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집으로 돌아온다: 리쇼어링과 자동화
그런데 그 공장에 로봇을 대는 회사는, 판매 단가가 6년째 떨어집니다.
진짜 곡괭이는 로봇 완제품이 아니라, 그 로봇 안에 숨은 정밀 감속기와 머신비전입니다.
단 그 부품 곡괭이조차 시한부입니다. 안전한 곡괭이는 없고, 시한의 길이만 다릅니다.
2024년,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ABB가 의외의 발표를 했습니다. 로봇을 만드는 로보틱스 사업부를 통째로 소프트뱅크에 팔기로 한 것입니다 (The Wire China). 공장이 본국으로 돌아오고 로봇 수요가 폭발한다는데, 정작 그 로봇을 만드는 빅4의 한 축이 사업을 던진 것입니다.
이상한 일은 더 있었습니다. 산업용 로봇 한 대의 평균 판매가(ASP, 한 대를 팔 때 받는 평균 가격)는 2018년 약 3만1,100달러에서 2024년 약 2만5,600달러로, 6년 만에 18% 가까이 내렸습니다 (Interact Analysis). 수요가 느는데 가격은 떨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2024년 들어 국산 로봇이 단위 기준으로 처음 외국산을 추월했습니다 (The Wire China). 로봇이라는 곡괭이를, 점점 더 많은 손이 점점 더 싸게 만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2편이 던진 의심이 떠오릅니다. 공장은 돌아오는데, 그 곡괭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2편 「네 개의 단층선」에서 만든 세 거름망 중 셋째 체가 "누구나 만들 수 있는가", 즉 범용화입니다. 2편은 공급망 단층선의 곡괭이를 "공장 자동화·로봇 기업군"으로 가리키면서, 동시에 한 가지를 의심하라고 했습니다. "그 곡괭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나. 곡괭이 품질, 즉 범용화를 의심하라." 이번 답사는 바로 그 셋째 체로 곡괭이를 거릅니다.
곡괭이란, 흐름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반드시 필요한 도구를 쥔 자리입니다. 골드러시에서 금을 캔 사람보다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상인이 더 확실하게 돈을 벌었듯이, 공장이 어느 나라로 돌아가든 그 공장에 반드시 들어가는 도구를 공급하는 자리가 곡괭이입니다.
곡괭이 개념 자세히 보기그리고 파보면 의외의 그림이 나옵니다. 이 단층선에서 진짜 곡괭이는 모두가 떠올리는 로봇 완제품이 아니라, 그 로봇 안에 숨은 부품입니다. 정밀 감속기(로봇 관절에서 모터의 빠른 회전을 느리고 힘센 회전으로 바꾸는 기어 장치)와 머신비전(카메라로 부품을 식별하고 검사하는 로봇의 눈)입니다. 그런데 더 얄궂게도, 가장 단단해 보이는 그 감속기조차 중국이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한 가지를 못박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글은 "안전한 곡괭이가 어느 것인지"를 찾아주는 글이 아닙니다. 이 단층선의 곡괭이엔 안전지대가 없고, 다른 건 무너지는 시한의 길이뿐입니다. 대신 이 글은 그 시한의 길이를 재는 자(尺, 길이를 재는 잣대)를 당신 손에 쥐여줍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어떤 곡괭이 후보를 만나든 직접 휘둘러 시한을 잴 수 있는 자 하나를 갖게 됩니다. 그게 이 답사가 주는 것입니다.
그 자의 눈금은 의외로 손에 만져집니다. 예컨대 똑같이 로봇의 눈(머신비전)을 만드는 두 회사가 있는데, 한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50%가 넘고 다른 회사는 22%입니다. 점유율은 둘 다 10%대로 비슷합니다. 같은 곡괭이를 비슷하게 쥐었는데 마진이 두 배 넘게 갈린 이 격차가 바로 그 자의 눈금이고, 둘 중 누구의 곡괭이가 더 오래 버틸지를 그 눈금이 가리킵니다. 왜 그런지는 4장에서 풉니다.
그래서 이 글은 세 가지 질문을 차례로 던지고, 마지막 질문에 답하는 도구가 그 자가 됩니다. 첫째, 공장은 정말 돌아오고 그게 오래가는가? 둘째, 누가 공장을 짓든 팔리는 진짜 곡괭이는 무엇인가? 셋째, 모든 곡괭이가 시한부라면 그 시한은 무엇으로 재는가? 셋째 질문에 답하는 자가 세 개의 눈금을 가집니다. 하나, 이 곡괭이는 가격이 아닌 무엇으로 고객을 묶는가(비가격 해자가 깊은가, 이익률이 그 깊이를 비춥니다). 둘, 그래서 무너지기까지 시한이 얼마나 긴가. 셋, 그 시한값이 이미 주가에 다 들어가 있나(가격). 이 세 눈금짜리 자를 글 끝에 손에 쥐는 것이 이 답사의 목적입니다.
1. 공장은 정말 돌아오나
로봇 회사가 왜 돈을 못 버는지, 그 미스터리는 3장에서 풉니다. 그 전에 공장이 진짜 오긴 오는지부터 잠깐 확인하겠습니다. 공장이 정말 돌아오는지부터 가려야 그 공장에 들어갈 곡괭이를 살지 말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가 리쇼어링(해외로 나갔던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되돌리는 것) 앞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진짜인가"입니다. 더 정확히는, 정권이 바뀌면 도로 줄어들 단년 스파이크인가, 아니면 몇 년을 버티는 다년 구조인가입니다. 1편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면, 공장이 돌아온다는 차원이 비가역인지, 아니면 그 수위가 진동할 뿐인지를 나눠 봐야 합니다.
1.1 차원은 비가역에 가깝다: 1조 달러짜리 약속과 안보
먼저 차원, 즉 방향을 봅니다. 공장이 돌아온다는 흐름은 한 정권의 변덕이 아닙니다.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은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했고, 이 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프라법이 유발한 민간 제조투자 약속은 누계로 약 1조 달러에 이릅니다. 백악관(Invest.gov) 2024년 11월 집계 기준, 반도체·전자가 약 4,460억 달러, 청정전력이 약 1,880억 달러, 전기차·배터리가 약 1,820억 달러 등입니다 (The White House (archive)). 이 투자는 한꺼번에 집행되는 게 아니라 공장 건설 단계마다 나눠 지급되는 마일스톤 방식이라, 이미 발표된 약정만으로도 향후 몇 년의 건설 물량이 예약돼 있습니다.
결정적인 건 명분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1편에서 봤듯, 공장을 다시 부르는 이유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안보입니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적대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명분은 정권이 바뀌어도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 견제는 초당적 합의 위에 서 있습니다(1편 2장). 명분이 비용이면 더 싼 곳이 나타날 때 흔들리지만, 명분이 안보면 더 싼 곳이 나타나도 잘 흔들리지 않습니다. 비용은 계산이 바뀌면 뒤집히지만, 안보는 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1.2 그런데 정직하게: 수위는 이미 꺾이고 있다
여기서 정직해야 합니다. "공장이 돌아온다"는 흐름의 수위, 즉 실제로 지금 얼마나 빠르게 짓고 있는가는 이미 꺾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조업 건설지출은 바이든 임기 동안 폭증했습니다. 2021년 약 755억 달러에서 2025년 약 2,356억 달러로 212% 늘었습니다 (FactCheck.org). 그런데 정점은 2024년 중반이었습니다. IoT Analytics에 따르면 미 제조업 건설지출은 2024년 6월 피크(약 2,390억 달러) 대비 약 21% 줄었고, 반도체팹을 포함한 컴퓨터·전자·전기 부문은 2024년 7월 피크 대비 약 44% 줄었습니다 (IoT Analytics). 관세가 강화된 뒤 오히려 투자가 식은 것입니다.
다른 신호도 같은 방향입니다. 컨설팅사 Kearney의 미국 리쇼어링 지수는 2025년에 311bp 급락했습니다. 2년간 오르던 모멘텀이 처음으로 반전한 것입니다 (Kearney). 관세가 본격화된 2025년 4월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약 8.9만 개 순감했고 (CAP), 인텔은 오하이오 팹 가동을 2026년에서 2030년으로 미뤘습니다 (CNBC).
미국 옆 멕시코로 공장이 몰린다는 니어쇼어링(인접 우방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도 결이 다릅니다. 2025년 1~3분기 멕시코의 외국인직접투자는 약 409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지만, 그 대부분은 기존 기업의 재투자(약 68%)이고 "진짜 새 공장"인 신규 투자는 약 16%에 그쳤습니다 (American Industries). 사상 최대라는 헤드라인만큼 새 공장이 쏟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1.3 그래서: 차원은 비가역, 수위는 진동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편이 신뢰 비용을 두고 "차원은 비가역, 수위는 진동"으로 나눠 봤듯, 공장 회귀도 똑같이 나눠 봐야 합니다.
차원은 비가역에 가깝습니다. 1조 달러가 이미 약정됐고, 명분이 안보라 정권이 바뀌어도 방향 자체는 잘 안 꺾입니다. 하지만 수위는 진동합니다. 건설 지출은 피크 대비 21% 줄었고, 반도체팹은 44% 줄었으며, 관세 후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고, 리쇼어링 지수는 급락했고, 인텔은 팹을 연기했습니다. 공장이 돌아온다는 것은 진짜지만, 지금 당장 쏟아지듯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민간 제조투자 약속 누계 약 $1조 (마일스톤 분할집행)
명분이 비용이 아닌 안보 (정권 바뀌어도 잘 안 꺾임)
대중 견제 초당적 합의 (1편)
인력난이 자동화 수요를 떠받침 (2장)
미 제조업 건설지출 피크 대비 -21%
반도체팹 부문 피크 대비 -44%
관세 후 제조 일자리 -8.9만 · 리쇼어링 지수 -311bp(첫 반전)
인텔 오하이오 팹 2026→2030 연기 · 멕시코 FDI는 신규 16%·재투자 68%
1편 프레임 그대로입니다. 공장이 돌아온다는 차원은 비가역에 가깝되, 지금 짓는 수위는 정권·관세로 진동합니다. 곡괭이가 이 수위에만 의존하면 함께 흔들립니다. (출처: Jack Conness·FactCheck.org·IoT Analytics·Kearney·CAP·CNBC·American Industries)
이 구분이 곡괭이를 살 때 결정적입니다. 만약 곡괭이가 리쇼어링 수위에만 의존한다면, 수위가 진동할 때 곡괭이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 던질 질문은 이것입니다. 수위가 진동해도 흔들리지 않는, 더 단단한 동인은 없는가.
1장 결론: 공장은 돌아온다. 단 1편의 틀 그대로, 돌아온다는 차원은 비가역에 가깝되 그 수위는 진동한다. 1조 달러 약정과 안보 명분이 방향을 떠받치지만, 건설 지출·일자리·리쇼어링 지수는 이미 꺾이고 있다.
- 차원(방향)은 비가역에 가깝다: 민간 제조투자 약속 약 $1조 · 명분이 비용이 아닌 안보 · 초당적 합의.
- 수위(속도)는 진동한다: 건설지출 피크 대비 -21% · 반도체팹 -44% · 관세 후 일자리 -8.9만 · 리쇼어링 지수 -311bp · 인텔 팹 연기 · 멕시코 신규투자 16%.
- 곡괭이가 리쇼어링 수위에만 의존하면 함께 흔들린다. 더 단단한 동인이 필요하다(2장).
2. 공장은 오는데 사람이 없다
1장에서 공장 회귀의 수위가 진동한다는 걸 봤습니다. 그렇다면 곡괭이를 그 진동하는 수위 위에 세우면 위험합니다. 다행히 이 단층선에는 수위보다 단단한 동인이 하나 있습니다. 인력난입니다. 단 1편의 틀을 자동화에도 정직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자동화에도 차원과 수위가 따로 있습니다.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은 인력난이 떠받쳐 단단하되, 매년의 설비투자 집행이라는 수위는 경기와 capex 사이클(기업이 설비에 돈을 쓰는 호황·불황의 주기)로 진동합니다. 이 둘을 나눠 봐야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습니다.
2.1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은 단단하다
공장이 돌아오는데 정작 그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2025년 6월 미국 제조업의 미충원 일자리는 약 41만5,000개였고, 2030년까지 약 210만 개의 일자리가 빌 것으로 전망됩니다 (Cargoson). 특히 첨단 분야가 심각합니다. 반도체 산업만 2030년까지 필요한 인력 11만5,000명 중 약 6만7,000명이 미충원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SIA).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이 숙련공 부족으로 양산이 지연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인력난이 왜 중요할까요. 리쇼어링 수위는 관세와 정권에 따라 진동하지만, 인력난이 만드는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은 한 정권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인구 구조와 제조업 기피 현상은 단기에 뒤집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동화 수요는 1편의 언어로 말하면 비가역에 가까운 차원입니다. 단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자가당착을 피합니다. 비가역인 것은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이지, 매년 실제로 집행되는 설비투자라는 수위가 아닙니다. 수위는 다음 절에서 보듯 진동합니다.
2.2 그래서 공장은 사람 대신 로봇을 넣는다
사람이 없으면 공장은 로봇을 넣습니다. 그리고 이건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리쇼어링하는 기업의 60% 이상이 같은 사이클에 자동화를 함께 도입하고, 미국 산업체의 약 95%가 3년 안에 자동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동기 중 리쇼어링이 61%를 차지합니다 (SupplyChain247).
여기에 이 장의 핵심이 있습니다.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오든, 멕시코로 가든, 인도나 베트남으로 가든, 어디로 가든 사람이 부족하면 로봇을 넣습니다. 그래서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은 리쇼어링이라는 진동하는 수위보다 단단합니다. 리쇼어링 수위가 꺾여도, 공장이 어느 나라로 가든 자동화 수요는 깔립니다. 1편의 틀로 정리하면, 리쇼어링의 수위는 진동하지만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은 인력난이라는 비가역 동인이 떠받칩니다.
2.3 단, 자동화의 수위(capex)는 똑같이 진동한다
여기서 정직해야 합니다.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이 단단하다고 해서, 매년의 설비투자 집행까지 단단한 건 아닙니다. 설비투자는 기업이 경기를 보고 켰다 껐다 하는 capex 사이클을 탑니다. 그리고 2024년이 바로 그 진동을 보여줍니다.
2024년 글로벌 산업용 로봇 출하는 전년 대비 약 2.4% 줄었고, 5년 연속 50만 대를 넘긴 추세 속에서도 단기로는 역성장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로봇 설치도 5년 만에 처음 감소했고, 로봇 회사 FANUC의 로봇 부문 매출은 약 16.4% 줄었습니다 (Interact Analysis). 자동화 수요가 비가역이라면서 출하가 줄었다는 건 모순처럼 보이지만, 차원과 수위를 나누면 모순이 아닙니다. 장기 수요(차원)는 인력난이 떠받쳐 단단하되, 단기 집행(수위)은 경기·금리·고객 capex 사이클로 진동합니다. 1편의 리쇼어링이 그랬듯, 자동화도 똑같이 차원은 비가역에 가깝고 수위는 진동합니다.
개념적 시각화입니다. 자동화는 수요(차원)가 리쇼어링보다 단단하되 집행(수위)은 똑같이 진동함을 표현했습니다. (출처: Cargoson·SIA·Interact Analysis)
이 구분이 곡괭이를 살 때 중요합니다. 곡괭이가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 위에 서 있으면 길게 버티지만, 그 곡괭이의 단기 실적과 주가는 capex 수위를 따라 출렁입니다. 5장에서 볼 가격 거름망이 바로 이 수위 진동과 맞닿습니다.
여기서부터 곡괭이 본론입니다. 자동화 수요가 단단한 차원이라면, 그 자동화 안에서 누가 곡괭이를 쥐었는지가 다음 질문입니다.
2장 결론: 자동화에도 차원과 수위가 따로 있다. 수요라는 차원은 인력난이 떠받쳐 리쇼어링보다 단단하되, 설비투자 집행이라는 수위는 capex 사이클로 똑같이 진동한다(2024 글로벌 출하 -2.4%·중국 5년만 첫 감소). 공장이 어디로 가든 자동화 수요는 깔린다. 단단한 건 방향이지 매년의 속도가 아니다.
- 자동화 수요라는 차원은 비가역에 가깝다: 인력난(미충원 41.5만·2030 210만 부족·반도체 6.7만)이 떠받친다. 리쇼어링 60%+가 자동화 병행·95%가 3년 내 계획·동기 61%.
- 단 자동화 수위(capex)는 진동한다: 2024 글로벌 로봇 출하 -2.4%·중국 5년만 첫 감소·FANUC 로봇매출 -16.4%. 1편 프레임을 자동화에도 정직하게 적용.
- 자동화 수요는 리쇼어링보다 단단하되 매년 집행은 출렁인다. 다음 질문은 그 안에서 누가 곡괭이를 쥐었나(3장).
3. 곡괭이는 로봇이 아니다
이제 이 답사의 핵심입니다. 자동화가 진짜라면, 그 안에서 누가 공장을 짓든 팔리는 곡괭이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은 로봇 그 자체, 즉 로봇 암을 만드는 회사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따라가면, 진짜 곡괭이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걸 찾으려면 로봇 한 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뜯어봐야 합니다.
3.1 로봇 한 대의 원가는 부품에 있다
로봇 산업을 자동차에 비유해보겠습니다. 누구나 자동차를 조립할 수 있어 보이지만, 그 안의 변속기나 엔진을 만드는 곳은 세계에 몇 곳 없습니다. 로봇도 똑같습니다.
산업용 로봇 한 대의 원가 구조를 보면, 가장 큰 단일 항목은 로봇 회사 자신의 몫이 아닙니다. 정밀 감속기가 약 35%, 서보모터(정밀하게 위치와 속도를 제어하는 모터)와 드라이브가 약 20%, 컨트롤러가 약 15%를 차지합니다. 세 부품을 합치면 원가의 70~80%에 이릅니다 (업계 추정치, Interact Analysis 등). 이 비중은 리서치사마다 다소 다른 업계 추정치이지만, 방향은 일관됩니다. 로봇을 조립해 파는 회사가, 정작 원가의 가장 큰 몫을 부품 공급사에 지불한다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로봇 완제품을 조립하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표준화됩니다. 모터를 붙이고 관절을 잇고 제어 소프트웨어를 얹는 조립 공정은, 후발 주자도 몇 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반면 감속기처럼 미크론 단위의 정밀 가공과 수십 년의 노하우가 쌓여야 하는 부품은, 돈을 쏟아붓는다고 단기에 따라잡히지 않습니다. 자동차에서 완성차 조립 라인은 여러 나라에 깔려 있어도, 변속기와 엔진의 핵심 기술은 소수 회사가 쥐고 있는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직관과 반대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로봇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화려하고 눈에 띄지만, 그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잘 안 보이는 부품 회사로 흘러갑니다. 곡괭이는 로봇이 아니라 로봇 안에 있습니다.
3.2 로봇 완제품은 범용화가 진행 중이다
곡괭이가 로봇 완제품이 아니라는 증거는, 그 완제품 시장에서 범용화가 진행 중이라는 데서 드러납니다. 네 가지 신호가 있습니다.
첫째, 점유율입니다. 산업용 로봇 빅4(ABB·FANUC·Yaskawa·KUKA)의 출하 기준 합산 점유율은 약 38%입니다(매출 기준으로는 75%라는 추정도 있는데, 이는 고가 모델 비중 때문에 출하와 매출 기준이 다른 것입니다). 상위 10개사 집중도는 2023년 64.6%에서 2024년 62.3%로 내렸습니다 (Interact Analysis). 집중도가 내린다는 건 신규 진입자가 점유율을 가져간다는 뜻입니다.
둘째, 판매 단가입니다. 도입에서 본 그 숫자입니다. 로봇 한 대의 ASP는 2018년 약 3만1,100달러에서 2024년 약 2만5,600달러로 내렸고, 향후로도 연 1~2% 하락이 전망됩니다 (Interact Analysis). 단가가 내린다는 건 경쟁이 치열해 가격으로 싸운다는 뜻입니다.
셋째, 중국 국산화입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Inovance·Estun 같은 국산 로봇이 2024년 들어 단위 기준으로 처음 외국산을 추월했습니다(종전에는 외산이 70% 이상) (The Wire China). 한 2차 출처는 이 시점 국산 비중을 약 52%로 추정합니다 (RobotAuto). 다만 Estun의 매출은 약 6억4,000만 달러로 FANUC의 약 16억1,00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쳐, 아직은 내수 저가 시장 중심입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중국 브랜드가 10~15% 싼 가격으로 자국 시장부터 잠식하고 있습니다.
넷째, ABB의 매각입니다. 빅4의 한 축인 ABB가 2025년 10월 로보틱스 사업부를 소프트뱅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습니다(2026년 하반기 완료 예정) (The Wire China). 곡괭이가 단단하다면 던지지 않습니다. 완제품 사업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양날도 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꽤 비싼 값(회사를 통째로 살 때 매년 버는 현금의 약 17배, KUKA 때의 약 15배보다 높은 값)에 사들인 것은, 로봇 완제품을 AI와 결합할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단 이 글의 범용화 결론은 ABB 하나가 아니라 위의 점유율·단가·중국 역전 세 신호로 이미 입증되므로, 양날을 인정해도 결론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네 신호를 합치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로봇 암 완제품은 2편의 세 번째 거름망(범용화)에 걸립니다. 누구나 점점 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추세가 진짜여도 마진이 얇아지는 자리입니다.
개념적 시각화입니다. 원가 비중은 업계 추정치이고, 3계층 분류는 HiveWorks Invest 자체 정리입니다(완제품 → 서보·모션 → 정밀 부품). (출처: Interact Analysis·The Wire China)
3.3 가치는 부품으로 내려간다: 정밀 감속기와 머신비전
완제품이 범용화된다면, 부가가치는 어디로 갈까요. 로봇 회사가 원가의 가장 큰 몫을 지불하는 부품, 그중에서도 따라 만들기가 가장 어려운 두 자리로 내려갑니다. 정밀 감속기와 머신비전입니다.
정밀 감속기부터 봅니다. 감속기는 로봇 관절에서 모터의 빠르고 약한 회전을, 느리지만 힘세고 정밀한 회전으로 바꿔주는 핵심 부품입니다. 종류가 둘입니다. 중대형 로봇 관절에 쓰는 RV 감속기(회전 벡터 방식의 고강성 감속기)와, 소형·경량 로봇이나 반도체 장비에 쓰는 하모닉 감속기(얇은 컵 모양 기어를 변형시켜 감속하는 방식)입니다. RV 감속기는 일본의 Nabtesco가, 하모닉 감속기는 일본의 Harmonic Drive가 글로벌 시장을 과점합니다(하모닉 글로벌 점유율 정밀치는 「몸을 얻은 지능」 3편 참조: 한때 약 70%·현 글로벌 약 20%). 이들은 FANUC·ABB·KUKA·Yaskawa 같은 로봇 회사에 직접 납품합니다. 즉 로봇 회사들이 경쟁하든 말든, 그들 모두가 같은 일본 감속기를 사다 씁니다. 누가 로봇 시장에서 이기든 감속기는 팔리는 것입니다.
머신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머신비전은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로 부품을 식별하고 위치를 잡고 불량을 검사하는, 말하자면 로봇의 눈입니다. 자동화 공장에서 로봇이 정확히 일하려면 반드시 필요한데, 이 시장은 일본의 키엔스, 미국의 Cognex 같은 소수가 쥐고 있습니다. 키엔스는 영업사원이 고객 공장에 직접 들어가 솔루션을 설계해주는 직판(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제조사가 고객에게 직접 파는 방식)과, 한번 도입하면 생산 라인 전체가 묶여 바꾸기 어려운 높은 전환비용(다른 제품으로 갈아탈 때 드는 비용)으로 자리를 지킵니다.
이것이 3편 "전차가 아니라 화약"의 공급망 버전입니다. 3편에서 진짜 곡괭이가 전차가 아니라 그 전차가 쏠 화약이었듯, 여기서는 진짜 곡괭이가 로봇이 아니라 그 로봇 안의 감속기와 눈입니다. 3편의 밀가루가 화약이었다면, 4편의 변속기가 감속기인 셈입니다. 2편의 거름망으로 말하면, 로봇 완제품은 범용화 거름망에 걸리지만 감속기와 머신비전은 과점과 전환비용이라는 거름망을 통과합니다. 이런 부품들은 소비자 눈에는 안 띄지만, 그건 B2B 부품이라 소비자가 볼 일이 없을 뿐이고 업계에서는 누가 길목을 쥐었는지 다 압니다. 안 보일 뿐 숨어 있는 게 아닙니다.
단 이 결론은 산업용 로봇 암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치가 다시 완제품 쪽으로 갈 수 있어 별개로 봐야 합니다(이 글 범위 밖). 산업용 로봇 암에서는 가치가 완제품에서 부품으로 내려갔지만, 사람 모양 로봇은 몸을 직접 설계하고 통합하는 회사가 가치를 다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보듯 중국 감속기 기업이 이미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에 공급을 시작한 것이 그 별도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휴머노이드 관절에서 가치가 어디로 귀착하는지(감속기 점유율의 정밀 수치 포함)는 자매 시리즈 「몸을 얻은 지능」 3편·4편이 정밀하게 다룹니다.
다만 한국 독자에게 정직하게 짚을 게 있습니다. 이 글로벌 부품 병목을 쥔 손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입니다.
🇰🇷 한국은 어디에 있나 (정직하게)
한국에서 자주 거론되는 로봇 기업들의 위치를 정직하게 봅니다. 두산로보틱스는 20kg 이상 대형 협동로봇(사람과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에서 2022년 기준 글로벌 약 72%로 의미 있는 틈새 과점을 쥐었으나, 전체 협동로봇 시장 점유는 3.6~5% 수준입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이 최대주주(약 35%)인 미래 후보이나 아직 연구개발 단계입니다.
즉 이 단층선에서 한국이 쥔 의미 있는 틈새는 두산의 대형 코봇 정도이고, 정밀 감속기·머신비전이라는 글로벌 병목은 일본(Nabtesco·Harmonic Drive·키엔스)과 미국(Cognex)이 쥐고 있습니다.
한국이 모든 곡괭이를 쥔 게 아닙니다. 글로벌 부품 병목은 일본·미국이 쥐었고, 한국은 대형 코봇이라는 틈새 과점이 의미 있습니다. 정직하게 봅니다. (출처: 두산 대형 코봇 72%는 2022년 기준·단일 출처)
한국에 글로벌 병목이 적다는 사실에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곡괭이가 어느 나라에 있든, 그것을 재는 자(尺)는 똑같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국에 글로벌 병목이 적다는 사실이, 곡괭이를 국적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로 골라야 한다는 이 글의 결론을 다시 증명합니다. 좋은 곡괭이는 어느 여권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따라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로 정해집니다.
3장 결론: 이 단층선의 진짜 곡괭이는 로봇이 아니라 로봇 안의 부품이다. 완제품은 범용화가 진행 중이고(빅4 38%·ASP 하락·중국 첫 역전·ABB 매각), 가치는 정밀 감속기와 머신비전 같은 부품으로 내려간다. 단 글로벌 병목은 일본·미국이 쥐었다.
- 로봇 한 대 원가의 70% 이상이 부품(감속기 약 35%·서보 약 20%·컨트롤러 약 15%, 업계 추정)에 있다. 로봇 회사는 정작 부품사에 가장 큰 돈을 낸다.
- 로봇 완제품은 범용화 거름망에 걸린다: 빅4 출하 약 38% · ASP 6년째 하락 · 중국 내수 첫 역전 · ABB 로보틱스 매각.
- 진짜 곡괭이는 정밀 감속기(Nabtesco·Harmonic Drive)와 머신비전(키엔스·Cognex). 단 한국이 아니라 일본·미국이 쥐었다.
4. 곡괭이 품질 거름망: 감속기조차 중국이 온다
3장에서 진짜 곡괭이가 부품(감속기·머신비전)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정직해야 할 대목이 남았습니다. 1편이 "차원은 비가역, 수위는 진동"으로 나눠 봤듯, 그리고 3편이 가장 단단한 화약 곡괭이에도 재고 재건이라는 시한을 붙였듯, 이 부품 곡괭이에도 같은 잣대를 대야 공정합니다. 곡괭이의 강도를 영구 병목으로 단정하면 안 됩니다.
4.1 가장 단단한 감속기조차 중국 추격으로 시한부다
가장 단단해 보이는 정밀 감속기부터 균열을 봅니다.
하모닉 감속기 시장에서 중국의 Leaderdrive(绿的谐波)는 JP모건 추정 기준 중국 내수 점유율이 30~40%에 이릅니다. 중국 최대 하모닉 감속기 제조사로, 2025년 매출이 47% 늘고 순이익이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Humanoid.guide). 글로벌 점유율은 약 15%로 추정되나 이 수치는 출처가 미확보라 발행 전 재검증 대상입니다. 다만 어느 수치든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추격이 글의 서술보다 빠르다는 것입니다. Leaderdrive는 일본 제품 대비 40~60% 싼 가격으로 표준 산업용 스펙에서는 동등한 성능을 달성했고(이 가격차·증설 수치는 업계 추정으로 발행 전 재검증 대상), 생산능력을 약 20.6만 개에서 2027년 약 159만 개로 약 7.7배 늘릴 계획입니다. 이미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Agibot·UBTech 등)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Humanoid.guide). 다만 항공·의료용 같은 최고급 스펙에서는 아직 일본이 우위입니다.
이것이 4편의 핵심 반전입니다. 3편에서 화약이 가장 단단한 곡괭이였지만 재고 재건이라는 시한이 붙었듯, 여기서는 가장 단단해 보이는 감속기조차 중국 추격이라는 시한이 붙습니다. RV 감속기 쪽도 Nabtesco가 중대형 로봇 관절 시장을 크게 쥐고 있으나(「몸을 얻은 지능」 3편은 중대형 약 60%·전체 약 35%로 세분합니다), 하모닉과 같은 중국 추격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1편 프레임을 곡괭이 자체에 대칭으로 적용하면, 감속기 곡괭이의 강도는 영구가 아니라 시한부입니다.
이것이 바로 2편의 거름망3(범용화)을 곡괭이 자체에 적용한 것입니다. 곡괭이가 안전한 건 따라 만들기 어려울 때뿐인데, 감속기조차 중국이 절반 값에 표준 스펙을 따라잡으면서 그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감속기가 시한부라는 말은 "감속기 곡괭이가 곧 무너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본 두 회사는 여전히 항공·의료용 최고급 스펙을 쥐고 있고, 표준 스펙에서도 신뢰와 납기로 자리를 지킵니다. 핵심은 그 자리의 안전이 "영구"가 아니라 "시한부"라는 것, 그리고 중국 추격의 속도가 그 시한을 매년 깎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속기는 단단한 곡괭이가 맞지만, 그 단단함에는 시계가 붙어 있습니다. 투자자가 봐야 할 건 "감속기가 곡괭이냐"가 아니라 "그 곡괭이의 시계가 얼마나 남았느냐"입니다.
4.2 시한을 재는 자(尺)는 점유율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다
모든 곡괭이가 시한부라면,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무엇이 그 시한을 길게 만드는가. 흔히 점유율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점유율은 시한을 거의 못 잽니다. 진짜 시한을 결정하는 건 비가격 해자입니다. 비가격 해자란 가격이 아닌 다른 힘으로 고객을 묶는 힘, 즉 한번 쓰면 바꾸기 어려운 전환비용, 영업이 직접 솔루션을 설계해주는 직판, 신뢰가 쌓인 브랜드 같은 것입니다. 곡괭이가 가격으로만 버티면 중국이 절반 값에 오는 순간 무너지지만, 가격이 아닌 힘으로 고객을 묶으면 더 오래 버팁니다. 그리고 이익률은 바로 그 비가격 해자의 깊이를 비추는 결과지표입니다. 해자가 깊으면 경쟁자가 들어와도 가격을 안 깎으니 마진이 높게 유지되고, 해자가 얕으면 마진이 깎입니다.
같은 머신비전 시장 안의 두 회사가 이걸 정확히 보여줍니다. 키엔스와 Cognex입니다. 키엔스의 머신비전 점유율은 약 14% 안팎, Cognex는 약 11%로 점유율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중국 Hikrobot이 약 6%로 진입 중) (Vision Systems Design). 그런데 영업이익률은 갈립니다. 키엔스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0.78%에서 57.10% 사이, 즉 10년 넘게 50% 이상을 지켰고 매출총이익률은 약 83%에 이르는 반면 (CompaniesMarketCap), Cognex의 영업이익률은 약 22% 수준입니다 (Vision Systems Design). 같은 곡괭이(머신비전)를 비슷한 점유율로 쥐었는데 마진이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이 차이를 만든 게 점유율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의 깊이입니다. 키엔스는 영업사원이 고객 공장에 직접 들어가 문제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설계해주는 직판 모델로, 단순 부품이 아니라 생산성 개선이라는 가치를 팝니다. 한번 라인에 들어가면 생산 공정 전체가 묶여 바꾸기 어려운 높은 전환비용도 가격을 떠받칩니다. Cognex는 같은 머신비전을 만들지만 이 직판·전환비용 해자가 키엔스만큼 깊지 않아 마진이 절반 수준입니다. 그래서 중국 Hikrobot이 6%로 진입해도 키엔스는 가격을 안 깎고 버티는 반면, 해자가 얕은 쪽은 더 먼저 가격 압박을 받습니다. 점유율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가 시한을 가르고, 이익률이 그 시한의 길이를 읽어주는 尺이 됩니다.
여기서 곡괭이의 위계가 분명해집니다. 로봇 완제품은 비가격 해자가 얕아 범용화로 마진이 먼저 얇아지고, 감속기는 과점이라 해자가 있지만 가격 우위 비중이 커 중국 추격으로 시한이 짧아지고, 머신비전은 직판·전환비용이라는 비가격 해자가 깊어 가장 시한이 깁니다. 물론 머신비전조차 영원하지 않습니다. Hikrobot의 진입이 그 시계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 계층 | 대표 곡괭이 | 비가격 해자 (시한을 길게 하는 힘) | 결과지표 (영업이익률) | 시한의 길이 |
|---|---|---|---|---|
| 로봇 암 완제품 | FANUC·ABB·Yaskawa·KUKA | 얕음: 가격 경쟁·생태계 정도 | FANUC 정체·ASP -18% | 짧음 (범용화 진행) |
| 서보·모션 | Yaskawa·Mitsubishi | 중간: 정밀 기술장벽 | 중간 | 중 (Inovance 중국 약 28% 추격) |
| 정밀 감속기 | Nabtesco·Harmonic Drive | 중간: 과점이나 가격 우위 비중 큼 | 사이클 변동 (하모닉 -94%) | 짧아짐 (Leaderdrive 절반값·7.7배 증설) |
| 머신비전 | 키엔스·Cognex | 깊음: 직판·전환비용 (키엔스 > Cognex) | 키엔스 50%+ vs Cognex 약 22% | 김 (단 Hikrobot 진입으로 시계 시작) |
시한을 가르는 건 점유율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전환비용·직판)의 깊이이고, 이익률은 그 깊이를 비추는 결과지표입니다. 같은 머신비전인데 키엔스 50%+ vs Cognex 약 22%인 것이 그 증거입니다. 강도는 곡괭이 장악력이지 투자매력이 아닙니다. (출처: Interact Analysis·The Wire China·CompaniesMarketCap·Vision Systems Design·Humanoid.guide(JP모건). 일부 점유율은 업계 추정·발행 전 재검증 대상.)
그런데 바로 여기서 이 자(尺)의 진짜 쓸모가 드러납니다. 이 자는 "안전을 보장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안전한 곡괭이는 없으니까요. 대신 이 자는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입니다. 자를 쥔 사람은 무너짐의 순서와 속도를 미리 읽습니다. 키엔스가 Hikrobot에 밀리는 그날이, 감속기가 Leaderdrive에 밀리는 날보다 늦게 온다는 것을, 이익률이라는 눈금으로 미리 압니다. 그래서 남보다 먼저 들어가고 먼저 나올 수 있습니다. 어느 곡괭이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 앞에서, 이 자를 든 사람과 안 든 사람의 차이는 "무너지느냐"가 아니라 "무너지는 걸 미리 보느냐"입니다. 그게 이 자의 쓸모입니다. 그리고 이 자는 공급망 단층선만의 도구가 아니라, 어느 단층선에서든 곡괭이의 시한을 잴 때 들고 갈 자입니다.
4장 결론: 안전한 곡괭이는 없다. 모든 부품 곡괭이가 시한부다. 다른 건 시한의 길이뿐이고, 그 길이를 가르는 尺은 점유율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전환비용·직판)다. 이익률은 그 해자의 깊이를 비추는 결과지표다. 1편 "영구 병목은 없다"의 완성형이다.
- 감속기조차 시한부다: Leaderdrive 중국 내수 30~40%(JP모건)·일본 대비 40~60% 저가·7.7배 증설·중국 휴머노이드(Agibot·UBTech) 공급. 1편 프레임(범용화)을 곡괭이 자체에 적용.
- 시한을 재는 尺은 비가격 해자다: 같은 머신비전인데 키엔스 영업이익률 50%+ vs Cognex 약 22%. 점유율(14% vs 11%)이 아니라 직판·전환비용 해자의 깊이가 마진을 갈랐다. 이익률은 그 결과지표.
- 위계는 비가격 해자 깊이순: 완제품(얕음) < 감속기(중간·가격우위 큼) < 머신비전(깊음). 안전지대는 없고 시한만 다르다. 단 이 자(尺)를 쥔 사람은 무너짐의 순서와 속도를 미리 읽어 남보다 먼저 들어가고 먼저 나온다. 그게 이 자의 쓸모다.
5. 곡괭이를 쥐어도 비싸면
4장까지 곡괭이의 강도(따라 만들기 어려움)를 가렸습니다. 이제 2편의 첫 번째 거름망(가격)을 더해 닫습니다. 곡괭이를 쥐었느냐와 그 주식이 싸냐는, 3편 라인메탈에서 봤듯 끝까지 다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5.1 곡괭이는 진짜인데, 다수가 이미 비싸다
곡괭이의 강도를 가렸다고 끝이 아닙니다. 가격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단층선의 부품 곡괭이들은 다수가 이미 비쌉니다.
먼저 이익은 정체인데 주가만 오른 경우입니다. 로봇 회사 FANUC의 주가는 1년에 약 101.7% 올랐지만, 이익은 10년 중간값 대비 오히려 줄어든 상태라 주가 상승의 대부분이 이익 증가가 아니라 P/E(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배수) 확장에서 나왔습니다. Yaskawa도 1년에 약 108.4% 올랐지만 이익은 약 38% 줄어, 역시 P/E 확장 구간입니다 (Interact Analysis).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주가가 오르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회사가 돈을 더 벌어서(이익 증가) 오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익은 그대로인데 시장이 그 이익에 더 높은 값을 매겨서(P/E 확장) 오르는 것입니다. 앞쪽은 실적이 받쳐주는 상승이라 단단하지만, 뒤쪽은 기대만으로 부푼 상승이라 기대가 식으면 그대로 빠집니다. FANUC과 Yaskawa의 1년 두 배 상승이 대부분 뒤쪽이라는 건, 그 주가가 "곧 자동화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미래 기대를 미리 당겨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2장에서 봤듯 자동화의 수위(설비투자 집행)는 2024년에 오히려 꺾였습니다. 기대와 실적 사이에 틈이 벌어진 자리, 거기가 가격 거름망이 걸러내는 지점입니다.
부품 곡괭이도 비쌉니다. 정밀 감속기의 Nabtesco는 후행 P/E가 약 37배로, 10년 평균(약 24.9배) 대비 50%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어 있습니다. 하모닉의 Harmonic Drive는 더 극단적입니다.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약 94% 무너지면서(반도체 장비 수요 조정) P/E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Interact Analysis). 가장 늦게 무너질 곡괭이로 꼽은 키엔스도 선행 P/E(앞으로 1년간 벌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기준 배수)가 약 37배로, 업종 평균(약 16~22배)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곡괭이가 단단한 만큼 가격도 비싼 것입니다.
P/E 쉽게 이해하기테마 전체로 봐도 자본이 몰린 신호가 있습니다. 로봇 테마 ETF인 BOTZ는 운용자산이 약 36억 달러(2026년 6월 5일 기준)로, 로봇·자동화 테마에 그만큼 돈이 쌓였습니다. 1년 수익률은 약 15%입니다(2026년 3월 기준, Global X) (Global X). 단층선이 진짜라는 신호이면서, 동시에 자본이 이미 강하게 몰렸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3편 라인메탈에서 본 그 패턴입니다. 곡괭이를 쥐었느냐와 얼마에 샀느냐는 다릅니다. 여기서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키엔스가 비싸다는 건 "사지 마라"는 뜻이 아니라, 자(尺)의 셋째 눈금(가격)에 걸린다는 뜻입니다. 가장 시한이 긴 곡괭이라는 평가(둘째 눈금)는 그대로이고, 다만 그 시한값이 이미 주가에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따로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판정은 이 글 다음 단계, 개별 기업을 뜯어보는 분석(열매)의 몫입니다.
5.2 결론: 안전한 곡괭이를 찾지 말고, 시한을 재는 자(尺)를 들어라
이제 답사를 정리합니다. 세 가지 질문에 모두 답했습니다.
공장은 돌아옵니다(1장). 단 차원은 비가역에 가깝되 수위는 진동합니다. 그리고 자동화도 똑같이, 수요라는 차원은 인력난이 떠받쳐 단단하되 설비투자라는 수위는 capex 사이클로 진동합니다(2장). 그래서 곡괭이는 자동화이되, 로봇 완제품이 아니라 그 안의 부품입니다(3장). 완제품은 범용화로 흔해지고, 가치는 정밀 감속기와 머신비전으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그 부품 곡괭이조차 영원하지 않습니다(4장). 감속기는 중국이 절반 값에 추격해 시한이 짧아지고, 그 시한을 재는 尺은 점유율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전환비용·직판)이며, 이익률은 그 해자의 깊이를 비추는 결과지표입니다. 같은 머신비전인데 키엔스가 50%, Cognex가 22%인 것이 그 尺을 보여줍니다. 한 문장으로 못박으면 이렇습니다. 이 단층선에서 가장 오래 버틸 곡괭이는 머신비전이고, 그 증거가 키엔스의 이익률이며, 단 그조차도 시한부입니다. 게다가 그 곡괭이들 다수가 이미 비쌉니다(5장). 곡괭이를 쥔 것과 그 주식이 싼 것은, 이 단층선에서도 끝까지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곡괭이의 강도(시한의 길이)와 가격을 한 장에 겹쳐 보면, 이 답사의 결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세로축은 안전 여부가 아니라 시한의 길이(비가격 해자의 깊이)입니다. 가로축 가격 부담은 감속기 대비 상대적이며, 머신비전도 절대 수준은 비쌉니다(키엔스 선행 P/E 약 37배). 안전한 곡괭이는 없고 시한만 다르며, 그 시한을 재는 尺이 비가격 해자이고 이익률이 그 결과지표입니다. 강도는 장악력이지 투자매력이 아닙니다. (출처: HiveWorks Invest 자체 분석)
그러니 이 답사의 진짜 결론은 "안전한 곡괭이는 이것이다"가 아닙니다. 안전한 곡괭이는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이 버그가 아니라 결론이라는 것입니다. 1편이 "영구 병목은 없다"고 했고, 이 편이 그것을 곡괭이 하나하나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할 일은 안전한 곡괭이를 고르는 게 아니라, 후보가 생길 때마다 시한을 재는 尺을 들이대는 것입니다. 첫째, 이건 가격이 아닌 무엇으로 고객을 묶는가, 즉 비가격 해자가 깊은가(尺). 그 깊이는 이익률이 비춰줍니다. 둘째, 그래서 무너지기까지 시한이 얼마나 긴가(중국 추격 속도와 비교). 셋째, 그 시한값이 이미 주가에 다 들어가 있나(가격). 세 질문에 대한 정밀한 답은 개별 기업을 뜯어보는 분석(열매)에서 이어집니다.
| 곡괭이(길목) | 강도 | 시한 (尺=비가격 해자, 이익률은 결과지표) | 쥔 기업(실명) | 범용화·가격 리스크 |
|---|---|---|---|---|
| 머신비전·FA센서 | 강 | 🟡 가장 긺: 직판·전환비용 해자 깊음 (키엔스 50%+ vs Cognex 약 22%, 점유율은 14% vs 11%로 비슷) | 키엔스 · Cognex | Hikrobot 약 6% 진입 초기 · 이미 비쌈(키엔스 선행 P/E 약 37배) |
| 정밀 감속기 | 강 | 🔴 짧아지는 중: 과점이나 가격 우위 비중 커 추격 노출 | Nabtesco(RV) · Harmonic Drive(하모닉) | Leaderdrive 추격(JP모건 중국 내수 30~40%·절반값·7.7배 증설) · 비쌈(Nabtesco 후행 P/E 약 37배 · 하모닉 이익 -94%) |
| 서보·모션 | 중강 | 🔴 중: Inovance 중국 내수 약 28% 추격 | Yaskawa · Mitsubishi | Inovance 중국 내수 약 28% · 이익 없이 비쌈(+108% P/E 확장) |
| 로봇 암 완제품 | 약 | 🔴 짧음: 비가격 해자 얕아 범용화 먼저 | FANUC · ABB(매각 중, 소프트뱅크 약 17배 인수=피지컬 AI 양날) | 중국 내수 첫 역전 · ASP 6년째 하락 · 이익 정체에 +101% |
강도는 곡괭이(길목 장악력)의 강도이지 투자 매력도나 적정가가 아닙니다. 곡괭이를 쥔 것과 그 주식이 싼 것은 다릅니다. 종목 추천이 아닙니다. (강도는 2026-06-08 시점 판정이며 바뀔 수 있습니다.) 시한 컬럼의 🟡🔴는 시한 길이(비가격 해자 깊이)이고, 안전한 곡괭이는 없고 시한만 다릅니다. FA센서는 공장 자동화에 쓰는 각종 감지 센서를 말합니다. 글로벌 부품 병목은 일본·미국이 쥐었고, 한국은 대형 코봇이라는 틈새 과점만 의미 있습니다. 정밀 적정가는 개별 기업 분석(열매)의 몫입니다. (출처: Interact Analysis·The Wire China·CompaniesMarketCap·Vision Systems Design·Humanoid.guide. 점유율 일부는 업계 추정·발행 전 재검증 대상.)
🧭 다음 답사 예고
공급망 단층선의 답사를 마쳤습니다. 공장은 돌아오고(차원은 비가역, 수위는 진동), 인력난이 자동화 수요를 떠받치며(단 capex 수위는 진동), 진짜 곡괭이는 로봇이 아니라 그 안의 부품(감속기·머신비전)이고, 그 부품 곡괭이조차 시한부이며, 그 시한을 재는 尺은 점유율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전환비용·직판)이고 이익률이 그 결과지표라는 것까지 봤습니다. 안전한 곡괭이는 없고 시한만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세 번째 단층선, 자원을 답사합니다. 핵심 광물과 에너지가 무기가 된 자리에서, 누가 이기든 팔리는 곡괭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곡괭이의 시한은 얼마나 긴지를 같은 尺으로 발굴합니다.
안전한 곡괭이는 없다. 곡괭이엔 안전지대가 없고 시한의 길이만 다르다. 그 시한을 재는 尺은 점유율이 아니라 비가격 해자(전환비용·직판)이고, 이익률은 그 깊이를 비추는 결과지표다. 같은 머신비전인데 키엔스 50% vs Cognex 22%인 것이 그 尺이다. 곡괭이를 쥔 것과 그 주식이 싼 것은 다른 질문이다.
- 공장 회귀는 차원 비가역(약 $1조 약정·안보)·수위 진동(건설지출 -21%·반도체팹 -44%·리쇼어링 지수 -311bp). 자동화도 수요는 인력난이 떠받쳐 단단하되 집행(capex)은 진동(2024 글로벌 출하 -2.4%·중국 5년만 첫 감소).
- 곡괭이는 로봇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 완제품은 범용화(빅4 38%·ASP -18%·중국 첫 역전·ABB 매각, 단 소프트뱅크 약 17배 인수는 피지컬 AI 양날), 가치는 정밀 감속기(Nabtesco·Harmonic Drive)와 머신비전(키엔스·Cognex)으로 내려간다. 글로벌 병목은 일본·미국.
- 그 부품 곡괭이조차 시한부다: 감속기는 Leaderdrive가 절반값·7.7배 증설로 추격(JP모건은 중국 내수 30~40%). 시한을 가르는 尺은 비가격 해자(키엔스 영업이익률 50%+ vs Cognex 22%, 점유율은 14% vs 11%로 비슷).
- 곡괭이를 쥐어도 비싸면: FANUC +101%·Yaskawa +108%가 이익 없이 P/E 확장·Nabtesco 후행 P/E 약 37배(10년평균比 +50%)·Harmonic Drive 이익 -94%. 로봇 ETF(BOTZ)에 운용자산 약 36억 달러가 쌓임. 시한과 가격은 다른 질문 (이 글은 산업용 로봇 패러다임 기준, 휴머노이드는 별개 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