단순하고 강력합니다. 어떤 회사의 장부가치(book value,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가 주당 25달러라면, 내년에 그것이 갑자기 15달러로 떨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공장과 토지는 하룻밤에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익은 한 분기 만에 절반으로 꺾이거나 적자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경쟁사가 가격을 내리거나, 원자재 값이 오르거나, 한 번의 소송으로도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슐로스는 천천히 변하는 자산을 기준점으로 삼아, 그보다 싼 가격에 사면 하방이 보호된다고 봤습니다.
"우리는 하방 보호를 좋아합니다. 장부가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하방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너무 크게 다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OID 인터뷰, 1989)
여기에 그는 단 하나의 안전장치를 더 걸었습니다. 부채입니다. 16규칙 3번은 "장부가치를 출발점으로 쓰되, 부채가 자기자본의 100%에 달하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하라"였고, 16번은 "레버리지를 조심하라. 그것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였습니다. 자산이 헐값이어도 빚이 많으면, 그 자산은 사실상 채권자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청산되면 빚을 먼저 갚고 남은 것만 주주 몫인데, 빚이 자산만큼 크면 주주에게 돌아올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산이 싸다"는 신호는 "부채가 적다"는 조건과 항상 짝을 이뤄야 합니다.
2.2 실제 사례: $25 주식, $60어치 목재지
슐로스가 자산을 어떻게 봤는지, 그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종목 하나가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제지회사 허드슨 펄프 앤 페이퍼(Hudson Pulp & Paper)입니다.
| 항목 | 내용 |
|---|---|
| 당시 주가 | 약 $25 |
| 보유 자산 | 30만 에이커 이상의 플로리다 목재지 |
| 자산 가치 환산 | 에이커당 약 $250 = 주당 약 $60어치 |
| 이익 상태 | '20년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
이익만 보면 살 이유가 없는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자산(목재지)으로 보면 주당 약 $60어치를 약 $25에 사는 셈이었습니다. 슐로스는 이익이 아니라 자산을 봤기 때문에 이 기회를 봤습니다. 매수가·자산 환산 수치는 OID 인터뷰 언급의 2차 정리분으로, '약'으로 표기하며 원문 직접 대조는 진행 중입니다. (출처: OID 인터뷰 언급, 2차 정리)
이 사례의 핵심은 화려한 성장 스토리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20년간 별 볼 일 없던 제지회사였습니다. 미래의 이익 성장을 보는 투자자라면 거들떠보지 않았을 종목입니다. 그러나 슐로스의 게임은 달랐습니다. 그는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잘 될까"를 묻지 않고, "이 회사가 지금 가진 것이 주가보다 얼마나 더 가치 있나"를 물었습니다.
이 두 질문의 차이는 결정적입니다. 앞의 질문은 미래를 예측해야 답할 수 있습니다. 미래 예측은 천재도 자주 틀립니다. 뒤의 질문은 지금 장부에 적힌 것을 확인하면 됩니다. 30만 에이커의 목재지가 실재하는지, 주가가 그 가치보다 싼지는, 미래를 맞히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슐로스는 미래를 예측하는 게임 대신, 현재를 확인하는 게임을 골랐습니다. 후자는 천재가 아니어도 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슐로스 본인의 요약이 정확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년에 얼마를 벌 것인가?'라고 묻습니다. 저는 자산에 집중합니다. 부채가 많지 않다면, 그것은 가치가 있습니다." (Forbes, 2008)
여기서 그가 그레이엄의 순수 넷넷(net-net, 순운전자본보다도 싼 종목)에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종목)로 기준을 넓혀 갔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합니다. 그레이엄 시절의 넷넷 종목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줄었고, 슐로스는 같은 원리(자산 대비 싸게 산다)를 유지하되 그 기준을 시대에 맞게 조정했습니다. 원리는 지키되 적용 대상은 바꾼 것입니다. 이 적응의 끝, 즉 무형자산 시대에 그 모집단마저 사라지는 이야기는 6장에서 정면으로 다룹니다.
2.3 당신이라면 이렇게 적용하라: "미래"가 아니라 "지금 가진 것"을 묻는다
슐로스의 자산 기준 매수를 개인 투자자의 도구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질문 하나를 바꾸는 것입니다.
💡 미래 대신 현재를 묻는 질문
종목을 볼 때 질문을 바꿔보세요.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벌까?"(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가 아니라, "이 회사가 지금 가진 순자산이 주가보다 비싼가, 싼가?"를 물어보세요. 후자는 미래를 맞힐 필요가 없는, 천재가 아니어도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다만 자산이 싸다는 신호 하나만 보고 사면 함정에 빠집니다. 슐로스가 자산 다음으로 본 것이 부채였던 이유입니다.
⚠️ 자산이 싸도 빚을 먼저 본다
장부가치 대비 싸다고 무조건 사면 안 됩니다. 빚이 많은 회사는 자산이 채권자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슐로스의 첫 안전장치는 "부채가 자기자본의 100%를 넘지 않는가"였습니다. 자산이 싸 보여도 부채부터 확인하세요.
이 판단의 단서는 어디서 볼까요.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 출발점입니다. PBR이 1보다 작으면 시장이 그 회사를 순자산보다 싸게 평가한다는 뜻입니다. 한국 종목은 네이버페이 증권에서, 미국 종목은 각종 스크리너에서 PBR과 부채비율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단, 다음 장과 6장에서 보겠지만, 낮은 PBR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싼 것"인지 "이유 있게 싼 것(가치 함정, 싸 보이지만 사업이 무너지고 있어 계속 싸지는 종목)"인지를 가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2장 결론: 미래의 이익이 아니라 지금 가진 자산을 기준으로, 부채를 확인한 뒤 싸게 삽니다. 예측이 아니라 확인이므로, 천재가 아니어도 할 수 있습니다.
3장. 광범위 분산: 100종목은 "무지에 대한 방어"였다
슐로스의 포트폴리오는 버핏·멍거와 정반대였습니다. 버핏이 소수 종목에 집중했다면, 슐로스는 한때 100개가 넘는 종목을 동시에 들고 있었습니다. 이 정반대 선택의 뿌리에, 다시 자기 인식이 있습니다.
3.1 그의 말: "에드윈과 나는 100개가 넘는 기업을 보유합니다"
"에드윈과 내가 해온 일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에 100개 이상의 기업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OID 인터뷰, 1989)
이 광범위한 분산이 슐로스 투자의 본질입니다. 그는 자기가 개별 종목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한 종목에 크게 걸었다가 그것이 틀리면 치명상을 입습니다. 대신 그는 많이 사서, 한 종목이 틀려도 다른 종목들이 메우게 했습니다.
이 논리를 동전 던지기에 비유하면 쉽습니다. 동전 하나를 한 번 던지면 앞뒤가 반반이라 결과가 들쭉날쭉합니다. 그러나 같은 동전을 100번 던지면, 전체 결과는 기대값에 수렴합니다. 슐로스는 종목 하나하나의 결과를 맞히려 하지 않고, 자산 대비 싼 종목을 충분히 많이 사 두면 전체로는 기대값(시장 초과수익)이 나온다는 데 걸었습니다. 개별 예측이 아니라 통계에 베팅한 것입니다. 버핏의 회고록 노트에 슐로스의 말이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어떤 한 종목도 큰 승자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은 우리를 재정적 재앙으로부터 보호해 주었습니다." (The Memoirs of Walter J. Schloss)
"어떤 한 종목도 큰 승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이 솔직합니다. 슐로스는 한 방의 대박을 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박을 포기하는 대신 재앙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47년이라는 시간 위에서, 재앙을 피한 꾸준함이 대박을 노린 도박보다 더 큰 복리를 만들었습니다.
단, 분산이 "아무 종목이나 똑같이 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각 종목에 같은 금액을 넣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음에 드는 주식에는 더 많이 넣고, 덜 확신하는 포지션에는 더 적게 넣습니다." (OID 인터뷰, 1989)
확신의 정도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되, 단일 종목이 전체의 약 20%를 넘지 않도록 스스로 상한을 뒀다고 전해집니다. 분산은 생각 없이 흩뿌리는 것이 아니라, 확신의 크기에 비례해 무게를 다르게 싣되 어느 하나도 치명적이 되지 않게 상한을 거는, 규율 있는 분산이었습니다.
3.2 실제 사례: 손실은 47년 중 7번뿐
분산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손실 연도가 말해줍니다.
출처: 버핏 2006 주주서한(슐로스 손실 7회·S&P 비교 맥락), Novel Investor(최대 손실 1990년 약 -12.8%, 2차)
같은 47년 동안 슐로스가 손실을 본 해는 7번, S&P500은 13번이었습니다. 게다가 슐로스의 최대 손실 연도조차 1990년 약 -12.8%로, 두 자릿수 손실은 그 한 번뿐이었습니다. 시장보다 손실 횟수가 적고, 손실의 깊이도 얕았습니다. 광범위 분산이 "큰 사고"를 막은 결과입니다.
분산의 방어력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때는 2000~2002년 닷컴 붕괴기입니다. 시장이 기술주 거품 붕괴로 무너질 때, 슐로스의 자산 기반 저PBR 분산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벌었습니다.
| 연도 | 슐로스 | S&P500 |
|---|---|---|
| 2000 | 약 +28% | 약 -9% |
| 2001 | 약 +12% | 약 -12% |
시장이 기술주 거품 붕괴로 무너지던 해에, 슐로스의 분산된 가치주 포트폴리오는 반대로 올랐습니다. 그는 거품에 한 발도 담그지 않았고(자산 없는 비싼 종목은 그의 기준에 들지 않았습니다), 분산이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수치는 2차 출처 복수 일치분으로 '약'으로 표기하며 원자료 대조는 진행 중입니다. (출처: 사례 2차 출처 복수 일치, 청산기 성과)
이 대목에서 1장·2장·3장이 하나로 연결됩니다. 사람 말에 안 흔들리고(1장), 자산 기준으로 싸게 사서(2장), 많이 분산했더니(3장), 시장이 광기에 휩싸여도 휘말리지 않았습니다. 거품에 안 담근 것은 거품을 미리 알아봐서가 아닙니다. 자산 없이 비싼 종목은 애초에 그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천재의 예지가 아니라, 게임의 구조가 그를 지켜준 것입니다.
3.3 당신이라면 이렇게 적용하라: "한 종목이 0이 되어도 잠들 수 있는가"
슐로스의 분산을 개인 투자자의 도구로 바꾸면, "한 종목에 얼마를 걸어야 하는가"의 답이 됩니다. 그리고 그 답의 기준은 의외로 수익률이 아니라 잠입니다.
💡 잠들 수 있는 비중
한 종목에 얼마를 넣을지 정할 때, 기대 수익률이 아니라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종목이 내일 갑자기 반 토막 나거나 0이 되어도, 나는 오늘 밤 잠들 수 있는가?" 잠들 수 없다면 비중이 너무 큰 것입니다. 슐로스는 자기가 개별 예측에 약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한 종목이 무너져도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분산했습니다.
분산을 "자신감이 없어서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슐로스의 분산은 그 반대였습니다.
🎲 분산은 무지의 인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부끄럽지 않다
슐로스의 분산은 자신감 부족이 아니라 자기 한계에 대한 정직이었습니다. "나는 어느 종목이 이길지 정확히 모른다. 그러니 여러 개를 사서 통계로 이긴다." 자기가 그 종목 하나를 깊이 확신할 수 없다면, 분산이 정답입니다. 단, 무한정 늘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기가 감당해 추적할 수 있는 수만큼만입니다.
이 판단의 단서는 비중 계산입니다. 한 종목이 0이 되어도 전체 자산이 견딜 수 있는 비중이 한도입니다. 슐로스처럼 100종목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원리입니다. 자기가 그 종목을 깊이 확신하지 못한다면, 한 곳에 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 "잠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머리로 답하지 마십시오. 지난 하락장에서 큰 비중이 빠졌을 때 당신이 실제로 무엇을 눌렀는지로 답하십시오. 다짐은 거짓말을 하지만, 기록은 하지 않습니다.
3장 결론: 개별 종목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분산이 답입니다. 한 종목이 0이 되어도 잠들 수 있는 비중만 걸면, 전체는 통계의 힘으로 이깁니다.
2부. 어떻게 흔들리지 않는가 (기질)
1부에서 슐로스가 설계한 게임을 봤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잘 설계하는 것과, 47년간 그 게임을 같은 방식으로 흔들림 없이 반복하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시장이 그를 비웃을 때도, 남들이 화려한 성장주로 떼돈을 벌 때도, 그는 자기 게임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2부는 두 개의 기질을 봅니다. 모든 것의 출발점인 자기 인식(4장)과, 그것을 매일의 행동으로 옮긴 규율 조항들(5장)입니다.
4장. 자기 인식: "나는 워런이 아니다, 나는 밤에 잠을 자고 싶다"
이 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재무제표만 보기, 자산 사기, 분산하기)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뿌리가 여기 있습니다. 슐로스는 자기가 버핏 같은 천재가 아님을 인정하고, 천재를 흉내 내는 대신 자기에게 편한 게임을 골랐습니다.
4.1 그의 말: "당신이 워런이 아니라면, 자기에게 편한 방식으로 하라"
이 글의 심장에 해당하는 발언이 있습니다.
"나는 여러 종목을 보유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몇 개의 주식만으로 만족하고, 그것은 그가 워런이라면 맞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워런이 아니라면, 자신에게 편한 방식으로 해야 하고, 나는 밤에 잠을 자고 싶습니다." (Sixty-Five Years on Wall Street)
이 문장은 투자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을 담고 있습니다. 슐로스는 "집중이 옳은가 분산이 옳은가"라는 전략 논쟁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물었습니다. 버핏처럼 소수 종목을 깊이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집중이 맞습니다. 하지만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님을, 그는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워런은 천재입니다. 그와 같은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처럼 될 수 없습니다." (Sixty-Five Years on Wall Street)
"우리는 단지 그런 식으로 할 수 없고, 다섯 개의 사업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심리적으로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Sixty-Five Years on Wall Street)
"심리적으로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 인정이 보기보다 어렵습니다. 자기가 천재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버핏의 성공을 보면 "나도 집중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슐로스는 그 유혹을 거절했습니다. 천재를 흉내 내다 자기 기질에 맞지 않아 무너지는 대신, 그는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골랐습니다.
그 기준은 수익률이 아니라 잠이었습니다. "나는 밤에 잠을 자고 싶습니다." 이 한마디가 그의 전체 전략을 설명합니다. 그는 더 높은 수익을 줄 수도 있는 집중 대신, 잠을 잘 수 있는 분산을 골랐습니다. 왜냐하면 잠을 못 자는 게임은, 아무리 이론적으로 좋아도 47년을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게임이라야, 반세기를 같은 방식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습니다.
다만 "나는 밤에 잠들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머리로 답하면 거의 빗나갑니다. 4.3에서 보겠지만, 그 답은 다짐이 아니라 지난 하락장에서 당신이 실제로 한 행동에 적혀 있습니다.
4.2 실제 사례: 멍거(집중)와 정면으로 갈라지는 자리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이 시리즈의 버핏·멍거 편을 먼저 본 분이 있을 것입니다. 거기서는 "확신하는 소수에 집중하라"가 핵심이었습니다. 멍거는 한 가족의 부도 소수 우량주에 집중해 쌓인다고 봤고, 버핏은 "평생 투자가 20번뿐인 펀치카드"를 상상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슐로스는 정반대로 약 100종목에 분산했습니다.
이 모순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보겠습니다. 누가 맞을까요?
소수 종목에 크게 건다
사업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한 종목을 깊이 확신한다
'분산은 무지에 대한 보호막' (버핏, 1996 연차총회)
전제: 나는 그 사업을 남보다 잘 안다
약 100종목에 나눠 건다
재무제표 수치만으로 본다
개별 예측은 포기한다
'맞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슐로스, 연설)
전제: 나는 개별 예측을 못 한다, 그러니 통계로 이긴다
둘 다 "큰 실수를 피한다"는 같은 목표를 향합니다. 길이 다를 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같은 표현을 정반대 방향으로 받았다는 점입니다. 버핏은 분산을 두고 "분산은 무지에 대한 보호막"이라고 말했습니다(1996년 버크셔 연차총회). 그에게 이 말은 분산을 깎아내리는 표현이었습니다. 자기는 분산이 필요 없을 만큼 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슐로스는 같은 표현을 정반대로 받았습니다. 그는 한 연설에서 누군가의 입을 빌려 "분산은 무지에 대한 방어"라는 말을 인용한 뒤, 이렇게 답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모른다는 것을 압니다." 버핏에게 무지란 분산이 필요 없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었지만, 슐로스에게 무지란 인정하고 설계로 끌어안아야 할 자기 한계였습니다. 같은 말이 한 사람에게는 약점의 고백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강점의 설계가 된 것입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전략이 아니라 자기 인식입니다.
그래서 답은 이렇습니다. 집중이냐 분산이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자기가 버핏처럼 소수를 깊이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인지, 슐로스처럼 개별 예측에 약한 사람인지, 그 자기 인식이 답을 정합니다. 집중이 무서운 당신에게, 슐로스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천재를 흉내 내다 무너지는 것보다, 자기 그릇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게임을 고르는 것이 47년을 버티는 길입니다.
4.3 당신이라면 이렇게 적용하라: 전략을 고르기 전에 자기를 먼저 묻는다
슐로스의 자기 인식을 개인 투자자의 도구로 바꾸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어떤 투자법이 정답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입니다.
💡 전략보다 먼저 던지는 질문
어떤 투자법을 고를지 정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나는 한두 종목에 크게 걸어놓고도 밤에 잠들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러면 불안해 잠 못 드는 사람인가?" 전자라면 집중이 맞을 수 있고, 후자라면 분산이 맞습니다. 정답은 투자법에 있는 게 아니라 당신 안에 있습니다. 슐로스의 출발점은 "나는 워런이 아니다"였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정답을 밖에서 찾는 것입니다. 남이 성공한 전략을 자기 기질과 상관없이 따라 하는 것입니다.
⚠️ 남의 그릇을 흉내 내는 위험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 기질에 맞지 않는 전략을 흉내 내는 것입니다. 분산이 편한 사람이 "버핏처럼 집중해야 한다"며 한 종목에 몰면, 하락장에서 공포에 못 이겨 바닥에 팝니다. 슐로스가 버핏을 흉내 냈다면 47년을 버티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자기 진단의 단서는 과거의 자신입니다. 지난 하락장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돌아보세요. 한 종목이 크게 빠졌을 때 분석을 다시 했습니까, 아니면 불안해서 그냥 팔았습니까. 그 기록이 "나는 집중형인가 분산형인가"를 알려줍니다. 머릿속의 다짐이 아니라 실제로 누른 버튼이 답입니다. 자기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 슐로스 방식의 첫걸음입니다.
아직 겪은 하락장이 없다면, 다음 하락이 올 때 당신이 실제로 누르는 버튼이 답입니다. 그때까지는 5장처럼 규칙을 미리 적어, 미래의 자신을 묶어 두십시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규칙이 경험을 대신해 줍니다.
4장 결론: 전략을 고르기 전에 자기를 먼저 압니다. "나는 워런이 아니다"를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47년을 버틸 게임을 고르는 출발점입니다.
5장. 규율 조항: 16규칙에 담긴 기질의 설계도
4장에서 본 자기 인식은 추상적인 깨달음이 아니었습니다. 슐로스는 그것을 종이 한 장에 박힌 16개의 행동 규칙으로 바꿨습니다. 기질은 결심이 아니라, 매일 따르는 조항으로 이식됩니다.
5.1 그의 말: 타자기로 친 종이 한 장, 16개 규칙
1994년 3월 10일, 78세의 슐로스는 타자기로 종이 한 장을 쳤습니다. 제목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데 필요한 요소들(Factors Needed to Make Money in the Stock Market)"이었고, 16개 항목이 담겼습니다. 책도, 강연 투어도 없었습니다. 평생의 규율이 그저 한 장이었습니다.
이 16개 중 절반은 절차(가격·자산·부채를 어떻게 보는가)이고, 절반은 기질(어떻게 흔들리지 않는가)입니다. 4장에서 본 자기 인식이, 여기서 매일 따를 수 있는 행동 조항으로 바뀝니다. 기질 조항들을 보면, 그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했는지가 드러납니다.
| 번호 | 규칙 | 무엇을 막아주나 |
|---|---|---|
| 4 | 인내심을 가져라. 주가는 즉시 오르지 않는다. | 조급함에 의한 조기 매도 |
| 5 | 정보 제보나 단기 수익을 위해 사지 마라. 악재에 팔지 마라. | 추격 매수와 패닉 매도 |
| 6 | 홀로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단, 판단이 옳은지 확인하라. | 군중 추종 |
| 7 | 결정을 내린 후에는 확신을 가지고 용기 있게 행동하라. | 자기 의심에 의한 흔들림 |
| 12 | 돈은 당신의 것이다. 돈을 지키는 것이 버는 것보다 어렵다. | 남의 말에 휘둘린 손실 |
| 13 | 감정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라. 두려움과 탐욕이 가장 나쁜 감정이다. | 공포·탐욕에 의한 매매 |
16규칙 중 기질을 다루는 6개 조항입니다. '무엇을 막아주나' 열을 보면, 각 규칙이 인간의 어떤 약점을 겨냥했는지 드러납니다. (출처: Walter Schloss, Factors Needed to Make Money in the Stock Market(1994), 원칙 4·5·6·7·12·13)
오른쪽 열을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슐로스가 규칙으로 막으려 한 것은 시장의 변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약점이었습니다. 조급함, 추격, 패닉, 군중 추종, 자기 의심, 공포와 탐욕. 모두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적입니다. 그는 시장을 이기는 규칙이 아니라, 시장 앞에서 무너지는 자기를 막는 규칙을 적은 것입니다.
특히 5번("악재에 팔지 마라")과 13번("두려움과 탐욕이 가장 나쁜 감정이다")이 짝을 이룹니다. 슐로스는 시장을 감정의 장소로 봤습니다. 시장은 공포와 탐욕에 호소하는 매우 감정적인 곳이며, 그래서 자기는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려 했고 사무실에 주가 티커 기계조차 두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흔들릴 입구(실시간 주가, 시장의 소음)를 물리적으로 차단한 것입니다. 1장에서 사람을 안 만난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약점을 고치는 대신, 약점이 발동할 환경 자체를 없앴습니다.
5.2 실제 사례: 신문에서 자기 실수를 보며 배운 겸손
기질 규칙이 완벽을 약속한 것은 아닙니다. 슐로스 본인이 가장 어려워한 것이 매도였습니다.
"매도는 어렵습니다. 최악입니다. 모든 것 중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OID 인터뷰, 1989)
"무언가가 싼 때를 알아내는 것이, 언제 팔지를 아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우리는 종종 너무 일찍 파는 편입니다." (OID 인터뷰, 1989)
실제로 그는 시멘트 회사 사우스다운(Southdown)을 약 $12에 사서 약 $28에 팔았는데, 그 후 주가는 약 $70까지 갔다고 전해집니다(2차 출처). 자기 기준의 적정가에 도달해 팔았더니, 그 두 배 반이 더 오른 것입니다. 후회로 무너질 만한 상황입니다. 그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후회로 무너지는 대신 그저 겸손해지고, 다음 싼 종목을 찾아 나설 수 있을 뿐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매도 철학은 완벽한 고점이 아니라, 자기 기준의 적정가에 도달하면 판다는 것이었습니다. 추가 상승분은 포기했습니다. 큰 실수만 피하면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전환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최고점에 팔려다 타이밍을 놓치고, 욕심에 더 들고 있다가 손실을 봅니다. 슐로스는 처음부터 최고점을 포기했습니다. 포기했기 때문에 욕심에 흔들리지 않았고,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버텼습니다.
그가 이 사업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도 겸손이었습니다. 이 사업에서 배우는 것 중 하나는 겸손이며, 다음 날이면 자신의 실수를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2차 출처). 이 겸손이 16규칙의 기질 조항을 떠받칩니다. 자기가 자주 틀린다는 것을 알기에, 분산하고(3장), 일찍 팔아 이익을 확정하고, 악재에 팔지 않으려 규칙으로 자기를 묶은 것입니다.
5.3 당신이라면 이렇게 적용하라: 규칙을 종이에 적어 미리 묶는다
슐로스의 16규칙을 개인 투자자의 도구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핵심은 "흔들리지 말자"는 결심이 아니라, 미리 적어둔 규칙입니다.
💡 나만의 규칙을 미리 적는다
슐로스처럼 종이 한 장에 자기 규칙을 미리 적어두세요. "악재 뉴스가 떠도 그날 바로 팔지 않는다", "유튜버 추천으로는 사지 않는다", "한 종목이 50% 올랐다고 무조건 팔지 않고 가치를 다시 잰다" 같은 것입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결심은 증발하지만, 미리 적은 규칙은 그 자리에 남아 나를 대신 잡아줍니다.
왜 결심이 아니라 종이여야 할까요. 결심은 평온할 때 하고, 결정은 공포나 탐욕의 한복판에서 내리기 때문입니다. 평온할 때의 나와 흔들릴 때의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미리 적은 규칙은 평온한 내가 흔들릴 나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그리고 그 편지가 결정의 순간에 나를 대신 붙잡습니다.
🪧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슐로스조차 자주 너무 일찍 팔았습니다. 사우스다운을 약 $28에 팔았는데 주가는 약 $70까지 갔습니다. 그래도 47년을 이겼습니다. 목표는 모든 종목에서 최고점에 파는 것(불가능합니다)이 아니라, 큰 실수로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완벽을 포기하면 오히려 오래 버팁니다.
이 도구의 출발점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종이 한 장입니다. 자기가 과거에 후회했던 매매(악재에 패닉 매도, 추천에 추격 매수)를 떠올리고, 그것을 막는 규칙 서너 개를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세요. 슐로스가 78세에 타자기로 친 그 한 장이, 사실은 평생의 자기 인식을 행동으로 묶어둔 장치였습니다.
5장 결론: 기질은 결심이 아니라 미리 적어둔 규칙으로 이식됩니다. 완벽을 포기하고 큰 실수만 피하면, 평범한 사람도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6장. 슐로스의 공식은 끝났는가: 그리고 무엇이 남는가
이제 가장 정직한 장입니다. 슐로스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정면으로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그 비판들 중 상당 부분은 사실입니다.
6.1 비판을 정면으로: 공식은 정말 시대물이 되었다
비판을 무시하면 글의 신뢰가 깎입니다. 그래서 가장 강한 비판 세 가지를 그대로 나열하겠습니다.
비판 1: 그가 산 종목의 모집단이 거의 사라졌다. 슐로스는 자산 대비 헐값인 종목을 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기업 가치는 더 이상 공장·토지 같은 유형자산에 있지 않습니다. 브랜드, 특허, 소프트웨어, 데이터 같은 무형자산에 있습니다. S&P500 시가총액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975년 약 17%에서 2025년 약 92%로 뒤집혔습니다(Ocean Tomo, 2025). 장부가치는 무형자산을 거의 담지 못하므로, "장부가치 대비 싸다"는 신호 자체가 의미를 잃었습니다.
출처: Ocean Tomo Intangible Asset Market Value Study(2025)
기업 가치의 원천이 유형자산(공장·토지)에서 무형자산(브랜드·특허·소프트웨어)으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슐로스가 기준 삼았던 장부가치는 무형자산을 담지 못하므로, "장부가 대비 싸다"는 신호가 작동하던 시대가 저물었습니다. 게다가 슐로스가 초기에 샀던 순수 넷넷(net-net, 순운전자본보다도 싼 종목) 종목은 미국 시장에서 현재 약 5~10개 추정에 불과하고, 그나마 자원탐사 기업이나 거래조차 어려운 초소형주가 다수입니다(연구자 추정치). 슐로스 본인이 1989년에 이미 이 소멸을 인정했습니다.
"예전엔 운전자본 이하에 팔리는 회사를 샀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인수되어 사라져 버립니다." (OID 인터뷰, 1989)
비판 2: 그의 전성기가 가치투자 최대 호황기와 정확히 겹친다. 앞서 프롤로그에서 봤듯, 가치 프리미엄(가치주가 시장보다 더 버는 폭)은 대형주 기준 1963~1991년 연 약 4.3%에서 1991~2019년 연 약 0.6%로 줄었습니다(Fama & French 2020). 슐로스의 전성기는 그 두툼했던 구간 안에 있었습니다. 그가 잘한 것의 일부는, 그가 가장 좋은 시대에 그 게임을 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입니다.
비판 3: 투자자가 받은 것은 16%지, 21%가 아니다. 슐로스는 성과보수로 이익의 25%를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펀드 전체 수익 약 21.3%(gross)가 투자자 수령분 약 16.1%(net)로 줄었습니다. 검산해 보면 21.3% 곱하기 75%는 약 16%로 맞아떨어집니다. 약 5%포인트가 운용자에게 갔다는 사실은, 성과를 부풀려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정직한 지적입니다.
6.2 비판이 무너뜨리는 것과 남기는 것
이제 이 글의 논제로 돌아옵니다. 위 비판들은 무엇을 무너뜨리고 무엇을 남길까요?
비판들은 "슐로스의 종목 공식을 그대로 베끼면 나도 이긴다"는 환상을 무너뜨립니다. 그 공식의 모집단은 사라졌고, 그것이 통하던 시대도 지났습니다. 만약 이 글이 "저PBR 종목을 100개 사면 연 16%를 번다"고 약속했다면, 위 사실들은 그 약속을 깨뜨립니다.
그런데 이 글의 논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글의 논제는 "슐로스가 천재가 아니라는 자기 인식 위에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설계했고, 그 선택이 복제 가능하다"였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위 비판들은 오히려 논제를 강화합니다.
💡 비판이 논제를 강화하는 구조
(1) 공식이 시대물이라는 것 = 슐로스의 천재성이 아니라 시대가 그를 도왔다는 것 = 그가 신적 종목 선택가가 아니었다는 것 = 그의 진짜 강점은 종목이 아니라 자기 인식이었다는 뜻.
(2) 그가 가장 좋은 시대에 그 게임을 했다는 것 = 핵심은 "어떤 게임을 했느냐"가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골라 47년을 흔들림 없이 반복했다"는 것 = 시대가 바뀌면 게임도 바꿔야 하지만, 자기를 알고 게임을 고르는 그 행위 자체는 시대를 타지 않는다.
(3) 성과보수를 떼고도 투자자가 16%를 받았다는 것 = 부풀린 21%가 아니라 보수적 16%로도 S&P500을 압도했다는 것 = 정직한 숫자로도 결론은 흔들리지 않는다.
요컨대 슐로스를 "또 한 명의 위대한 종목 선택가"로 보면 배울 게 없습니다. 그의 공식은 끝났으니까요. 그러나 그를 "천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골라 반세기를 버틴 보통 사람"으로 보면, 그 자기 인식과 게임 선택은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 손에 남습니다.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우리도 그 방법을 쓸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형가치 ETF를 하나 사면, 슐로스를 복제한 것 아닌가?" 솔직히 답하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ETF가 주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 ETF가 주지 못하는 단 하나
슐로스가 노출됐던 그 자리(자산 대비 싼 소형주에 광범위하게 분산하는 것) 자체는, 오늘날 소형가치 ETF로 시장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ETF가 주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을 47년간 흔들림 없이 들고 있는 기질입니다. 팩터(가치·소형 같은, 초과수익과 연관된 공통 특성)는 시장에서 누구나 살 수 있지만, 그 팩터를 끝까지 보유하는 인내는 자기 인식에서 나옵니다.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슐로스가 거둔 S&P500 대비 초과분의 크기는, 그 시대 소형가치 프리미엄이 두툼했던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정황 수준의 진술이며, 슐로스 본인의 수익을 팩터로 분해한 공개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이는 종목이 아니라 보유의 시간에 있습니다. 슐로스가 ETF보다 더 가졌던 것은 더 좋은 종목이 아니라, 자기 게임을 끝까지 지킨 그 보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급소는 따로 있다: "아는 것"과 "고르는 것"은 다르다
여기까지 오면 한 가지 반론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자기 인식은 복제 가능하다"는 약속의 진짜 급소입니다. 솔직히 인정하겠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머리로 아는 것"과 "시장의 유혹 앞에서 실제로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지키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분산이 편한 사람도, 남들이 한 종목으로 떼돈 버는 것을 보면 자기 게임을 버리고 집중으로 갈아타고 싶어집니다. 자기 인식이 한 번의 깨달음으로 완성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적용 도구들은 명언이 아닙니다. 그것은 유혹의 순간에 끼워 넣는 질문형 마찰장치입니다. "나는 무엇에 흔들리는가"(1장), "이 종목이 0이 되어도 잠들 수 있는가"(3장), "나는 집중형인가 분산형인가, 지난 하락장에서 어떻게 행동했는가"(4장)는 모두 사고 팔기 직전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슐로스가 16규칙을 종이에 적어 미리 자기를 묶었듯(5장), 자기 인식은 매일의 규칙으로 이식됩니다. 자기 인식은 "깨달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결정 직전에 던지는 질문"과 "미리 적어둔 규칙"으로 유지됩니다.
다만 이 처방의 효과를 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결정 사이에 마찰을 한 단계 끼워 넣으면 충동적인 매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행동 연구가 지지합니다. 그러나 이 글이 제안하는 처방(자기 인식 더하기 종이에 적은 규칙)이 그 고유한 형태로 충동 매매를 줄인다는 것이 따로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것은 결과를 보장하는 공식이 아니라, 결정과 결정 사이에 마찰을 한 단계 늘리는 장치로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논제는 언제 틀리는가
한 가지 더 정직하게 인정할 것이 있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골랐다고 해서, 그 게임이 늘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인식이 정확해도, 그가 고른 게임이 한 세대 동안 불리한 레짐(시장 국면)에 놓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슐로스와 똑같이 "나는 분산 가치형"이라는 자기 인식 위에 가치 게임을 고른 규율 있는 투자자들이, 2010년대에 시장에 졌습니다(가치 팩터가 1963년 이후 최악의 구간을 지났고, 그 시기 일부 가치 펀드는 큰 순유출과 폐쇄를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구체 수치·기관 귀속은 원문 재대조 대상입니다).
그러니 이 글이 약속하는 것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게임"입니다. 버티는 것과 이기는 것은 다른 일이며, 버틴다고 반드시 이기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골라 버틸 수 있어야, 불리한 레짐이 지나갈 때까지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흔들려 중간에 게임을 버린 사람에게는, 레짐이 돌아와도 돌아올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처방 자체도 틀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글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하는 조건은 둘입니다. 첫째, 위 처방(자기 인식과 종이에 적은 규칙)이 충동 매매를 줄이지 못하는 경우. 둘째,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고르고 끝까지 버틴 사람조차 불리한 레짐이 너무 오래 이어져 회복할 기회를 못 얻는 경우. 우리는 그 두 가지에서 정직하려 합니다.
이 비판들을 한자리에 모으면 분명해집니다. 비판이 무너뜨린 것은 공식이고, 남긴 것은 게임을 고르는 눈과 그 게임을 버티는 다리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오늘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5장처럼 자기 규칙 서너 줄을 종이에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이는 것입니다.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흔들릴 미래의 자신을 미리 묶어두는 종이 한 장입니다.
6장 결론: 슐로스의 공식은 끝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종목이 아니라 자기 인식을 배웁니다. 오늘 당장 펜을 들어, 5장처럼 자기 규칙 서너 줄을 종이에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이세요. 그 종이 한 장으로, 흔들릴 미래의 자신을 미리 묶어두세요.
그는 천재가 아니었고, 천재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골라 47년을 이겼습니다. 우리가 가져갈 것은 그의 종목 공식이 아니라, 그 자기 인식입니다.
- 무엇을 어떻게 사는가(체계): 사람 말 대신 재무제표만 보고, 이익 대신 자산을 기준으로 싸게 사서, 약 100종목으로 분산해 통계로 이깁니다.
- 어떻게 흔들리지 않는가(기질): "나는 워런이 아니다"를 먼저 인정하고(자기 인식), 그 인식을 16개 규칙으로 종이에 적어 미리 자기를 묶습니다.
- 공식은 끝났습니다: 그가 산 저PBR·넷넷 모집단은 무형자산 시대에 거의 사라졌고, 성과의 일부는 가치투자 최대 호황기와 그레이엄 네트워크라는 시대·운에 빚졌습니다. 그래도 자기를 알고 게임을 고르는 일은 시대를 타지 않습니다.
- 따라 할 것은 그의 공식이 아니라 그의 자기 인식입니다. 과거의 성과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