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자산운용 최준철·김민국: 20년을 버틴 자수성가 가치투자, 그러나 강세장에는 소외된다
20년 뒤 약 11조를 굴립니다.
그런데 가장 뜨거운 장에서는 소외됐습니다.
20년을 살아남은 가치투자가, 왜 가장 뜨거운 장에서 소외됐을까요.
그리고 그들을 20년 버티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모순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먼저 당신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주변이 다 돈을 벌고 있습니다. 뉴스도, 단톡방도, 친구도 어떤 종목이 몇 배가 됐다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들고 있는 종목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분석은 했고, 싸다고 믿고 샀는데, 시장은 당신이 외면한 종목들만 끌어올립니다. 이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손실이 아니라 소외입니다. "내가 틀린 건가, 시대가 바뀐 건가"라는 의심이 매일 커집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소외의 시간을 20년 동안 여러 번 겪고도 살아남은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대학교 3, 4학년이던 두 청년이 있었습니다. 최준철과 김민국, 둘 다 1976년생 동갑내기로, 서울대 투자 동아리에서 만났습니다(딜사이트). 기관에서 일해본 적도, 인맥도, 자본도 없었습니다. 가진 것은 가치투자라는 한 가지 방법과, 동아리 회원들이 모아준 돈뿐이었습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그 돈을 굴려 약 117%를 냈고(한국금융신문), 그 기록을 들고 2003년에 폐업 직전의 자문사를 인수해 회사를 차렸습니다(아시아경제). 그로부터 20년 남짓 지난 2026년, 그 회사는 약 11조 원을 굴립니다(VIP 공식).
그런데 바로 그 20년 차에, 그들은 고객에게 사과했습니다. 2025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년도 안 되어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그들의 대표 공모펀드는 1년 기준 약 41~46%로 절대 수익은 좋았지만 코스피 약 90%에는 크게 못 미쳤습니다(funddoctor, 시사저널e). 2026년 1월, 대표를 포함한 운용역 네 명이 직접 영상에 나와 부진의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20년을 버틴 가치투자가, 가장 뜨거운 장에서 소외된 것입니다.
이 글은 그 모순을 풉니다. 무엇이 그들을 20년 버티게 했고, 왜 그 같은 규율이 강세장에서는 그들을 소외시키는가. 그리고 다섯 개의 장과 한 번의 종합으로 그들을 분해해, 그중 펀드도 인프라도 없는 당신이 내일 실제로 쓸 수 있는 것만 도구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다만 먼저 정직해지겠습니다. 그들이 한 일 전부가 복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 핵심 요약: 최준철과 김민국은 1976년생 동갑내기로, 서울대 투자 동아리 SMIC에서 만나 2001년 동아리 회원들의 자금으로 VIP펀드를 운용했고, 2003년 대학 졸업 즈음 기관 경력 없이 VIP투자자문을 차렸습니다. 약 20년간 누적 약 1,200%, 연평균 약 14%의 성과를 냈고(이 장기 수치의 한계는 본문 프롤로그에서 다룹니다), 운용자산은 2026년 5월 기준 약 11조 원입니다(다만 그 11조의 상당 부분은 2025년 강세장 직전에 몰린 자금이고, 부진은 바로 그 직후였습니다). 기관 출신 1세대(이채원 등)와 달리 대학 동아리에서 직접 출발한 한국 가치투자 2세대의 대표 격입니다. 다만 2025년 코스피 급등장에서는 1년 기준 약 41~46%로 절대 수익은 좋았으나 코스피 약 90%에 크게 뒤졌고(6개월 기준으로는 클래스에 따라 약 5.99~26.69%로 갈립니다), 2026년 1월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래서 따라 할 것은 그들의 펀드나 종목이 아니라, 안 깨질 것을 먼저 묻는 선별과 10년을 들고 가는 장기보유, 그리고 강세장 소외를 견디는 기질입니다.
프롤로그: 위인전이 아닙니다
이 글은 두 사람의 생애를 미화하지 않습니다. 대학생이 어떻게 11조를 굴리게 됐는가는 그 자체로 드라마지만, 우리가 보려는 것은 다릅니다. 그들을 20년 버티게 한 규율과, 같은 규율이 만들어낸 한계입니다.
먼저 규모와 성과를 봅시다. 다만 여기서부터 정직의 선을 긋습니다. VIP의 장기 성과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숫자는 20년 누적 약 1,200%, 연평균 약 14%입니다. 이 숫자의 출처는 객관적 제3자 실사가 아니라, 2023년 4월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대표가 직접 언급한 것입니다(머니투데이, 2023-04-22). 일임(투자자가 돈을 맡겨 대신 굴리게 하는 계약) 계좌 전체의 산술평균인지 기하평균인지, 어느 계좌 기준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숫자를 본인 인터뷰에서 밝힌 수치로 명확히 표기하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검증에 가까운 비교 수치도 있습니다. 한 금융 매체는 자문사 전성기 기준 누적 약 580%를 보도했고(thebell, 2016), 이를 복리로 환산하면 연 약 18% 수준입니다(연 18%는 thebell 원문 수치가 아니라 누적 580%를 복리로 환산한 추정치입니다). 또 2022년 공모운용사 인가 보도는 설립 이후 누적이 코스피 누적의 3배 이상이라고 적었습니다(딜사이트). 다만 이 수치들도 코스피라는 베타를 얼마나 넘어선 진짜 실력(알파)인가를 분리해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은 VIP가 시장을 이겼다고 단정하지 않고, 20년간 살아남았고 큰 실수를 덜 했다까지만 말합니다.
회사 규모는 더 검증이 쉽습니다. 운용자산은 2006년 약 1,000억 원, 2013년 약 1조 원, 2021년 8월 약 3조 1,000억 원을 거쳐, 2026년 5월 약 11조 3,335억 원에 이르렀습니다(VIP 공식, 딜사이트). 다만 이 곡선을 실력의 증거로 곧장 읽으면 안 됩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1조에서 1.6조로 거의 정체했고(가치투자 부진기), 5조에서 11조로 두 배가 된 것은 2024년 말부터 2026년 5월까지 약 17개월 사이입니다. 즉 자금은 공모 전환과 강세장 직전에 몰렸고, 그 직후 소외가 왔습니다. 운용자산 증가는 성과만이 아니라 자금 유입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출처: VIP 공식, 딜사이트, 머니투데이 2023
대학 동아리 자금에서 출발해 20여 년 만에 약 11조 원. 단 20년 누적 약 1,200%·연 14%는 대표 인터뷰에서 밝힌 수치로, 제3자 검증 트랙레코드가 아닙니다. 2013~2018년 정체와 2024년 말 이후 급증(공모 전환·강세장 직전 자금 유입)을 함께 보면, 곡선은 성과만이 아니라 자금 유입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규모가 첫 번째 통설을 깹니다. 흔히 한국에서 가치투자는 안 통한다고들 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재벌 지배구조, 밸류트랩 같은 단어가 그 뒤를 따릅니다. 그런데 기관 경력이 전혀 없던 대학생 둘이, 바로 그 한국 시장에서 20년 넘게 가치투자만으로 살아남아 11조를 굴리게 됐습니다. 한국 가치투자가 끝났다는 통설이 사실이라면, 이 회사의 존재 자체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러니 한국에서 가치투자가 만능이라는 반대 결론으로 건너뛰지는 않습니다. 바로 그 회사가 2025년 강세장에서 소외돼 사과한 것도 똑같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함정을 미리 짚어둡니다. VIP가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만 보고 한국에서 가치투자가 통한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생존자만 세는 오류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은 VIP는 보지만, 같은 시기 비슷하게 출발했다가 사라진 가치투자 하우스들(분모)은 보지 못합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가치투자는 성장주에 약 4%포인트 뒤졌고, 한국 1세대 이채원조차 같은 부진기에 공모펀드 직격탄을 맞아 2020년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한국일보). 그러니 이 글의 주장은 한국에서 가치투자는 누구나 성공한다가 아니라, 더 좁고 정직한 것입니다. 기관 출신이 아니어도 가치투자로 살아남은 한 사례가 존재하며, 그 생존을 만든 규율이 무엇인지는 분석할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VIP는 가능성의 증명이지 보장의 증명이 아닙니다.
여기서 이 글의 논제가 나옵니다. VIP의 20년 생존은 천재적 종목 적중이 아니라, 얼마 벌까보다 안 깨질까를 먼저 묻는 선별 규율과, 좋은 기업을 사서 10년 넘게 들고 복리로 키우는 장기보유 규율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규율은 강세장에서 그들을 소외시킵니다. 안 깨지는 것을 먼저 고르면, 가장 빠르게 오르는 것을 자주 놓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먼저 가릅니다.
복제 가능한 것과 복제 불가능한 것: 먼저 선을 긋는다
VIP는 버핏의 보험 플로트 같은 구조적 레버리지 엔진을 가진 회사가 아닙니다. 순수한 종목 선택형 운용사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성과 중 개인이 그대로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을 먼저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솔직합니다.
그들의 생존에는 개인이 가질 수 없는 인프라가 깔려 있습니다. 20년간 1만 건이 넘는 기업 분석 보고서를 쌓았고(한국경제), 직원의 절반 이상을 리서치에 배치하며, 서울뿐 아니라 홍콩과 중국 심천에 리서치 오피스를 둡니다(VIP 공식). 한 기업의 10년치 재무제표를 통째로 읽고, 음료 인기를 확인하려 매점 쓰레기까지 뒤졌다는 일화는(파이낸셜뉴스) 개인이 흉내 낼 수 있는 강도가 아닙니다. 또한 그들은 두 사람이 20년 넘게 공동대표로 함께 운용하며 서로의 편향을 견제했고, 지금은 평균 경력 14년의 매니저 네 명이 함께 운용합니다(VIP 공식). 이 공동운용 구조 자체가 개인에게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가치투자가 마주하는 구조적 한계,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밸류트랩은 개인의 노력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이 한계는 5장에서 정면으로 다룹니다).
| 인프라·구조로 귀속 (복제 어려움. 인정하고 넘어갑니다) | 우리가 가져갈 규율 (행동·기질. 이 글이 다룹니다) |
|---|---|
| 1만 건+ 기업 탐방·10년치 재무제표 정독·홍콩/심천 리서치팀 | 안 깨질 것을 먼저 묻는 선별 규율(4개 바구니의 정신) |
| 두 창업자 + 매니저 4인 공동운용(상호 편향 견제) | 좋은 기업을 사서 10년 들고 복리로 키우는 장기보유 |
| 절대성과연동 보수·연금 편입 등 운용사 제도 설계 | 강세장에서 소외를 견디는 기질(남이 다 벌 때 안 흔들리기) |
| 우호적 행동주의(지분으로 주주환원·지배구조 개선 압박) | 친숙한 분야에서만 캐는 능력의 원 |
| 한국 가치투자 자체의 구조적 한계(코리아 디스카운트·밸류트랩) | 한 줄로 적어둔 매수 논리(소외기에 다시 꺼내볼 기준) |
왼쪽은 11조 운용사라서 가능한 것들입니다. 오른쪽이야말로 펀드도 인프라도 없이 매번 쓸 수 있는 규율입니다. 왼쪽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 없습니다. (출처: VIP 공식, 한국경제)
선을 그었으니 분명히 해 둡시다. 이 글이 약속하는 것은 오른쪽 칸입니다. 안 깨질 것 먼저 묻기, 좋은 기업을 길게 들고 가기, 소외를 견디기, 아는 분야에서만 캐기, 매수 논리를 적어두기. 이것들은 자본도 인프라도 정보 우위도 필요 없는, 행동과 기질의 규율입니다. 왼쪽 칸은 인정하고 넘어갑니다. 우리는 VIP의 펀드를 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솔직히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오른쪽 칸의 규율들은 VIP가 처음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안전마진, 좋은 기업을 싸게, 장기보유는 그들이 스스로 밝힌 대로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에게서 온 것입니다(한국금융신문). 그런데 이것은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이 글의 논제를 떠받치는 사실입니다. VIP의 기여는 새 원리를 발명한 데 있지 않고, 그 원리가 한국 시장에서도 20년간 작동한다는 것을 자기 돈과 고객 돈으로 증명한 데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 한국에서도 가치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계속 입증하겠다고 말합니다(한국금융신문, 2023). 다만 증명됐다는 것이 곧 누구에게나 초과수익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닙니다(이 간극은 4장에서 정면으로 다룹니다).
이제 그 규율을 분해합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무엇을 어떻게 사고 버티는가(20년을 만든 규율)이고, 4장은 그 규율이 왜 강세장에서 소외되는가(한계), 5장은 그럼에도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가(2세대의 생존법), 6장은 개인인 내가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입니다.
한 가지 먼저: 그러면 그냥 인덱스나 좋은 펀드를 사면 되지 않는가
🤔 그렇다면 인덱스나 좋은 펀드를 사면 되지 않는가?
VIP처럼 가치주에 깊이 베팅하면 강세장에서 소외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은 이것입니다. "그냥 인덱스(지수 추종 펀드)를 사면 시장만큼은 따라가지 않는가?" 맞습니다. 인덱스는 강세장 소외를 피하는 가장 쉽고 훌륭한 기본값이고, 이 글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VIP가 2025년에 겪은 소외는 시장 전체를 사는 것이 가진 힘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분명히 해 둡니다. 이 글의 도구는 VIP 펀드를 따라 사라는 권유가 아니고(법적으로도 우리는 어떤 상품도 권유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무엇이 오를지 맞히는 예언 게임도 아닙니다. 이 도구가 향하는 곳은 단 하나, 내가 직접 종목을 고를 때 큰 실수를 줄이고, 소외의 시간을 견디는 것입니다. 인덱스는 적이 아니라 기본값이고, 이 글은 그 위에 한 겹을 얹을 뿐입니다.
1부. 무엇을 어떻게 사고 버티는가 (20년을 만든 규율)
1부에서는 VIP를 20년 버티게 한 규율을 봅니다. 핵심은 그들의 출발점이 무엇이 몇 배 오를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이걸 사면 안 깨질까라는 질문이었다는 점입니다. 먼저 그들은 무엇을 사든 안 깨질 것부터 고릅니다(1장). 그다음 기관도 인맥도 없이 오직 자기 분석과 신뢰만으로 100억 원을 위탁받는 출발을 만들어냈습니다(2장). 마지막으로 좋은 기업을 사면 10년이 넘도록 들고 가 복리로 키웁니다(3장). 세 장은 모두 빨리 벌기가 아니라 안 잃고 오래 가기라는 한 가지 정신의 변주입니다.
한 가지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각 장 마지막의 도구들은 시장을 이기는 도구가 아니라 큰 실수를 줄이고 오래 버티는 도구입니다. 최준철이 강연에서 즐겨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 한 문장이 이 정신을 압축합니다. "얼마를 벌까보다 어떻게 하면 안 깨질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2014년 강연 요약, 블로그 경유로 원문 녹취는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VIP처럼 11조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규율로 큰 실수를 피하고 소외의 시간을 견디는 것입니다.
VIP의 규율을 안 잃고 오래 가는 3단계로 재구성한 개념도입니다.
1장. 얼마 벌까보다 안 깨질까를 먼저 묻는다 (4개의 바구니)
VIP의 첫 규칙은 리스크를 수익보다 먼저 보는 것입니다. 그들은 좋은 기업을 싸게 사되, 그 싸다를 네 가지 상황으로 나눠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어느 바구니든 출발점은 이게 안 깨질까였습니다.
1.1 그들의 말: 얼마 벌까보다 어떻게 안 깨질까
VIP가 가치투자를 정의하는 방식은, 흔한 대박 이미지와 정반대입니다. 최준철이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입니다.
"가치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낮은 리스크와 적당한 리턴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최준철, 머니투데이 2023-04-22)
핵심은 순서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게 얼마나 오를까를 먼저 묻습니다. VIP는 이게 안 깨질까, 최악의 경우 무엇이 무너지나를 먼저 물었습니다. 최준철이 강연에서 즐겨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 표현은 이 순서를 더 분명히 합니다.
"가치투자자는 리턴보다는 리스크를 먼저, 그리고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2014년 강연 요약, 블로그 경유 / 원문 녹취 아님)
그들은 대박을 노리지 않는다고 일찍부터 못박았습니다. 대학생이던 2002년의 첫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 20년 뒤의 철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가치투자는 대박을 노리고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 (최준철, 2002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2015 회고 기사 재인용)
주식을 사고파는 종이가 아니라 사업의 일부로 보면, 첫 질문은 이 사업이 망하지 않을까가 됩니다. 가격이 출렁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영구히 훼손되는 것을 리스크로 본 것입니다.
VIP가 질문의 순서를 어디에 두는지를 대비한 개념도입니다. 강조는 테두리 선명도와 색으로만 표현했습니다.
1.2 실제 사례: 싸다를 네 가지로 나눈 4개의 바구니
말이 아니라 분류를 봅시다. 최준철이 2014년 강연에서 공개한 것으로 정리된 네 개의 바구니는, VIP가 저평가를 어떻게 나눠 보는지를 잘 보여줍니다(2014년 강연 요약, 블로그 경유로 원문 대조는 불가하므로 분류 틀로만 인용합니다).
이 표에 PBR이라는 말이 나오니 먼저 한 줄로 풀겠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회사의 장부가(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로 나눈 숫자입니다. PBR 0.5배는 1,000원짜리 자산을 500원에 살 수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싸다는 신호입니다. 한국 주식에는 이렇게 PBR이 1배 아래로 눌린 우량주가 유독 많습니다(그 이유는 5장에서 다룹니다).
| 바구니 (어떤 상황인가) | 무엇을 사나 | 핵심 질문 |
|---|---|---|
| 응급실의 A급 (1등의 일시적 악재) | 업계 1등이 일시적 악재로 급락했을 때 | '이게 구조적 문제인가, 잠깐 아픈 것인가' |
| 외면하기엔 너무 싼 (장부가보다 싼 우량주) | 너무 싸진 우량 기업(PBR이 낮은 회사) | '장부가보다 싼데, 사업은 멀쩡한가' |
| 흙 속의 진주 (시장이 모르는 강소기업) | 지방 중소기업 중 시장이 모르는 강소기업 | '100개를 봐서 1개를 찾을 만큼 단단한가' |
| 예측 가능한 성장 (이익이 꾸준한 성장주) |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성장 기업 | '이 이익이 내년에도 예측되나' |
네 바구니의 공통 질문은 안 깨지나였습니다. 이 분류는 2014년 강연 정리본(블로그 경유) 기반이라 틀로만 인용합니다.
이 네 바구니의 공통점이 핵심입니다. 어느 것이든 출발은 이게 안 깨질까였습니다. 응급실의 A급은 1등이 잠깐 아픈 것이지 죽는 것이 아닌지를 따지고, 외면하기엔 너무 싼은 장부가보다 싸진 우량주의 사업이 멀쩡한지를 따집니다. 단지 많이 떨어졌으니 싸다가 아니라, 떨어졌어도 안 깨지나를 본 것입니다.
이 분류가 한국 시장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PBR이 0.3에서 0.5배까지 눌린 우량주, PER이 3에서 4배인 종목을 기회로 봤습니다. 남들이 한국은 원래 싸다며 외면한 그 자리에서, 사업이 단단한 회사를 골라냈습니다. 다만 이 사례에서 가져갈 것은 특정 종목이나 PBR 숫자가 아니라, 싸다를 한 덩어리로 보지 않고 안 깨지는 종류와 위험한 종류로 가르는 눈입니다.
1.3 당신이라면 이렇게 적용하라: 싸다를 분해하는 질문
VIP의 4바구니 정신을 개인 투자자의 도구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핵심은 싸다를 그대로 매수 신호로 받지 않고, 왜 싼지를 먼저 가르는 것입니다.
💡 싸다를 분해하는 3단 질문
1단계. 이 종목이 싸다고 느낀 근거를 한 줄로 적는다. 'PBR이 0.5배다', '고점 대비 반토막이다' 같은 숫자로.
2단계. 왜 싼지를 둘로 가른다. 잠깐 미움받거나 악재로 눌린 것(일시적)인가, 사업의 이익과 자산이 실제로 무너지고 있는 것(영구적)인가.
3단계. 전자라면, 그 안에서 1등이거나 재무가 단단한 회사를 후보로 남긴다. 안 깨지나를 통과한 것만 산다. 상방은 그다음에 본다.
⚠️ 싸다의 함정 (밸류트랩)
많이 떨어졌으니 싸고, 싸니까 안전하다는 착각입니다. 한국 시장에는 싼 채로 몇 년이고 안 오르는 종목이 흔합니다(밸류트랩). 경영진이 자본을 잘못 쓰거나, 이익이 계속 줄거나,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가격은 싸도 가치가 함께 무너지는 중일 수 있습니다. 싸다는 더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는 신호일 뿐, 사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그 판단의 단서는 어디서 볼까요. 거창한 모델이 필요 없습니다.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순현금(현금에서 부채를 뺀 값)과 자산이 얼마인지, 최근 몇 년간 이익이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돌려주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VIP가 한 기업의 10년치 재무제표를 읽는 것도 결국 이 싼 가격이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를 가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핵심 전환은 싸니까 산다에서 왜 싼지를 가른 다음, 안 깨지는 쪽만 산다로 질문의 순서를 바꾸는 것입니다.
1장 결론: 얼마 벌까보다 안 깨질까를 먼저 묻습니다. 싸다는 매수 이유가 아니라 질문의 시작입니다. 싼 이유가 일시적 미움인지 영구적 훼손인지 가르는 것이 VIP의 첫 규율입니다.
2장. 기관도 인맥도 없이, 분석과 신뢰만으로 시작한다
VIP의 출발에는 기관 경력도, 집안 자본도, 인맥도 없었습니다. 대학 동아리 회원들의 돈으로 117%를 냈고, 그 기록을 본 넥슨 창업자가 약 100억 원을 맡기며 회사가 섰습니다. 그들을 출발시킨 것은 인맥이 아니라 공개된 분석과 그 분석이 만든 신뢰였습니다.
2.1 그들의 말: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VIP의 출발을 설명하는 최준철 본인의 회고입니다.
"창업을 결심했던 대학생 시절에 나이도 어리고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주저했더라면 과연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란 생각을 종종 한다." (최준철, 딜사이트 2023-07-06)
"우리 사회는 젊었을 때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관대한 만큼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최준철, 딜사이트 2023-07-06)
그들이 잡은 기회는 인맥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가치투자 사이트에서 서로의 기업 분석 글을 읽고 연락했고, 동아리에서 만났습니다(아시아경제). 최준철은 자신이 내성적이었다고 회고합니다.
"MBTI가 ISTJ다 보니 개인투자를 할 생각이었는데, 외향적 성향이 강한 김민국 대표가 나를 스믹(SMIC, 서울대 투자동아리)으로 이끌었다." (최준철, 딜사이트 2023-07-06)
핵심은 그들의 출발 자본이 인맥이나 돈이 아니라 공개된 분석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자기 분석을 동아리 신문과 온라인에 공개했고, 그 분석을 본 사람들이 돈을 맡겼습니다. 검증할 트랙레코드도, 보증해줄 기관 이름도 없던 시절에,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자본은 분석의 질이었습니다.
2.2 실제 사례: 동아리 117%와 넥슨의 위탁
말이 아니라 출발의 사실을 봅시다. 두 사람은 2001년 서울대 투자 동아리 SMIC에서 회원들의 자금을 모아 VIP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했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약 117%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한국금융신문). 같은 시기 최준철은 대학 3학년이던 2002년에 책 한 권을 냈습니다. 한국인이 한국 시장에 맞게 쓴 최초의 가치투자서로 소개된 책입니다(딜사이트). 그들은 분석을 공개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공개가 출발을 만들었습니다. 넥슨 창업자 김정주가 최준철이 온라인에 올린 게임사 분석 글을 보고 연락해, 약 100억 원을 국내 저평가 가치주 운용으로 위탁한 것이 회사의 출발점이 됐습니다(아시아경제 / 금액은 일부 기사에서만 명시돼 약 100억 원으로 표기). 딜사이트의 표현이 이 출발의 무게를 압축합니다. 제도권 금융 경험이 전혀 없던 이들에게 100억 원을 맡겼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2003년, 폐업 직전의 자문사를 인수해 VIP투자자문을 세웠습니다(아시아경제). 창업 후 3년간은 비용을 아끼려 사무실을 숙소로 쓰며 24시간 함께 생활했다고 전해집니다.
| 시점 | 사실 | 출발 자본은 무엇이었나 |
|---|---|---|
| 2001 | 동아리 회원 자금으로 VIP펀드 운용 시작 | 검증된 트랙레코드 없음. 가진 것은 분석뿐 |
| 2001~2003 | VIP펀드 약 +117% | 공개된 성과가 첫 신뢰가 됨 |
| 2002 | 대학 3학년 최준철, 가치투자서 출간 | 분석을 책으로 공개 |
| 2003 | 약 100억 원 위탁, 폐업 직전 자문사 인수해 창업 | 인맥·기관 이름이 아니라 공개 분석이 100억을 불러옴 |
넥슨 위탁 약 100억 원은 일부 기사에서만 금액이 명시돼 약으로 표기합니다. 117%는 동아리 펀드 기준입니다. (출처: 한국금융신문, 아시아경제, 딜사이트)
넥슨의 100억 원 위탁은 펀드도 자본도 없는 개인이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운과 시대와 인연이 겹친 출발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사례에서 가져갈 것은 그 출발을 부른 행동입니다. 자기 분석을 공개하고, 작은 자본으로 먼저 성과를 만들어 보이며, 그 기록 자체를 신뢰 자본으로 쌓은 것입니다. 인맥이 없어도 분석과 기록은 누구나 쌓을 수 있습니다.
2.3 당신이라면 이렇게 적용하라: 신뢰 자본을 먼저 쌓는 질문
VIP의 출발 정신을 개인 투자자의 도구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핵심은 기다리지 말고, 검증 가능한 기록부터 쌓는 것입니다. 이것은 종목을 고르는 도구라기보다, 투자자로서 자기 신뢰를 쌓는 도구입니다.
💡 신뢰 자본을 쌓는 질문
1단계. 매수할 때마다 왜 샀는가를 한 줄로 기록한다. 날짜, 가격, 그 가격이 싸다고 본 근거를 적는다.
2단계. 그 기록을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본다. 내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아니라, 내 논리가 일관됐는지를 본다.
3단계. 작은 자본으로 먼저 자기만의 트랙레코드를 만든다. 큰돈을 굴릴 자격은 인맥이 아니라, 작은 돈에서 만든 검증 가능한 기록에서 나온다.
⚠️ 기록 없는 확신의 함정
기록하지 않으면, 우리는 늘 자신이 옳았다고 기억합니다. 맞힌 것만 또렷이 남고 틀린 것은 흐려집니다. VIP가 20년간 1만 건 넘는 분석 보고서를 쌓은 이유는 천재라서가 아니라, 기록만이 자기 판단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록 없는 확신은 실력이 아니라 착각이기 쉽습니다.
그 기록은 어디에 남길까요. 거창한 시스템이 필요 없습니다. 메모 앱이나 노트 한 권이면 됩니다. 살 때 이 종목, 이 가격, 이 이유를 세 줄로 적고, 팔 때 이래서 판다를 한 줄로 적는 것이 출발입니다. VIP의 11조도, 처음엔 대학생 둘이 공개한 분석 글 한 편에서 시작했습니다.
핵심 전환은 인맥도 자본도 없으니 못 한다에서 인맥이 없으니 검증 가능한 기록부터 쌓는다로 바꾸는 것입니다.
2장 결론: 기관도 인맥도 없이 시작한 그들의 출발 자본은 공개된 분석과 그것이 만든 신뢰였습니다. 인맥이 없을수록, 검증 가능한 기록이 유일한 신뢰 자본이 됩니다.
3장. 좋은 기업을 사면 10년을 들고 간다 (복리)
VIP의 세 번째 규율은 장기보유입니다. 그들은 동서를 14년 들고 약 16배, 오리온을 약 20배로 키웠습니다. 연 100%씩 오른 적은 없었습니다. 안 깨먹고 차근차근 쌓아 복리가 작동하게 한 것입니다. 펀드 회전율 약 55%가 그 증거입니다.
3.1 그들의 말: 단기 욕심은 없지만 장기 욕심은 부린다
장기보유에 대한 VIP의 원칙은, 흔히 떠도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최준철이 직접 한 말입니다.
"단기 성과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장기 성과에 대한 욕심은 부린다." (최준철, 머니투데이 2023-04-22)
왜 길게 들고 갈까요. 그의 논리는 복리에 있습니다.
"수익률을 안 깨먹고 차근차근 쌓아 올리면 결국은 복리의 마법이 발휘되면서 수익률이 커질 수 있다는 거죠." (최준철, 머니투데이 2023-04-22)
여기서 1장의 규율과 3장의 규율이 한 쌍으로 연결됩니다.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는 이유는, 안 깨먹어야 복리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 크게 잃으면 복리는 멈춥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식을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라 소유하는 사업으로 봤습니다.
"주식을 가진다는 것은 '투자'라기보다 '소유'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최준철, 파이낸셜뉴스 2018-08-16)
"내가 라면 회사를 창업할 순 없지만, 농심 주식을 사면 라면 사업을 하는 것." (최준철, 아시아경제 2023-05-23)
사업을 소유한다고 생각하면, 가격이 며칠 출렁인다고 팔 이유가 없습니다. 사업이 계속 좋아지는 한 들고 가는 것입니다.
3.2 실제 사례: 동서 14년 16배, 오리온 20배
말이 아니라 결과를 봅시다. VIP는 커피믹스 회사 동서를 2001년에 사서 2015년까지 약 14년을 들고 가, 약 16배의 수익을 냈습니다(머니투데이, 2023-04). 초코파이 회사 오리온은 2001년 9월 11일 테러 직후 시장이 통째로 급락했을 때 사서, 2023년 기준 약 20배가 됐고 지금도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습니다(머니투데이 / 시사저널e).
| 종목 | 매수 시점 | 보유·성과 |
|---|---|---|
| 동서(커피믹스) | 2001년 | 약 14년 보유, 약 16배. 연 100% 급등 없이 복리로 누적 |
| 오리온(초코파이) | 2001년 9.11 직후 급락기 | 2023년 기준 약 20배, 현재도 보유 중(20년 이상) |
배수는 본인 인터뷰 기준이며 정확한 매수·평가 단가는 비공개입니다. 종목명은 과거 사례일 뿐 현재 매수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 머니투데이 2023-04, 시사저널e)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16배가 됐는가입니다. 최준철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동서는 어느 해에 갑자기 두 배가 된 것이 아니라 매년 꾸준히 오른 것이 14년간 누적돼 16배가 됐습니다(머니투데이). 이것이 복리입니다. 그리고 이 스타일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VIP의 펀드 회전율은 약 55%로, 공모펀드 평균보다 낮습니다(머니투데이, 2023-02).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팔지 않고 오래 들고 간다는 뜻입니다.
동서나 오리온이라는 종목 자체는 이 글의 교훈이 아닙니다. 20여 년 전의 사례이고, 지금 같은 가격도 같은 사업도 아닙니다. 가져갈 것은 좋은 기업을 골랐다면 며칠의 가격 출렁임이 아니라 사업이 좋아지는 한 들고 가서 복리가 작동할 시간을 준다는 태도입니다.
3.3 당신이라면 이렇게 적용하라: 복리에 시간을 주는 질문
VIP의 장기보유 규율을 개인 투자자의 도구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핵심은 파는 기준을 가격이 아니라 사업에 두는 것입니다.
💡 복리에 시간을 주는 질문
1단계. 살 때 이 사업이 어떻게 좋아질 것인가를 한 줄로 적는다. 이것이 보유의 근거다.
2단계. 팔고 싶어질 때마다 묻는다. 그 보유 근거가 깨졌는가(사업이 나빠졌나), 아니면 그냥 가격이 출렁이거나 지루해서인가?
3단계. 근거가 멀쩡한데 가격만 흔들리는 것이면 들고 간다. 근거가 깨졌으면 판다. 복리는 안 깨먹고 시간을 줄 때만 작동한다.
⚠️ 장기보유의 함정 (나쁜 기업을 오래 드는 것)
오래 들면 복리가 작동한다는 좋은 기업에만 해당됩니다. 사업이 무너지는 회사를 오래 드는 것은 장기투자가 아니라 손실을 키우는 것입니다. VIP도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건설사는 여러 번 성공한 뒤 과신해 경고 신호를 보고도 추가 매수했다가 그 회사가 부도나 큰 손실을 봤다고 전해집니다(2차 출처). 장기보유의 전제는 좋은 기업이지 오래가 아닙니다.
그 판단의 단서는 어디서 볼까요. 분기마다 나오는 회사의 실적입니다. 매출과 이익이 사 둔 논리대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꺾였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가격 차트가 아니라 사업의 실적이 보유와 매도의 기준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보유 근거는 살 때 한 줄로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점검할 수 없습니다.
핵심 전환은 오를 때 팔고 빠질 때 판다에서 사업이 나빠질 때만 판다로 바꾸는 것입니다.
3장 결론: 좋은 기업을 골랐다면 복리가 작동할 시간을 줍니다. 동서는 14년에 16배가 됐고, 그것은 안 깨먹고 들고 간 결과였습니다. 단, 장기보유의 전제는 오래가 아니라 좋은 기업입니다.
2부. 그 규율이 왜 소외되는가, 그럼에도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한계와 생존)
1부에서 본 규율, 즉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고 좋은 기업을 길게 들고 가는 방식은 20년의 생존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규율이 2025년 강세장에서는 그들을 소외시켰습니다. 안전한 것을 먼저 고르는 사람은, 시장이 위험한 것에 환호할 때 가장 뒤처지기 때문입니다. 4장은 그 소외를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봅니다. 그리고 5장은, 그 한계를 안고도 그들이 한국에서 20년을 살아남은 조건을 봅니다. 규율의 강점과 한계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4장. 20년을 살아남은 규율이, 가장 뜨거운 장에서 소외됐다
2025년 코스피가 급등하는 동안 VIP의 대표 공모펀드는 절대 수익은 좋았으나 시장에 크게 못 미쳤고, 그들은 2026년 1월 사과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코스피를 끌어올린 반도체·대형 성장주를 그들의 규율이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는 규율의 다른 얼굴입니다.
4.1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실: 소외와 사과문
이 글이 위인전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장입니다. VIP를 한국에서 가치투자를 증명한 영웅으로만 칭송하면, 2025년의 성적표를 아는 독자 한 명이 글 전체를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가장 약한 지점을 먼저 정면으로 봅니다.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급등했습니다. 그 국면에서 VIP의 대표 공모펀드인 VIP한국형가치투자펀드는 시장에 크게 뒤졌습니다. 다만 그 정도는 어느 수치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모펀드는 같은 펀드라도 수수료와 가입 경로에 따라 여러 클래스로 나뉘는데, 이 클래스에 따라 같은 기간 수익률도 크게 갈립니다. 가장 널리 인용된 A클래스의 6개월 수익은 약 5.99%였지만, 같은 펀드의 C클래스는 같은 6개월에 약 26.69%였습니다. 클래스에 따라 6개월 수치가 약 5.99%에서 26.69%까지 갈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단일 클래스의 극단적 수치에 기대지 않고, 클래스 의존이 적은 1년 격차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1년 기준 펀드는 절대 수익이 좋았지만(약 41~46%), 같은 기간 코스피 약 90%에는 크게 못 미쳤습니다(시사저널e, funddoctor). 자기보고 수치를 의심하라고 가르치는 글이, 가장 극단적인 단일 수치를 사실처럼 박아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출처: funddoctor, 시사저널e. 과거 성과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헤드라인을 단일 클래스 6개월 수치(약 5.99%)에 걸지 않습니다. 같은 펀드 C클래스는 6개월 약 26.69%였습니다. 클래스 의존이 적은 1년 격차로도 소외는 충분히 성립합니다(약 41~46% vs 약 90%). 1년 수치는 측정일 차이로 2026년 1월 약 46.80%, 2026년 6월 약 41.00%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숨기지 않았습니다. 2026년 1월, VIP자산운용은 고객에게 공식 사과문을 보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당사의 운용 성과는 고객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VIP자산운용 공식 사과문, 2026-01)
"부진한 결과에 따른 실망과 우려를 저희 또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VIP자산운용 공식 사과문, 2026-01)
그들은 사과에서 그치지 않고, 대표를 포함한 운용역 네 명이 직접 영상에 나와 부진의 원인을 냉정히 설명했습니다. 신년 라이브와 월간 정기 콘텐츠를 취소하고, 그 자리에 부진 분석 대담을 올렸습니다(뉴스데일리). 잘나갈 때만 얼굴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가장 못할 때 얼굴을 내민 것입니다.
4.2 왜 소외됐나: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른 대가
왜 20년을 버틴 규율이 이 장에서 소외됐을까요. 원인은 단순합니다. 2025년 코스피 급등을 이끈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 성장주였습니다. 그런데 VIP의 포트폴리오는 메리츠금융지주, 오리온, KT&G, 크래프톤, F&F처럼 안정적인 방어주와 가치주 위주였고, 시가총액 상위의 대형 성장주는 거의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시사저널e).
🧭 강세장 소외의 메커니즘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는 규율은, 가격이 비싸 보이거나 변동성이 큰 종목을 자연스럽게 피합니다. 그런데 강세장에서 가장 빨리 오르는 것은 바로 그 비싸 보이고 변동성 큰 종목들입니다. 그래서 안 깨지는 것을 고른 포트폴리오는, 시장이 위험한 것에 환호하는 국면에서 구조적으로 뒤처집니다. 이것은 그 규율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그 규율이 원래 그렇게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더 정직하게 짚습니다. 이 소외를 2025년의 6개월짜리 사건으로 좁게 읽으면 오해합니다. 가치투자의 소외는 짧은 사건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국면입니다. 미국에서도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년간 가치는 성장주에 뒤졌고, 한국도 2010년대 중반 내내 가치주가 외면받았습니다. 그러니 독자가 이 글을 조금만 견디면 지나갈 6개월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소외는 몇 년이 갈 수도 있는 레짐이고, 그래서 4장 뒤에서 다루는 견디는 기질이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안 빼도 되는 돈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소외를 100% 규율의 정당한 대가로만 포장하는 것도 사실 왜곡입니다. 가치투자자도 시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코스피를 주도하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너무 보수적으로 본 판단의 측면도 있습니다. VIP 스스로도 부진을 규율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지 않고 원인을 냉정히 짚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소외를 두 겹으로 봅니다. 한 겹은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는 규율의 구조적 대가이고, 다른 한 겹은 그들 스스로 인정한 판단의 영역입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4.3 이 소외가 무엇을 깨고 무엇을 남기는가 + 반증조건
여기서 이 글의 논제로 돌아옵니다. 이 소외는 무엇을 무너뜨리고 무엇을 남기는가.
소외는 VIP가 좋다니 그 펀드를 따라 사면 시장보다 더 번다는 추종 논리를 무너뜨립니다. 만약 이 글이 VIP를 따라 하면 시장을 이긴다고 주장했다면, 2025년의 성적표는 글을 끝장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의 논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VIP의 20년 생존은 안 깨지는 선별과 장기보유의 결과이고, 바로 그 규율은 강세장에서 소외된다였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소외는 그 논제와 어긋나지 않습니다. 다만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생존도 소외도 규율의 증거라면, 그 자체로는 규율이 옳다는 독립 증거가 못 됩니다. 소외가 깨는 것은 따라 사면 이긴다는 추종 논리뿐이고, 규율의 값어치는 VIP가 아니라 그것을 쥔 당신이 큰 실수를 줄이느냐로만 판가름납니다.
💡 소외가 깨는 것과 남기는 것
(1) 강세장에서 소외됐다는 것은 그들의 규율이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른다는 뜻 그대로 작동했다는 증거입니다. 안전을 먼저 고르면 가장 뜨거운 것을 놓칩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우리가 인정한 규율의 다른 얼굴입니다.
(2) 그런데도 20년을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 규율이 안 깨먹기에는 강했다는 뜻입니다. 강세장 한 번을 놓치는 것과, 폭락장에서 크게 깨지는 것 중 어느 쪽이 복리에 치명적인지를 그들은 압니다.
(3) 그들이 소외를 숨기지 않고 사과했다는 것은 예측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규율을 지키는 태도가 그들의 본질이라는 뜻입니다. 따라 할 것은 그들의 적중이 아니라 이 태도입니다.
특히 두 번째가 이 글의 닻입니다. 이 글의 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자수성가 가치투자의 20년 생존, 그러나 강세장 소외. 이 둘은 모순이 아니라 한 규율의 양면입니다.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는 사람은 폭락장에서 덜 깨지고, 강세장에서 덜 법니다. 20년을 놓고 보면 덜 깨진 것이 복리로 쌓여 생존이 됐고, 6개월을 놓고 보면 덜 번 것이 소외로 보였습니다. 같은 규율이 시간 창에 따라 생존으로도 소외로도 보이는 것입니다.
진짜 급소, 그리고 이 글이 틀리는 조건
여기까지 오면 규율은 복제 가능하다는 이 글 약속의 진짜 급소가 남습니다.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고 좋은 기업을 길게 들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주변이 다 두 배씩 벌 때 제자리인 내 종목을 흔들리지 않고 들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입니다. 소외의 고통은 손실의 고통보다 견디기 어렵습니다. 손실은 시장 탓이라도 할 수 있지만, 소외는 내가 틀렸다는 의심을 매일 키우기 때문입니다. VIP조차 20년 차에 사과문을 썼으니, 혼자 견디는 개인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도구들은 명언이 아니라 소외의 순간에 다시 꺼내보는 질문형 마찰장치입니다. 이게 안 깨질까, 왜 싼가, 보유 근거가 깨졌나는 모두 흔들릴 때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고, 가장 강력한 것은 살 때 적어둔 한 줄의 보유 근거입니다. 다만 개인의 이런 자기 약속은 강제력이 없어 패닉을 없애지 못하고 줄일 뿐이므로, 안 빼도 되는 돈으로만, 인덱스 같은 기본값 위에 한 겹으로만 이 규율을 얹는 것이 본체입니다.
그러니 반증의 조건도 분명합니다. 이 규율을 손에 쥔 개인이 안 쥔 개인보다 큰 실수를 덜 하지도 않고 소외기에 더 잘 견디지도 못한다면, 이 글의 약속은 거짓입니다. 우리가 복제하라고 한 것은 VIP의 수익률이나 적중이 아니라 선별 규율과 기질이고, 반증의 대상도 수익률이 아니라 바로 그 행동입니다. VIP 따라 사면 시장을 이긴다는 애초에 약속한 적이 없으므로, 2025년 소외는 이 글의 반증이 아닙니다.
4장 결론: 20년을 살아남은 규율이 가장 뜨거운 장에서 소외됐습니다. 그러나 그 소외는 규율이 틀렸다는 증거가 아니라,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는 규율의 다른 얼굴입니다. 생존과 소외는 같은 규율의 양면입니다.
5장. 한국에서 20년을 살아남은 조건: 가치투자 2세대의 생존법
이채원이 기관에서 32년을 쌓아 운용사를 차린 1세대라면, VIP는 대학 동아리에서 직접 출발한 2세대입니다. 한국 가치투자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밸류트랩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고, 그 한계 위에서 VIP를 살아남게 한 것은 공동운용, 대중 교육, 그리고 기다림을 넘어선 우호적 행동주의였습니다. 이채원도 한국 가치투자입니다. VIP의 고유함은 출발과 생존 방식에 있습니다.
5.1 1세대 이채원(기관 32년) vs 2세대 VIP(동아리 직접 창업)
VIP의 고유함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이 한국 가치투자의 유일한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한국에는 VIP보다 먼저 가치투자의 길을 연 1세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채원입니다.
이채원은 1988년 한화증권(현 한국투자증권 계열)에 입사해 약 32년을 기관에서 일했습니다(중앙대 교내신문). 그는 기관 재직 중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고 가치투자를 발견했고, 1998년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펀드를 출시했으며, 그 기관 경력을 바탕으로 2006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설립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 1세대의 상징입니다. 강방천(에셋플러스), 허남권(신영)도 같은 1세대로 분류됩니다(한국경제).
VIP는 다릅니다.
| 구분 | 이채원 (1세대) | 최준철·김민국 (VIP, 2세대) |
|---|---|---|
| 출발 | 기관(한화·한국투자증권) 약 32년 경력 | 기관 경력 없이 대학 동아리에서 직접 |
| 운용사 설립 | 2006년, 기관 경력 바탕 | 2003년, 대학 졸업 즈음 동아리 자금·100억 위탁으로 |
| 첫 자본 | 기관의 고유자산·인프라 | 동아리 회원 자금과 공개 분석이 부른 위탁 |
| 공통점 | 둘 다 그레이엄·버핏 계보의 한국 가치투자 | 둘 다 같은 가치주 부진기를 통과 |
이채원도 한국 가치투자의 정통입니다. VIP의 차별점은 가치투자 자체가 아니라 기관 없이 동아리에서 직접 출발했다는 경로에 있습니다. (출처: 중앙대 교내신문, 한국경제)
이 차이는 단순한 이력의 차이가 아닙니다. 기관 출신은 기관도 인정한 방법이라는 신뢰를 안고 출발하지만, VIP는 그 신뢰조차 스스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존은 기관 출신이 아니어도, 한국에서도 가치투자가 가능하다는 명제의 가장 순수한 실험이 됩니다. 같은 가치투자 부진기를 통과하면서, 이채원은 자신이 운용하던 공모 주식형 펀드가 성장주 쏠림 속에 수익률 직격탄을 맞아 2020년 말 운용 스타일에 변화를 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한국밸류 대표직에서 물러났고(한국일보), 공모펀드가 없던 일임·사모 구조로 조직을 유지한 VIP는 그 직격탄을 피해 살아남았습니다. 두 경로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이것은 누가 옳았다는 평가가 아니라, 구조가 다르면 같은 부진기도 다르게 통과한다는 사실의 서술입니다. 그러니 VIP가 부진기를 버틴 데는 안 깨지는 규율만이 아니라, 사모·일임이라 고객 돈이 패닉에 도망치지 못한 구조 효과도 컸습니다. 개인에게 이 구조는 없습니다. 그래서 개인이 복제할 것은 바로 그 구조를 스스로 만드는 것, 안 빼도 되는 돈으로만 들어가 자기 돈을 사모처럼 묶는 일입니다.
5.2 한국 가치투자의 구조적 한계: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밸류트랩
VIP의 생존이 인상적인 이유는, 한국 가치투자가 마주하는 구조적 한계가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한계를 정직하게 봐야 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주식이 만성적으로 싸게 거래되는 현상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약 1.2배로 45개국 중 41위였고, 그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주주환원과 지배구조로 분석됐습니다(자본시장연구원, 2022). 한국은 구조적으로 싼 시장이라는 뜻이고, 이것은 개인이 종목을 잘 골라도 없앨 수 없는 구조적 한계입니다.
이것이 가치투자에 왜 한계가 되는지는 분명합니다. 가치투자는 싼 주식이 언젠가 제값을 찾아간다는 전제 위에 섭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전제가 자주 무산됩니다. 지배주주가 주가를 올릴 동기가 없고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싼 주식은 싼 채로 몇 년이고 머뭅니다. 이것이 밸류트랩(value trap)입니다. 저평가된 기업이 경영진의 잘못된 자본 배분으로 반등 없이 계속 저평가되는 함정입니다.
여기서 VIP가 살아남은 방식이 드러납니다. 그들은 이 한계를 부정하지 않고, 한국 시장에 맞춰 규율을 조정했습니다. PBR 0.3에서 0.5배, PER 3에서 4배까지 눌린 우량주를 기회로 받아들이되, 밸류트랩을 피하려고 1만 건 넘는 탐방으로 안 깨지는 회사를 가렸습니다. 한국이 원래 싸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고, 그 안에서 안 깨지는 것을 고르는 방식이 그들의 한국형 가치투자였습니다.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도 투자자마다 다르게 맞섭니다. 이 글은 VIP가 그 한계 위에서 어떻게 선별 규율을 조정했나에 초점을 둡니다. 1세대 이채원이 같은 구조적 할인에 어떻게 다르게 대응했는지, 즉 공모 구조의 취약성과 재평가 촉매의 부재라는 각도는 이채원 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5.3 VIP를 살아남게 한 고유함: 공동운용·교육·우호적 행동주의
VIP가 한계 위에서 20년을 살아남은 데는, 다른 가치투자자와 구별되는 세 가지 고유함이 있습니다.
첫째는 공동운용입니다. 최준철과 김민국은 20년 넘게 공동대표로 함께 운용했습니다. 두 사람은 성향이 달랐습니다. 김민국은 전통적 안전마진을 중시하는 딥밸류 쪽이고, 최준철은 성장 가치에 비중을 두는 쪽입니다. 서로 다른 두 성향이 한 포트폴리오를 함께 보면, 한쪽의 편향이 다른 쪽에 의해 견제됩니다. 지금은 평균 경력 14년의 매니저 네 명이 함께 운용합니다. 한 사람의 천재성에 기대지 않는 이 구조가, 한 사람이 무너지면 회사가 흔들리는 위험을 줄였습니다.
둘째는 대중 교육입니다. 그들은 2019년 유튜브 채널 브자TV(현 VIP TV)를 열어, 현직 자산운용사 대표가 직접 일반 투자자에게 가치투자를 가르쳤습니다(머니투데이). 광고도 붙이지 않았습니다. 최준철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실패 사례도 쌓이고 있다. 가치투자란 무엇인지 알리고 싶어서." (최준철, 머니투데이 2020-10-24)
대학 시절 동아리 신문으로 가치투자를 알리려던 그 행동이, 20년 뒤 유튜브로 이어진 것입니다. 분석을 공개해 신뢰를 쌓는 2장의 출발 정신이, 교육이라는 형태로 회사의 해자가 됐습니다. 이것은 이채원 1세대보다 VIP가 더 적극적으로 한 부분입니다.
셋째는 우호적 행동주의입니다. 최근 VIP는 단순히 싼 주식을 사서 기다리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낮은 주주환원과 지배구조라면, 그것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밸류트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김민국의 말이 이 전환을 압축합니다.
"이제 기다림만으로는 부족하다." (김민국, 아주경제 2026-02-12)
"주주가 주장하지 않으면 회사는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 (김민국, 아주경제 2026-02-12)
그들은 보유 지분으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은 적대적 싸움이 아니라 설득이라고 강조합니다.
"행동주의는 투쟁이나 압박이 아니라 대주주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설득의 과정." (김민국, 아주경제 2026-02-12)
이 세 가지, 특히 우호적 행동주의는 11조를 굴리는 운용사라서 가능한 일입니다. 개인이 지분으로 회사를 압박하는 것은 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5장에서 우리가 가져갈 것은 행동주의 자체가 아니라,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알고, 그 한계 위에서 내 규율을 조정한다는 태도입니다. 한국이 원래 싸다는 것, 싼 채로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종목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밸류트랩의 함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5장 결론: VIP는 한국 가치투자의 구조적 한계(코리아 디스카운트·밸류트랩) 위에서, 공동운용·대중 교육·우호적 행동주의로 20년을 살아남았습니다. 이채원도 한국 가치투자입니다. VIP의 고유함은 기관 없이 동아리에서 출발해, 한계를 알고 규율을 조정하며 버틴 2세대의 생존 방식에 있습니다.
6장. 개인이 가져갈 것: 소외를 견디는 다섯 질문
먼저 이 글이 당신에게 건네는 것의 정체를 한 문장으로 못박겠습니다. 이 다섯 질문은 당신이 직접 종목을 고를 때 큰 실수를 줄이는 도구입니다. 가치투자를 하라는 권유도, 인덱스보다 낫다는 약속도, VIP 펀드를 사라는 말도 아닙니다. 종목을 직접 고르지 않고 인덱스만 보유하기로 했다면 그것도 훌륭한 선택이고, 그때도 다섯 번째 질문(소외를 견딜 수 있는가)은 그대로 쓸모가 있습니다. 이 도구는 시장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확신과 소외 앞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다섯 도구를 한자리에 모읍니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사기 전에 그리고 흔들릴 때 손이 한 번 멈추도록 끼워 넣는 마찰입니다. 1번과 2번에는 막연하지 않도록 재무제표에서 볼 것을 한 가지씩 붙였습니다.
💡 VIP가 남긴 다섯 질문 (체크리스트)
종목을 사기 직전, 그리고 들고 있다가 흔들릴 때 자신에게 던집니다. 하나라도 답이 막히면 멈추거나 다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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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깨질까. 이게 최악의 경우 무엇이 무너지는가, 그것을 견딜 수 있는가? (볼 것: 순현금이 플러스인가, 적자라면 그 적자를 몇 년 버틸 현금이 있는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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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싼가. 이 종목이 싼 이유가 일시적 미움인가, 사업의 영구적 훼손인가? 한국에서는 싼 채로 머무는 밸류트랩이 흔하다. (볼 것: 최근 3년 영업이익이 늘었나 줄었나, 배당이나 자사주로 주주에게 돌려주나) (1장·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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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업을 아는가. 내가 정말 이해하는 분야인가? 모르는 분야는 싸 보여도 후보가 아니다.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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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근거가 깨졌나. 팔고 싶은 이유가 사업이 나빠져서인가, 아니면 가격이 빠지거나 소외돼서인가? 살 때 적어둔 한 줄을 다시 본다.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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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외를 견딜 수 있는가. 남이 다 벌 때 내 종목이 제자리여도, 안 빼도 되는 돈으로 산 것인가? 견딜 수 없는 돈이면 크기가 잘못된 것이다. (4장)
⚠️ 20년을 버틴 그들도 사과했다
VIP의 교훈은 그들이 시장을 이겼다가 아니라 안 깨지는 규율로 20년을 버텼고, 그 규율 때문에 강세장에 소외돼 사과했다입니다. 따라서 이 다섯 질문은 시장을 이기는 도구가 아니라, 큰 실수를 줄이고 소외를 견디는 도구입니다. 이 질문들을 쥐어도 강세장 소외는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큰 실수로 복리가 멈추는 것은 줄일 수 있습니다.
다섯 질문이 아직 멀게 느껴진다면, 내일 증권 앱을 열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한 걸음부터 권합니다. 거창한 모델이 아닙니다.
👣 내일 할 수 있는 첫 한 걸음
1단계. 관심 가는 기업 하나를 골라, 최근 3년 영업이익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만 검색해 한 줄로 적는다(증권사 앱의 재무 화면이나 포털 금융에서 바로 보인다).
2단계. 그 회사를 사고 싶다면, 왜 사는가를 한 줄로 적는다. 이것이 나중에 신저가가 오거나 소외될 때 다시 꺼내볼 보유 근거가 된다.
3단계. 그 돈이 몇 년이 걸려도 빼지 않아도 되는 돈인지 확인한다. 아니라면 크기를 줄이거나, 인덱스로 남겨둔다.
VIP의 11조도 대학생 둘이 공개한 분석 글 한 편에서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늘 한 줄입니다.
이 다섯 줄과 첫 한 걸음을 종이 한 장이나 메모 앱에 적어두고, 강하게 확신할 때 그리고 소외로 흔들릴 때 먼저 읽습니다. VIP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11조를 굴리는 비법이 아니라, 흔들리는 손이 한 번 멈추게 만드는 이 질문들입니다.
6장 결론: 개인이 가져갈 것은 VIP의 펀드도 종목도 아니라, 안 깨질까·왜 싼가·아는가·근거가 깨졌나·견딜 수 있나라는 다섯 질문입니다. 이것은 시장을 이기는 도구가 아니라 큰 실수를 줄이는 도구이며, 따라 할 것은 종목이 아니라 규칙입니다.
어록: 그들의 말 (원문) + 오귀속 경계
VIP의 철학은 화려한 명언이 아니라, 20년간 반복한 단순한 문장들에 있습니다. 확인된 직접 발언만 원문으로 싣고, 출처가 불분명한 채 떠도는 문장은 명확히 가릅니다.
확인된 원문 (1차에 가까운 직접 인용)
🗣️ 최준철·김민국의 말
"가치투자는 대박을 노리고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 (최준철, 2002 / 2015 회고 재인용)
"주식을 가진다는 것은 '투자'라기보다 '소유'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최준철, 파이낸셜뉴스 2018)
"단기 성과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장기 성과에 대한 욕심은 부린다." (최준철, 머니투데이 2023)
"수익률을 안 깨먹고 차근차근 쌓아 올리면 결국은 복리의 마법이 발휘된다." (최준철, 머니투데이 2023)
"내가 라면 회사를 창업할 순 없지만, 농심 주식을 사면 라면 사업을 하는 것." (최준철, 아시아경제 2023)
"이제 기다림만으로는 부족하다." (김민국, 아주경제 2026)
"주주가 주장하지 않으면 회사는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 (김민국, 아주경제 2026)
"한국에서도 가치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계속 입증하겠습니다." (최준철·김민국, 한국금융신문 2023)
약화 표기로만 인용한 발언 (2차·강연 정리 경유)
📎 원문 대조가 안 된 발언 (틀로만 인용)
"얼마를 벌까보다 어떻게 하면 안 깨질까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는 리턴보다 리스크를 먼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이 두 문장은 2014년 강연을 블로그가 정리한 것으로, 원문 녹취가 아닙니다. 본문에서는 강연에서 즐겨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로 약화 표기했습니다. 4개 바구니 분류도 같은 출처라 분류 틀로만 인용했습니다.
오귀속 경계 (출처 없이 떠도는 문장)
⚠️ 이건 그들의 말이 아니다
"싸게 사는 것이 최고의 리스크 관리"라는 문장은 가치투자 글에서 VIP의 말처럼 자주 인용됩니다. 그러나 최준철·김민국의 직접 발언으로 확인된 출처가 없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계열의 일반론과 혼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이 문장을 그들의 어록으로 쓰지 않습니다. 거장의 말이라며 떠도는 문장일수록, 출처를 확인하기 전에는 믿지 않는 것이 가치투자의 첫 자세입니다.
대학생 둘이 동아리 자금으로 시작해 기관 없이 한국에서 20년을 버텨 약 11조를 굴리게 된 것은, 천재적 적중이 아니라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고 좋은 기업을 길게 들고 간 규율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규율은 강세장에서 그들을 소외시켰고, 그들은 그것을 숨기지 않고 사과했습니다. 우리가 가져갈 것은 그들의 펀드가 아니라, 안 깨지게 고르고 소외를 견디는 기질입니다.
- 무엇을 어떻게 사고 버티는가: 얼마 벌까보다 안 깨질까를 먼저 묻고(4개 바구니), 기관 없이 분석과 신뢰로 출발했으며, 좋은 기업을 10년 넘게 들고 복리로 키웠습니다(동서 14년 약 16배, 오리온 약 20배).
- 왜 소외되는가: 안 깨질 것을 먼저 고르면 강세장에서 가장 빨리 오르는 것을 놓칩니다. 2025년 1년 기준 펀드 약 +41~46% vs 코스피 약 +90%(6개월은 클래스에 따라 약 5.99~26.69%로 갈림), 2026년 1월 공개 사과. 생존과 소외는 같은 규율의 양면이고, 이 소외는 6개월이 아니라 여러 해 갈 수 있는 레짐입니다.
-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기관 1세대(이채원 등)와 달리 동아리에서 직접 출발한 2세대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밸류트랩이라는 구조적 한계 위에서 공동운용·대중 교육·우호적 행동주의로 버텼습니다.
- 따라 할 것은 그들의 펀드도 종목도 적중도 아니라 규율입니다. 과거의 성과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이 글은 어떤 상품도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