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를 쥔 자: 왜 설계 SW는 가장 단단한 곡괭이인가
설계 소프트웨어는 왜 가장 단단한 곡괭이일까요. 칩이든 기계든 건물이든 제품은 만들어지기 전에 반드시 설계를 거치고, 그 설계 소프트웨어를 독점한 자는 모든 제품이 통과하는 길목을 쥡니다. 반도체 EDA는 반도체 매출의 약 2%에 불과한 작은 산업이지만 세 회사(Synopsys 31%·Cadence 30%·Siemens 13%)가 모든 칩의 관문을 쥐었습니다. 기계 CAD와 건축 BIM은 시장 전체로는 더 분산돼 있지만(CAD 1위 Autodesk 약 25%·BIM은 지역마다 1위가 다름), 세그먼트와 지역 단위로는 우회 불가능한 한 자리가 똑같이 섭니다(CATIA는 항공 표준, Revit은 북미 표준, ArchiCAD는 헝가리 표준). 곡괭이의 본질은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모두가 반드시 거치는 한 자리입니다. 파일 포맷이 공급망 납품 표준이 되고 대학이 그 도구로 엔지니어를 길러내기에 한 번 표준이 되면 뽑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2D에서 3D로, Pro/ENGINEER에서 SOLIDWORKS로 표준은 실제로 여러 번 뒤집혔고, AI는 이 해자에 양날입니다.
만들어지기 전에 누군가의 소프트웨어를 거칩니다.
모든 산업에는 설계도를 쥔 자가 있습니다.
그 도구를 독점한 자가 가장 단단한 곡괭이를 쥡니다. 단,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프롤로그: 모든 산업에는 설계도를 쥔 자가 있다
골드러시 때 부를 쥔 것은 금을 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곡괭이와 삽을 판 사람, 캔 금을 운반하고 보관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모두가 금을 향해 달릴 때, 부는 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을 쥔 소수에게 흘러갔습니다. 이 길목을 우리는 곡괭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곡괭이는 무엇일까요. 후보는 많습니다. 칩을 새기는 노광장비, 데이터가 흐르는 네트워크 장비, 전력을 대는 발전 설비. 그런데 이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으면서 가장 빠짐없이 거쳐야 하는 한 자리를 따라갑니다. 바로 설계 소프트웨어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칩이든 자동차든 빌딩이든, 세상의 모든 제품은 만들어지기 전에 반드시 한 번 그려집니다. 도면 없이 깎는 칩은 없고, 설계 없이 올리는 건물은 없습니다. 그 그리는 도구를 독점한 자는, 그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 통과하는 첫 번째 관문을 쥔 셈입니다. 금을 캐는 사람이 누구로 바뀌든 곡괭이는 팔리듯, 어떤 제품이 시장을 이기든 그 제품은 일단 설계 도구를 거칩니다.
이 글은 그 첫 관문, 설계 소프트웨어가 왜 가장 단단한 곡괭이인지의 잣대를 세웁니다. 특정 기업이 얼마나 단단한 곡괭이를 쥐었는지는 다음 편부터 하나씩 발굴합니다. 이 글에서는 잣대만 세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정직하게 묻습니다. 이 곡괭이도 영원할까요.
1장. 설계도라는 길목
만들기 전에 그린다. 이 순서는 산업을 가리지 않습니다. 반도체 회사는 칩을 깎기 전에 회로를 설계하고, 자동차 회사는 부품을 찍기 전에 3D 모델을 만들고, 건설사는 콘크리트를 붓기 전에 도면을 그립니다. 제품은 다 다르지만, "먼저 설계를 거친다"는 공정만큼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설계 도구는 산업마다 따로 있어도, 곡괭이로서의 모양은 하나로 겹칩니다.
이 장에서는 그 겹치는 모양을 곡괭이의 세 조건에 대입해 봅니다. 그런 다음, 산업마다 이름이 다른 설계 도구들이 사실은 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한 장의 지도로 그립니다.
1.1 곡괭이의 세 조건을 설계 SW에 대입한다
곡괭이의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진입장벽, 필수불가결, 독점 지속. 이 잣대를 처음 세운 글은 곡괭이를 판 자들입니다. 여기서는 그 셋을 다시 설명하지 않고, 설계 소프트웨어라는 후보에 그대로 대입해 봅니다.
진입장벽부터 보겠습니다. 설계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프로그램 한 벌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쌓인 기능과 검증된 정확도, 그리고 그 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군단이 함께 묶인 덩어리입니다. 후발 주자가 비슷한 기능을 만들어도, 수십 년치 신뢰와 인력을 한 번에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기능은 베낄 수 있어도, 그 기능을 믿고 쓰는 사람들의 습관과 검증 이력까지는 베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필수불가결성은 더 분명합니다. 칩 설계자가 회로를 검증하려면 그 도구를 거쳐야 하고, 항공기 부품을 협력사에 넘기려면 그 포맷으로 줘야 합니다. 다른 길로 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우회로가 없는 길목, 그것이 필수불가결의 정의입니다.
독점 지속성은 이 글에서 가장 길게 다루는 조건입니다. 3장에서 보겠지만 설계 SW는 한 번 표준이 되면 좀처럼 안 바뀝니다. 다만 5장에서 정직하게 보겠습니다. 좀처럼 안 바뀌는 것이지, 절대 안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세 조건 중 앞의 둘은 지금 잴 수 있지만, 독점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미래에 대한 베팅입니다.
한 가지 못박아 둘 것이 있습니다. 곡괭이 자격은 "단단해 보인다"는 정성적 인상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비대칭 측정으로 확정됩니다. 한 세그먼트의 점유율과 이익률이 그 앞뒤 단계의 두세 배로 쏠리는가를 실제로 재는 것입니다. 이 측정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2편부터의 발굴편은 곡괭이의 자리와 강도를 세그먼트 장악과 전환비용으로 정성 지목하고, 점유율과 이익률 쏠림의 정밀 측정값은 개별 기업 분석(열매)에서 확정합니다. 발굴편은 측정의 대상을 좁히는 단계이고, 열매는 측정을 확정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니 이 글에서 어떤 도구를 곡괭이라 부를 때, 그것은 결론이 아니라 "여기를 재 보자"는 약속어음입니다.
1.2 칩은 EDA, 기계는 CAD, 건물은 BIM
산업마다 설계 도구의 이름은 다릅니다. 반도체는 EDA(전자 설계 자동화), 기계와 제품은 CAD(컴퓨터 지원 설계)와 PLM(제품 수명주기 관리: 설계부터 폐기까지 제품 데이터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체계), 건물과 인프라는 BIM(빌딩 정보 모델링: 건물을 3D 데이터 덩어리로 짓는 방식)입니다. 이름은 셋이지만 자리는 하나입니다. 모두 제품이 만들어지기 직전, 설계 단계에 서 있는 곡괭이입니다.
개념적 시각화. 산업마다 도구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제품이 만들어지기 직전 같은 자리에 선다. (출처: HiveWorks Invest 자체 정리)
이 한 장의 그림이 시리즈 전체의 지도입니다. 2편은 기계 CAD를, 3편은 건축 BIM을, 4편은 시뮬레이션(CAE)을 발굴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산업 중 곡괭이의 모양이 가장 순수하게 드러난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반도체 EDA입니다. 다음 장에서 그 원형부터 봅니다.
💡 투자 함의: 어떤 산업을 보든, "이 산업의 제품은 만들어지기 전에 무엇을 거치는가"를 먼저 물어보세요. 그 설계 단계에 곡괭이가 서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장 결론: 모든 제품은 만들어지기 전에 설계를 거친다. 그 설계 도구는 산업마다 이름이 달라도(EDA·CAD·BIM) 곡괭이로서의 자리는 하나다.
- 닻: 곡괭이의 세 조건(진입장벽·필수불가결·독점 지속)에 설계 SW를 대입하면 셋을 동시에 만족한다.
- 단서: 셋 중 독점 지속만은 지금 잴 수 없고 미래에 대한 베팅이다. 그 베팅을 5장에서 정직하게 연다.
- 단서: 곡괭이 자격은 인상이 아니라 비대칭 측정으로 확정된다. 이 글은 잣대만 세우고, 측정은 2편부터의 발굴편이 한다.
2장. 가장 순수한 원형: 반도체 EDA
설계 곡괭이의 모양을 가장 깨끗하게 보여주는 산업이 반도체입니다. 칩 설계 소프트웨어, EDA가 그것입니다. 이 산업은 이미 우리가 한 번 깊이 해부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새로 파지 않고, 다른 산업으로 건너가기 위한 원형 닻으로만 빌려 옵니다. EDA 자체의 본격 분석은 발행본 혁명의 해부학 6편에 있습니다. 이 장의 목적은 EDA를 다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EDA에서 본 곡괭이의 모양을 기계와 건물에 어떻게 대입할지 그 틀을 잡는 것입니다.
2.1 가장 작은 골목이 가장 단단한 관문이다
반도체는 거대한 산업입니다. 한 해 수천억 달러가 칩을 만드는 데 쏟아집니다. 그런데 그 거대한 산업 안에서 EDA가 차지하는 비중은 반도체 매출의 약 2%에 불과합니다(업계 통설, Mentor 전 CEO 월리 라인스).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다고 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수백억 달러짜리 AI 칩을 설계할 때도, 엔지니어가 맨 먼저 여는 것은 단 두세 회사의 소프트웨어입니다.
그 두세 회사가 시장을 어떻게 나눠 쥐었는지 보겠습니다. Synopsys가 약 31%, Cadence가 약 30%, Siemens EDA가 약 13%입니다(TrendForce, 2024년 기준). 세 회사를 합치면 약 74%(31+30+13)입니다. 한 산업의 거의 4분의 3을 세 곳이 가졌습니다.
출처: TrendForce 2024 (2025-06-02 보도)
더 인상적인 것은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분석은 이 시장을 "고객을 잃지 않는 복점(두 회사 과점)"이라 불렀습니다(arvy.ch). 칩 검증은 칩 개발 노력의 최대 70%를 차지하는데(SemiAnalysis), 그 검증이 전부 이 도구들 위에서 돕니다. 한 번 그 위에서 일하기 시작한 회사는 도구를 바꾸는 순간 그 70%를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야 합니다. 그 비용을 감당할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Cadence의 반복매출 비중이 82.6%(FY2024)에 이르는 것이 그 결과입니다. 한 번 들어온 고객이 매년 다시 결제한다는 뜻입니다.
2.2 곡괭이는 시장 전체가 아니라 세그먼트마다 선다
EDA의 원형을 기계와 건물에 대입할 때 한 가지를 정확히 해야 합니다. 곡괭이의 본질은 시장 전체를 과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반드시 거치는 한 자리를 쥐는 것입니다. 그 한 자리는 산업 전체일 수도 있지만, 더 흔하게는 세그먼트나 지역 단위로 섭니다.
실제로 기계 CAD와 건축 BIM은 EDA처럼 세 회사가 시장 전체를 과점하지는 않습니다. 기계 CAD는 1위 Autodesk가 약 25%, 상위 세 회사를 합쳐도 약 65%이고, 한 사용자 설문에는 59개 패키지가 등장하며 무료 FreeCAD가 사용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건축 BIM도 Revit이 영국에서 거의 절반의 사용률로 1위지만, 독일에서는 Autodesk와 Nemetschek이 비등하고(각 약 31%, ArchiCAD 27%), 헝가리에서는 ArchiCAD가 73%를 쥡니다. 시장 전체로 보면 분산돼 있습니다. EDA만 보고 "설계 SW는 어디서나 세 회사가 다 먹는다"고 일반화하면, 이 분산 앞에서 곧장 반박당합니다.
그런데도 곡괭이는 섭니다. 분산된 시장 안에서도 세그먼트와 지역마다 우회 불가능한 한 자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항공기를 설계하려면 CATIA를 거쳐야 하고(보잉·에어버스의 사실상 표준), 미국에서 빌딩 BIM을 하려면 Revit이 사실상 표준이며, 헝가리에서는 ArchiCAD가 그 자리입니다. 우리가 EDA를 해부할 때도 그 본질은 흐름 전체의 점유율이 아니라, 타이밍 검증이나 물리 검증처럼 각 단계마다 단일 도구가 사실상 표준을 쥔 비대칭 과점이었습니다(도구 이름과 상세 분석은 혁명 6편에 있습니다). 그러니 곡괭이를 잴 때 물어야 할 것은 "이 회사가 시장 전체의 몇 퍼센트인가"가 아니라 "어떤 세그먼트나 지역에서 우회 불가능한 한 자리를 쥐었는가"입니다.
단 세그먼트 병목이라는 이 명제도 인상이 아니라 측정으로 확정해야 합니다(1.1의 사전 측정 원칙). 2편부터의 발굴이 그 자리를 지목하고, 정밀 측정값은 열매에서 확정합니다. 그렇다면 이 우회 불가능함, 곧 전환비용은 정확히 어디서 나올까요. 다음 장에서 그 못 두 개를 박아 보겠습니다.
💡 투자 함의: 곡괭이는 산업의 크기가 아니라 우회 불가능성에서 나옵니다. 매출 비중이 작은 골목일수록, 오히려 빠짐없이 거쳐야 하는 관문일 수 있습니다.
2장 결론: 반도체 매출의 약 2%인 EDA가 모든 칩의 관문을 쥐었다. 세 회사(약 74%)가 과점하고 고객은 떠나지 않는다. 이것이 설계 곡괭이의 가장 순수한 원형이다.
- 닻: 검증이 칩 개발의 최대 70%이고 전부 이 도구 위에서 돈다. 우회로가 없어 Cadence 반복매출이 82.6%다.
- 닻: 곡괭이의 본질은 시장 전체 과점이 아니라 세그먼트·지역 단위의 우회 불가능한 한 자리다(CATIA 항공·Revit 북미·ArchiCAD 헝가리).
- 단서: EDA의 본격 해부는 혁명 6편 영토다. 이 글은 그 원형을 기계·건물에 대입하기 위한 닻으로만 빌렸다.
3장. 곡괭이를 박는 두 개의 못
설계 곡괭이가 좀처럼 안 뽑히는 이유는 막연한 "익숙함"이 아닙니다. 두 개의 구체적인 못이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파일이 흐르는 길에, 다른 하나는 사람의 손에 박힙니다. 이 장에서는 그 두 못을 차례로 박아 보고, 마지막에 두 못이 남긴 흔적이 어떻게 숫자로 나타나는지 봅니다.
3.1 첫째 못: 파일 포맷이 공급망의 납품 표준이 된다
설계 파일은 혼자 쓰는 문서가 아닙니다. 협력사로, 발주처로, 하청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한 회사가 도구를 바꾸려면 자기만 바꾸는 게 아니라, 그 파일을 주고받는 공급망 전체가 같이 바꿔야 합니다. 도구를 바꾸는 결정이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첫째 못입니다.
가장 오래된 사례가 Autodesk의 .dwg 포맷입니다. 도면 교환의 사실상 표준이 된 이 포맷의 파일은 Autodesk 추산 20억 개 이상이 세상에 쌓여 있습니다(Wikipedia). Autodesk는 사양을 공개하지 않은 채 버전을 18개 넘게 거듭 출시해 왔고, 비공개 사양 자체가 잠금장치가 됐습니다(Wikipedia). 20억 개의 도면이 한 포맷으로 쌓이면, 그 포맷을 읽고 쓰는 도구를 떠나기가 어려워집니다. 과거에 그린 도면을 못 여는 위험을 감수할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항공에서는 더 강합니다. 보잉은 2000년 1월, 전사와 모든 미래 프로그램의 설계·제조 표준으로 Dassault의 CATIA와 ENOVIA를 채택한다고 발표했습니다(Dassault 보도자료). 오늘날 CATIA는 항공(Airbus 등)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CAD 표준"으로 불립니다(cadinterop). 자동차에서도 폭넓게 쓰이지만, 자동차는 OEM(완성차 제조사)마다 갈려서 일부는 다른 도구로 옮겨가기도 합니다(이 갈림은 2편에서 봅니다). 게다가 CATIA는 버전 간 호환이 까다로워, 최신 버전으로 만든 파일을 구버전에서 열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공식 다운그레이드 경로도 없습니다(cadinterop). 원청이 최신 버전을 쓰면 협력사도 따라 올려야 합니다. 한 회사의 버전 선택이 공급망 전체의 버전을 끌고 가는 구조입니다.
건설에서는 발주처가 못을 박습니다. 한국도 공공건설에서 BIM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조달청 시설사업은 100억 원 이상이 2021년부터, 국토부 로드맵은 1,000억 원 이상[2023]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공표 종점이 300억 원 이상[2028]). 한 가지 정확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발주처가 의무화하는 것은 BIM이라는 방식이지 특정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포맷 중립, 지침이 특정 SW를 배제하지 않음). 다만 현장에서는 발주처와 공급망이 특정 원본 포맷을 사실상의 협업 표준으로 요구하는 일이 흔하고, 그 순간 그 도구가 곡괭이가 됩니다. 영국 NBS 조사에서 Revit이 거의 절반의 사용률로 BIM 도구 1위였던 것도(2020) 이 표준성의 결과입니다.
3.2 둘째 못: 대학과 인증이 사람을 평생 묶는다
둘째 못은 사람에 박힙니다. 엔지니어는 도구를 직장에서 처음 배우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때로는 고등학교에서 먼저 배웁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익힌 도구를 졸업 후에도 그대로 씁니다. 손에 익은 도구를 바꾼다는 것은, 일하는 방식 자체를 새로 배운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규모를 보면 이 못의 깊이가 보입니다. Autodesk는 학생과 교육자에게 소프트웨어를 20년 넘게 무상 제공해 왔고, 누적 수혜자가 1억 5,000만 명을 넘었으며 16만 개 이상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2025년 11월, Autodesk). 학생은 1년 무료 라이선스로 그 도구에 익숙해진 뒤 사회로 나갑니다. 무료로 길러진 익숙함이, 그가 입사한 회사의 도구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SOLIDWORKS는 인증으로 못을 박습니다. 누적 인증 발급이 약 80만 건에 이릅니다(2024년 2월, SOLIDWORKS 블로그). 흥미로운 것은 가속입니다. 처음 25만 건까지 18년이 걸렸는데, 그다음 25만 건은 4년 만에 쌓였습니다(2021년 50만 건 돌파). 한 도구의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업은 그 도구를 쓰는 인력을 구하기 쉬워지고, 그래서 그 도구를 더 채택하게 됩니다. 학생 무료 라이선스가 졸업 후 디폴트가 되고, 그 디폴트가 기업의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는 순환입니다. 도구가 사람을 기르고, 길러진 사람이 다시 도구를 부르는 고리입니다.
3.3 두 못의 결과: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는 숫자
두 못이 박히면 결과는 숫자로 나타납니다. 한 번 들어온 고객이 매년 다시 결제한다는 것, 곧 반복매출 비중입니다. Autodesk는 총매출의 97%가 반복매출입니다(FY2025). Dassault Systèmes는 소프트웨어 매출의 약 80%가 반복매출입니다(FY2024). PTC는 연간반복매출(ARR)이 22억 700만 달러에 이릅니다(FY2024, 전년 대비 +12%).
출처: Autodesk FY2025 실적 · Cadence FY2024 · Dassault FY2024 실적
한 번 표준이 되면 안 뽑힌다는 말은 정서적 표현이 아니라, 이 숫자들이 가리키는 구조입니다. 도구를 떠나려면 파일과 거래처와 사람을 한꺼번에 옮겨야 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커서 대부분 그냥 다시 결제합니다.
한 가지는 한정해 둡니다. 반복매출이 90%를 넘는 것은 설계 SW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환비용이 낮은 협업 도구에서도 흔합니다(Salesforce·Zoom). 그러니 반복매출은 두 못이 박혔다는 결과의 도장이지, 그 숫자 하나로 곡괭이를 판정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곡괭이성의 진짜 증거는 앞의 두 못(포맷·인력)이고, 반복매출은 그 못이 박힌 뒤에 찍히는 도장입니다.
💡 투자 함의: 곡괭이 후보를 만나면 반복매출 비율만 보지 말고, 그 위에 이탈저항을 겹쳐 보세요. 도구를 바꿀 때 거래처와 파일 포맷과 인력이 함께 따라 옮겨야 하는가. 그 동반 이동의 비용이 클수록 진짜 곡괭이입니다. 반복매출은 보조 지표입니다.
3장 결론: 설계 곡괭이를 산업에 박는 못은 두 개다. 파일 포맷이 공급망 납품 표준이 되고, 대학과 인증이 사람을 평생 묶는다.
- 닻: .dwg 20억 개·CATIA 항공 표준이 첫째 못, Autodesk 교육 1.5억 명·SOLIDWORKS 인증 80만 건이 둘째 못이다.
- 닻: 두 못의 결과가 반복매출이다(Autodesk 97%·Cadence 82.6%·Dassault 약 80%).
- 단서: 반복매출은 lock-in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저전환 SaaS도 90%+). 진짜 증거는 두 못이고 반복매출은 보조 정황이다.
- 단서: 발주처 의무화는 BIM이라는 방식이지 특정 SW가 아니다(포맷 중립). 그래도 현장 표준이 곡괭이를 세운다.
4장. AI라는 양날
이 시리즈의 척추가 이 장입니다. AI는 설계 곡괭이에 두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하나는 해자를 더 깊게 파고, 다른 하나는 해자를 메워 버릴 수 있습니다. 같은 AI인데 효과가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AI 기능을 인용할 때 그것이 지금 어느 단계인지를 반드시 구분합니다. 발표만 했는지(announced), 제한 출시인지(베타·일부 지역), 정식 상용인지(GA, 정식 상용)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같은 단어 "AI"를 두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4.1 코파일럿형: lock-in을 더 깊게 판다
첫째는 코파일럿형입니다. 기존 설계 도구 안에 AI 비서를 넣어, 사용자가 더 빠르고 편하게 일하도록 돕습니다. 핵심은 이 비서가 그 플랫폼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비서가 똑똑할수록 그 도구를 떠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해자를 더 깊게 파는 쪽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이미 정식 상용(GA)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 PTC는 Creo 13에 Creo AI Assistant를 정식 출시했습니다(2026년 6월). Creo 구독자만 쓸 수 있습니다.
- PTC는 Windchill PLM에 Windchill AI Assistant를 정식 출시했습니다(2026년 4월). Windchill 구독자 전용이고 기존 권한 체계를 그대로 따릅니다.
- Dassault는 SOLIDWORKS 동반자 Aura를 정식 출시했습니다(2025년 7월). 3DExperience 플랫폼 안에서만 동작합니다.
- Nemetschek의 Bluebeam은 Revu에 AI를 결합한 Bluebeam Max를 정식 출시했습니다(2026년 5월 19~20일). Revu 구독자 전용이고 사용자당 연 590달러입니다.
네 건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부 "기존 플랫폼 구독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코파일럿이 좋을수록 그 도구를 더 못 떠납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코파일럿이 해자를 깊게 파는 것은 그 AI가 회사의 데이터와 포맷과 권한에 고유하게 묶일 때입니다(Windchill의 AI가 PLM 권한 체계에 묶여 작동하는 식입니다). 반대로 AI 자체가 갈아 끼울 수 있는 범용 모델이면 그 효과는 약해집니다. 실제로 Bluebeam Max는 개방형 표준 위에 있어 다른 모델로 교체할 수 있다고 회사가 밝힙니다. 이 경우 lock-in은 AI가 아니라 여전히 데이터와 포맷과 권한에서 옵니다. AI가 해자를 새로 파주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해자를 한 겹 더 두껍게 만들 뿐인 셈입니다.
4.2 생성형: 진입장벽 자체를 부술 수 있다
둘째는 생성형입니다. 사람이 글로 명령하면 AI가 설계도를 직접 만들어 냅니다. 만약 이것이 전문 양산 설계에서 작동한다면, 평생 익힌 도구도 수십 년 쌓인 파일도 우회할 수 있습니다. 진입장벽 자체를 메워 버리는 쪽입니다.
그러나 사실 상태는 정반대입니다. 전문 양산 설계 영역에서 생성형은 대부분 아직 발표, 베타, 또는 소비자용 단계입니다.
- Autodesk는 Neural CAD를 발표했습니다(2025년 9월 AU 행사). 텍스트로 파라메트릭(치수를 바꾸면 모델 전체가 따라 바뀌는 방식) CAD를 만든다는 구상이지만, 정식 출시 일정은 미정입니다.
- Dassault는 동반자 Leo와 Marie를 공개했습니다(2026년 2월). 아직 미출시이고 연내 제공 예정입니다.
- Bentley는 생성형 토목 도구 OpenSite+를 제한 출시했습니다(2024년 10월, LA, 제한 출시). 정식 출시는 미정입니다.
그 밖에 스타트업들도 텍스트로 설계도를 만드는 도구를 내놨지만(Zoo·Leo AI 등), 모두 소비자·개발자용이거나 전문 양산 적용 사례가 공개되지 않은 단계입니다(상세는 아래 표).
정리하면, 생성형은 "이론상 진입장벽을 부술 수 있다"는 가능성이고, 전문 양산 설계에서는 아직 발표와 베타 단계입니다. "곧 곡괭이를 부순다"는 단정은 하지 않습니다. 사실 상태로만 말합니다.
전부 정식 상용(GA): Creo·Windchill·Aura·Bluebeam Max
기존 플랫폼 구독 안에서만 작동
비서가 좋을수록 그 도구를 더 못 떠난다
전문 양산 영역은 대부분 발표·베타·소비자용
Neural CAD·Leo/Marie·OpenSite+·Zoo·Leo AI
이론상 표준 우회 가능, 단 단정은 금물
| 제품 | 회사 | 유형 | 시점 | 상태 |
|---|---|---|---|---|
| Creo AI Assistant | PTC | 코파일럿 | 2026.06 | 상용(GA) |
| Windchill AI Assistant | PTC | 코파일럿 | 2026.04 | 상용(GA) |
| Aura | Dassault | 코파일럿 | 2025.07 | 상용(GA) |
| Bluebeam Max | Nemetschek | 코파일럿 | 2026.05 | 상용(GA) |
| Neural CAD | Autodesk | 생성형 | 2025.09 | 발표(GA 미정) |
| Leo·Marie | Dassault | 생성형 | 2026.02 | 미출시(연내 예정) |
| OpenSite+ | Bentley | 생성형 | 2024.10 | 제한출시(LA) |
| Text-to-CAD | Zoo | 생성형 | 2024.01 | 운영중(소비자·API) |
| Leo AI | getleo.ai | 생성형 | 2025.09 | 출시(양산적용 미공개) |
AI 기능은 발표·제한출시·상용을 반드시 구분합니다. 코파일럿은 이미 상용, 생성형은 전문 양산 영역에서 대부분 발표·베타입니다. (출처: 각 사 보도자료·engineering.com·DEVELOP3D 등)
4.3 단 하나의 예외: EDA는 생성형이 이미 상용 규모다
한 가지 대조가 있습니다. 가장 순수한 곡괭이였던 EDA에서는, 생성형 AI가 이미 상용 규모로 작동합니다. Synopsys의 DSO.ai는 첫 상업 테이프아웃(설계를 끝내 공장에 넘기는 단계) 100건을 넘겼고(2023년 2월), Cadence의 Cerebrus는 상업 생산 설계 1,000건 이상에 쓰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생성형이 신규 도전자가 아니라 기존 빅3의 손에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앞선 생성형마저 빅3의 해자를 메운 게 아니라 더 깊게 팠습니다.
그렇다면 EDA가 다른 산업의 예고편인지, 아니면 EDA만의 특수성인지가 궁금해집니다. 그 답은 이 시리즈가 산업을 하나씩 답사하며 내놓습니다. 다른 산업의 생성형도 EDA처럼 기존 강자의 손에서 상용화될지, 아니면 신규 도전자가 문을 부술지를 2편부터 발굴하고, 5편에서 종합합니다. 다만 EDA 자체의 무대(칩 설계)는 혁명 6편의 영토이므로, 여기서는 한 줄 대조로만 짚고 넘어갑니다.
💡 투자 함의: AI 기능을 볼 때 "발표인가, 베타인가, 상용인가"를 먼저 구분하세요. 코파일럿 상용화는 해자가 깊어진다는 신호이고, 생성형 상용화는 해자가 흔들린다는 신호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산업은 전자에 있습니다.
4장 결론: AI는 설계 곡괭이에 양날이다. 코파일럿형은 lock-in을 깊게 파고, 생성형은 진입장벽을 부술 수 있다.
- 닻: 코파일럿은 이미 상용(GA)이다(Creo·Windchill·Aura·Bluebeam Max, 전부 기존 플랫폼 전용).
- 닻: 생성형은 전문 양산 영역에서 대부분 발표·베타·소비자용이다(Neural CAD·Leo/Marie·OpenSite+·Zoo·Leo AI).
- 단서: 코파일럿의 해자 심화에는 조건이 있다. AI가 개방형 프로토콜·교체 가능한 모델 위에 있으면(Bluebeam Max=Claude+개방형 MCP) lock-in은 AI가 아니라 데이터·포맷·권한에서 온다.
- 단서: 예외는 EDA다. 가장 순수한 곡괭이에서는 생성형마저 이미 상용이고 기존 강자의 해자를 더 깊게 팠다(무대=혁명 6편).
5장. 곡괭이는 영원하지 않다
지금까지 설계 곡괭이가 얼마나 단단한지 봤습니다. 그러나 단단한 것과 영원한 것은 다릅니다. 가장 단단한 곡괭이가 가장 안전한 주식이 아니듯, 가장 단단한 표준이 영원한 표준은 아닙니다. 설계 SW의 역사는 표준이 실제로 뒤집힌 사례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유리한 사례만 고르지 않고, 뒤집힌 전례를 한 표에 망라합니다. 그런 다음, 표준이 바뀔 때 곡괭이 자리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마지막으로 다음 편부터 쓸 두 개의 자를 소개합니다.
5.1 표준이 실제로 뒤집힌 전례
| 전복 갈래 | 기존 표준 | 도전자 | 결과 | 도전자의 결말 |
|---|---|---|---|---|
| 패러다임 전환 | AutoCAD(2D) | Pro/ENGINEER(PTC 3D, 1988) | PTC 매출 $11M(1989)→$809M(1997) | 자력 성장 |
| 저가 신아키텍처 | Pro/ENGINEER($9,500) | SOLIDWORKS(Windows $3,995) | SW 좌석 6천(1997)→19만+(2005), PTC 점유율 2011년 9% | Dassault가 $3억에 인수(1997) |
| 역설계 | .dwg 비공개 독점(20억 파일) | Open Design Alliance(1998) | BricsCAD·ZWCAD 호환, 상표등록 거부(2011) | 포맷 독점 와해 |
| 클라우드 | SOLIDWORKS(데스크톱) | Onshape(2012 풀클라우드) | SaaS 전환 대비 | PTC가 $4.7억에 인수(2019) |
| 오픈소스 | 상용 PCB EDA | KiCad(CERN 2015 채택) | 상용 도구 이탈 가속 | 비영리 존속 |
설계 SW 표준은 다섯 갈래로 실제 뒤집혔습니다(패러다임·저가·역설계·클라우드·오픈소스). 그 결말은 셋입니다. 주인 교체(인수), 자기방어, 통행료 소멸(오픈소스·역설계). 마지막은 투자 대상이 사라집니다. (출처: shapr3d·engineering.com·scan2cad·ODA Wikipedia·PTC)
다섯 갈래의 전복이 있었습니다.
첫째,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1980년대 후반 PC CAD를 지배한 것은 2D AutoCAD였습니다. 그런데 PTC가 Pro/ENGINEER로 3D 파라메트릭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열었습니다(1988년 상용, 한 대 9,500달러). PTC 매출은 1,100만 달러(1989)에서 3억 9,400만 달러(1995), 8억 900만 달러(1997)로 폭발했습니다(shapr3d). 새 패러다임이 1위를 갈아치운 것입니다.
둘째, 저가 신아키텍처입니다. 그 Pro/ENGINEER를 다시 끌어내린 것이 SOLIDWORKS입니다(1995년 출시). UNIX에서 9,500달러였던 설계를 Windows에서 3,995달러, 절반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제공했습니다. SOLIDWORKS 좌석 수는 6,000개(1997)에서 19만 개 이상(2005)으로 늘었고, 한때 최강자였던 PTC의 점유율은 2011년 9%까지 떨어졌습니다(당시 Autodesk 31%, Dassault 21%).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SOLIDWORKS를 Dassault가 3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1997).
셋째, 역설계입니다. Autodesk의 .dwg 비공개 독점에 맞서, Open Design Alliance가 포맷을 역설계했습니다(1998, 회원 1,200곳 이상). BricsCAD·ZWCAD·IntelliCAD 같은 도구가 .dwg 호환을 구현했고, Autodesk의 소송(2006)은 합의로 끝났으며(2007) .dwg 상표 등록은 거부됐습니다(2011). 포맷 독점이 풀린 것입니다.
넷째, 클라우드입니다. SOLIDWORKS 창업자 Hirschtick이 풀클라우드 Onshape를 세우자(2012), 데스크톱에 묶여 있던 설계가 브라우저로 옮겨갔고, PTC가 이를 4억 7,0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2019).
다섯째, 오픈소스입니다. PCB 설계에서는 무료 오픈소스 KiCad가 등장해(CERN 2015년 채택) 상용 도구의 자리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둡니다. 기존 강자가 직접 새 도구를 만들어 자리를 지킨 일(예: Autodesk가 1999년 Inventor를 내놓아 2011년 31%를 지킴)도 있지만, 그것은 표준을 뒤집은 전복이 아니라 표준이 흔들릴 때의 대응이라 다음 절의 '결말'에서 다룹니다. 그러니 전복 자체는 위의 다섯 갈래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복들의 결말은 무엇이었을까요.
5.2 표준이 바뀌면 곡괭이 자리는 어떻게 갈리나
전복의 결말은 한 가지가 아니라 세 갈래입니다.
첫째, 주인 교체입니다. 흔든 도전자가 기존 강자에게 인수되는 경우입니다. SOLIDWORKS는 Dassault가, Onshape는 PTC가 사들였습니다. 이때 곡괭이 자리는 그대로 남고 그 자리를 쥔 주인만 갈립니다. 새 주인이 여전히 상장 곡괭이라면 투자 대상은 유지됩니다.
둘째, 자기방어입니다. 기존 강자가 직접 새 도구를 만들어 자리를 지킵니다. Autodesk가 Inventor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때는 주인도 그대로입니다.
셋째, 통행료 소멸입니다. 이것이 앞의 둘과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오픈소스나 역설계가 곡괭이 자리의 통행료를 깎아 내리는 경우입니다. KiCad는 오픈소스로 PCB 설계 도구의 자리를 비영리로 가져가, 통행료가 가장 또렷하게 사라진 경우입니다. Open Design Alliance의 .dwg 역설계도 같은 방향이지만 정도는 다릅니다. 독점은 풀렸어도 .dwg라는 표준 자체는 여전히 Autodesk를 중심으로 남아, 통행료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얇아졌습니다. 통행료가 정말로 사라지는 쪽으로 가면, 주인이 갈리는 게 아니라 자리 자체가 사라져 투자 대상이 소멸합니다.
그러니 투자자가 물어야 할 것은 "이 표준은 영원한가"도, "주인이 누구로 갈리는가"도 아닙니다. "표준이 바뀐다면, 갈린 그 자리가 여전히 상장 곡괭이로 남는가, 아니면 무료화로 통행료 자체가 사라지는가"입니다. 이 물음이 다음 절에서 세울 시한의 자와 곧장 이어집니다. 통행료가 무료화로 사라지는 경우는 시한부(🔴)에, 병목은 진짜이나 비상장·사업부로 흡수돼 살 수 없는 경우는 투자불가(⚪)에 놓입니다.
5.3 다음 편부터 쓸 두 개의 자
그렇다면 어떤 곡괭이가 얼마나 단단하고, 그 단단함이 얼마나 오래갈까요. 이 글은 잣대만 세웁니다. 특정 기업의 강도는 부여하지 않고, 2편부터 발굴하며 매깁니다. 우리가 쓸 두 개의 자는 이렇습니다.
| 강도 | 색 | 의미 (설계 SW 맥락) |
|---|---|---|
| 최강 | 🟩 | 단일·과점 독점 + 우회 불가 + 전환비용 극대 |
| 강 | 🟪 | 강한 표준 + 높은 전환비용, 단 일부 경쟁·대체 존재 |
| 중강 | 🟦 | 분야 표준이나 분점·지역 한정 |
| 중 | 🟨 | 표준성 있으나 도전 활발 |
| 약 | ⬜ | 곡괭이성 약함·범용화 진행 |
강도는 길목 장악력이지 투자 매력·적정가가 아닙니다. 배경편은 잣대만 정의하고, 특정 기업 강도는 2~5편에서 부여합니다.
| 시한 | 의미 (AI 양날 렌즈) |
|---|---|
| 🟢 구조·장기 | 생성형 위협이 이론·발표 단계. 코파일럿이 오히려 해자 심화 |
| 🟡 중간 | 생성형이 베타·제한출시로 진입, 위협 가시화. 코파일럿 방어 우위 유지 |
| 🔴 시한부 | 생성형 상용 침투 시작 또는 표준 전환 실측. 시한 가깝다 |
| ⚪ 투자불가 | 곡괭이를 단독으로 직접 살 수 없음(비상장·사업부 흡수). 단 상장 모회사 통한 간접 노출은 별개(4편 CAE) |
강도와 독립된 두 번째 축. 곡괭이가 얼마나 오래 가는가를 잽니다.
첫째 자는 강도입니다. 곡괭이를 얼마나 단단히 쥐었는지를 다섯 구간으로 나눕니다. 최강, 강, 중강, 중, 약입니다. 주의할 것은 강도가 투자 매력이나 적정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강도는 길목 장악력일 뿐, 그 주식이 싼지와는 다른 질문입니다.
둘째 자는 시한입니다. 그 곡괭이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를 네 색으로 표시합니다. 여기서 위협은 생성형 텍스트에서 CAD로 가는 흐름만이 아니라 클라우드나 오픈소스 같은 신아키텍처 경쟁까지 포함합니다. 그 위협이 아직 이론·발표 단계면 길고(구조·장기), 베타로 들어오면 가시화되고(중간), 상용 침투가 시작되면 가깝습니다(시한부). 그리고 병목은 진짜인데 그 곡괭이를 단독으로 직접 겨냥해 살 수 없는 자리도 있습니다(투자불가). 비상장이거나 상장 거인의 사업부로 흡수된 경우입니다. 단 그 거인을 통한 간접 노출은 별개이고, 거인에서 곡괭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천차만별입니다. 이 마지막 칸이 4편에서 다룰 사라진 칸 CAE입니다.
이 두 자를 들고, 다음 편부터 산업을 하나씩 답사합니다.
🧭 다음 편 예고
- 2편 「기계를 그리는 손」: Autodesk·Dassault·PTC가 쥔 기계 CAD/PLM 곡괭이.
- 3편 「도시를 그리는 손」: Revit과 Bentley·Trimble·Nemetschek이 나눠 쥔 건축 BIM/AEC.
- 4편 「사라진 칸」: 상장사가 전멸한 시뮬레이션 CAE(Ansys→Synopsys·Altair→Siemens·MSC→Cadence).
- 5편 「곡괭이와 신기루」: 네 편에서 발굴한 곡괭이를 강도×시한 마스터 표로 종합.
💡 투자 함의: 강도와 시한은 따로 재세요. 가장 단단한 곡괭이(강도 최강)가 가장 오래가는 곡괭이(시한 길다)도, 가장 안전한 주식도 아닙니다. 다음 편부터 이 둘을 분리해 잽니다.
5장 결론: 설계 SW 표준은 실제로 여러 번 뒤집혔다. 전복의 결말은 셋이고(주인 교체·자기방어·통행료 소멸), 투자자가 물을 것은 갈린 자리가 여전히 상장 곡괭이로 남는가다.
- 닻: 2D→3D(Pro/E)·Pro/E→SOLIDWORKS(9%로)·.dwg 와해(ODA)·클라우드(Onshape)·오픈소스(KiCad)가 표준을 흔들었다.
- 닻: 결말은 세 갈래다. 인수로 주인만 갈리거나(SOLIDWORKS→Dassault·Onshape→PTC), 기존 강자가 자기방어하거나(Inventor), 오픈소스·역설계로 통행료 자체가 소멸한다(KiCad·ODA). 마지막은 투자 대상이 사라진다.
- 단서: 그래서 다음 편부터 강도(5구간)와 시한(색이모지) 두 자로 곡괭이를 나눠 잰다. 강도는 투자 매력이 아니다.
모든 제품은 만들어지기 전에 설계를 거친다. 그 설계 SW를 독점한 자가 모든 제품이 통과하는 길목(곡괭이)을 쥔다. 단, 영원하지는 않다.
- 가장 순수한 원형은 반도체 EDA다. 반도체 매출의 약 2%인 작은 산업을 세 회사가 약 74% 쥐었고, 고객은 떠나지 않는다(무대=혁명 6편).
- 곡괭이를 박는 못은 둘이다. 파일 포맷이 공급망 납품 표준이 되고(.dwg 20억·CATIA 항공), 대학·인증이 사람을 묶는다(Autodesk 교육 1.5억·SOLIDWORKS 인증 80만). 결과가 반복매출(Autodesk 97%·Dassault 약 80%).
- AI는 양날이다. 코파일럿은 이미 상용이라 해자를 깊게 파고(Creo·Windchill·Aura·Bluebeam Max), 생성형은 전문 양산 영역에서 대부분 발표·베타다.
- 단 영원한 곡괭이는 없다. 표준은 실제 뒤집혔다(2D→3D·Pro/E→SOLIDWORKS 9%·.dwg 와해·클라우드·오픈소스). 다만 표준이 바뀌어도 곡괭이 자리는 남고 주인이 갈린다. 다음 편부터 강도와 시한 두 자로 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