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옆으로 간 곡괭이
그런데 사용자가 가장 많은 앱일수록 그 길목이 가장 약합니다.
수많은 AI 앱이 똑똑한 모델 위에 얇은 껍데기 하나를 씌운 것입니다. 모델이 한 단계 좋아지거나, 빅테크가 같은 기능을 공짜로 끼워 깔면 그대로 증발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응용이 살아남을까요. 곡괭이는 응용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 얼마나 깊이 박혔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다시 곡괭이입니다. 누가 금을 캐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을 쥔 자, 그것이 이 시리즈가 매번 쓰는 핵심 비유입니다. 그 골드러시 유래와 좋은 곡괭이의 세 조건은 곡괭이를 판 자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우리는 그 곡괭이를 칩에서 시작해 실리콘과 컴퓨트와 플랫폼을 지나, 바로 앞 10편에서 모델까지 따라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10편은 한 문장으로 끝났습니다. 모델은 더 이상 곡괭이가 아니다. 곡괭이가 모델 위(유통)와 옆(응용)과 밑(자본)으로 이동했다.
이번 편은 그 옆으로 간 자리, 응용을 봅니다. 여기서 응용이라는 말의 뜻을 박아 둡니다. 응용(AI 애플리케이션)이란 GPT나 Claude 같은 모델을 직접 만들지 않고, 그 모델을 가져다 실제 업무 도구로 만들어 파는 회사입니다. 코딩을 돕는 도구, 의사의 진료 기록을 받아쓰는 도구, 변호사의 계약서를 검토하는 도구가 전부 응용입니다. 7계층의 답사에서 우리 눈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층입니다.
그런데 10편이 11편에 숙제 하나를 남겼습니다. 곡괭이가 옆(응용)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곧 응용이 안전지대라는 뜻은 아니라는 경고였습니다. 그 숙제를 가장 또렷이 보여 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은 AI 응용은 ChatGPT입니다. 한 주 동안 실제로 쓴 사람, 즉 주간 사용자(WAU)가 8~9억 명으로 추정됩니다 (Demand Sage). 인류의 10분의 1이 매주 쓰는 셈입니다.
그런데 무료로 쓰던 사용자 중 실제로 돈을 내는 유료 구독으로 넘어가는 비율(유료 전환)은 5%뿐입니다 (Menlo Ventures). 더 놀라운 건 점유율입니다. 생성형 AI 웹 트래픽에서 ChatGPT의 몫은 2025년 1월 약 87%에서 2026년 3월 약 57%로 떨어졌습니다. 12개월 만에 30%포인트가 무너진, 역대 가장 큰 단일 연도 하락입니다 (TechnologyChecker). 점유율 수치는 측정 기관에 따라 53%에서 82%까지 편차가 큽니다. 어느 자로 재든 방향은 같습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은데, 그 자리를 지키는 힘은 가장 약합니다.
이 편의 한 줄 논제를 먼저 박습니다. ChatGPT는 사용자가 9억 명인데 해자는 0에 가깝습니다. 곡괭이는 응용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에 박힙니다. 옆으로 간 곡괭이가 단단한지 얇은지는 응용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이 글은 네 장면을 봅니다. 얇은 껍데기는 왜 죽는가(1장), 코딩이라는 곡괭이의 양면성(2장), 깊으면 산다는 의료와 법률(3장), 그리고 가장 깊은 곡괭이조차 위에서 내려오는 거인의 그림자(4장)입니다. 마지막에는 누가 어떤 강도로 곡괭이를 쥐었는지 정리합니다.
📖 이 글을 읽는 법
이 글은 특정 종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AI 밸류체인의 마지막 층인 응용에서, 어떤 응용이 얇은 껍데기라 죽고 어떤 응용이 깊이 박혀 살아남는지를 데이터로 추적합니다. 미국, 한국, 유럽을 가리지 않고, 상장과 비상장도 가리지 않습니다. 사용자 수나 매출 규모는 그 자체로 해자의 증거가 아니라는 규율(10편에서 세운)을 그대로 적용해, 락인은 갱신율과 통합 깊이로만 셉니다. 가격이 합리적인지(밸류에이션)는 이 글의 범위가 아니라, 발굴된 후보를 따로 종목 분석할 때 다룹니다.
1. 얇은 껍데기는 왜 죽는가
세상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은 응용(ChatGPT)이 가장 약하다는 역설을 프롤로그에서 봤습니다. 1장은 그 역설의 뿌리를 파고듭니다. 응용의 다수가 어떤 구조라서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지(1.1), 실제로 어떤 응용들이 죽었는지(1.2), 그것들을 죽인 두 힘이 무엇인지(1.3), 그리고 그 와중에도 얇아 보이는데 살아남은 예외는 무엇인지(1.4)를 차례로 봅니다.
1.1 얇은 껍데기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합니다. 응용의 다수는 똑똑한 모델 위에 씌운 얇은 껍데기이고, 껍데기는 잘 죽습니다. 먼저 그 껍데기가 무엇인지부터 봅니다.
여기서 thin wrapper라는 말이 나옵니다. thin wrapper(얇은 래퍼)란 GPT나 Claude 같은 모델을 그대로 호출하고, 그 위에 화면과 약간의 안내문(프롬프트)만 덧씌워 파는 앱입니다. 한 업계 비유로는 이렇습니다. 모델은 상품이고, 매주 새 모델이 나오며, 경쟁사가 내일 똑같은 모델에 연결합니다 (Hatchworks). 화면은 주말이면 복사되고, 모델은 누구나 접속하며, 안내문은 뜯어보면 그대로 베낄 수 있습니다.
이게 왜 치명적인지는 한 겹씩 떼어 보면 분명합니다. 화면은 디자인일 뿐이라 경쟁자가 며칠이면 비슷하게 흉내 냅니다. 그 밑의 모델은 내 것이 아니라 OpenAI나 Anthropic에서 빌려 쓰는 것이라, 같은 모델을 경쟁자도 똑같이 빌립니다. 마지막으로 안내문은 모델에게 "이렇게 답해 줘"라고 시키는 지시문인데, 결과물을 몇 번 받아 보면 어떤 지시를 넣었는지 역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세 겹이 전부 남의 것이거나 베낄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 것이라고는 아이디어와 선점뿐인데, 둘 다 시간이 지나면 닳습니다.
그래서 만드는 쪽에서도 경고가 나왔습니다. 한 모델 회사 대표(OpenAI의 샘 올트먼)는 단순한 모델 래퍼는 자기들이 밀어버릴 것이라고 했고 (TechStartups), 한 빅테크의 스타트업 담당자(구글)도 모델 위에 매우 얇은 지적재산을 씌운 것은 차별화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TechTimes). 모델을 만드는 쪽과 모델을 까는 쪽이 동시에, 얇은 껍데기는 가치가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보통은 서로 이해가 엇갈리는 두 진영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 자체가, 이 진단이 얼마나 분명한지를 보여 줍니다.
출처: 본문 1장. Hatchworks·TechTimes. 개념적 시각화로, 좌측은 한 겹뿐이라 뚫리는 얇은 껍데기, 우측은 세 겹으로 모델을 감싼 깊이 박힌 응용을 대비한 것입니다.
1.2 껍데기가 죽은 자리들
말이 아니라 죽은 자리로 봅니다. 첫 번째는 Jasper입니다. AI로 마케팅 문구를 써 주는 도구였는데, GPT-4가 나오기 전에는 연간 반복 매출(ARR, 구독처럼 매년 반복해서 들어오는 매출을 연 단위로 환산한 값)이 $120M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GPT-4가 글쓰기를 직접 잘하게 되자 사용자가 대거 빠져나갔고, 매출은 $35~55M으로 급락했으며 회사 가치도 깎였습니다 (Hatchworks, Maginative). 모델이 한 단계 좋아진 것만으로 응용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Jasper가 팔던 글쓰기를 이제 사용자가 ChatGPT 화면에서 공짜로 하게 됐으니, 굳이 따로 구독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두 번째는 더 빨랐습니다. 한 AI 로고 생성 도구는 2024년 5월에 나왔는데, 한 달 안에 복제 앱이 20개 넘게 생겼고, 8월에는 디자인 도구 회사(Canva)가 같은 기능을 무료로 붙였으며, 12월에 폐업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등장부터 소멸까지 7개월입니다 (IdeaProof). 복제와 무료 번들이 동시에 들이닥치면 얇은 껍데기는 버틸 산소가 없습니다. 옆에서는 똑같은 도구가 우후죽순 생겨 가격 경쟁이 붙고, 위에서는 이미 수억 명이 쓰는 디자인 도구가 같은 기능을 공짜로 끼워 넣은 것입니다.
이건 한두 사례가 아닙니다. 들어온 고객이 얼마나 남는지를 보면 구조가 드러납니다. 1년 전 고객이 1년 뒤에도 얼마나 남아 매출을 유지하는지를 보는 비율(총고객유지율, GRR)을 보면, AI를 처음부터 핵심으로 만든 소프트웨어의 중앙값은 40%에 그쳤습니다. 건강한 소프트웨어가 보통 70%에서 80%를 지키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입니다 (ChartMogul). 들어와도 1년 안에 절반 이상이 떠납니다. 쓰던 고객이 떠나 구독을 끊는 것을 이탈(churn)이라고 하는데, 얇은 껍데기는 이 이탈이 큽니다. 신규 가입은 화제를 타고 빠르게 늘어도, 1년만 지나면 밑 빠진 독처럼 빠져나가니 사업이 쌓이지 않습니다.
출처: Hatchworks·Maginative(Jasper ARR)·ChartMogul(유지율). 같은 차트에 단위가 섞여 있습니다(앞 두 막대는 $M, 뒤 두 막대는 %). 비교가 아니라 껍데기의 운명을 한눈에 보여 주려는 것입니다. estimate
1.3 모델이 삼키고, 빅테크가 끼워 깐다
얇은 껍데기를 죽이는 힘은 두 방향에서 옵니다. 위에서 모델이 직접 삼키고, 옆에서 빅테크가 번들로 끼워 깝니다.
첫째, GPT나 Claude 같은 모델을 직접 만드는 회사(모델 랩), 즉 OpenAI나 Anthropic 같은 곳이 기능을 직접 흡수합니다. OpenAI는 한때 외부 앱을 붙이게 했던 플러그인을 닫고, 검색과 깊은 조사와 파일 분석 같은 기능을 ChatGPT 자체에 넣었습니다 (OpenAI Release Notes). 그 기능을 별도 앱으로 팔던 응용들은 가치 제안이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모델이 한 칸씩 똑똑해질 때마다, 그 칸을 채우던 얇은 응용이 한 줄씩 지워집니다. 어제까지 "ChatGPT에 검색을 붙여 드립니다"가 사업이었는데, 오늘 ChatGPT가 검색을 기본 탑재하면 그 사업은 하루아침에 의미를 잃습니다.
둘째, 빅테크가 같은 기능을 업무 소프트웨어에 번들로 끼워 깝니다. 번들(여러 제품을 묶어 한 값에 파는 것)에 끼워 넣으면, 따로 파는 경쟁자는 가격과 영업 양쪽에서 밀립니다. 구글은 2025년 워크스페이스(Gmail·문서·시트)의 AI 기능을 별도 구독 없이 기본 포함으로 바꿨습니다 (Aragon Research). 마이크로소프트도 오피스에 AI 비서(Copilot)를 얹었습니다. 독립적으로 글쓰기나 요약을 팔던 응용은, 수억 명이 이미 쓰는 도구에 공짜로 끼인 같은 기능과 경쟁해야 합니다. 따로 돈을 내고 새 앱을 설치할 이유를, 고객에게 설득하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게다가 응용의 원가 구조 자체가 불리합니다. 얇은 껍데기는 모델을 호출할 때마다 모델 회사에 토큰 값을 냅니다. 그래서 매출에서 그 매출을 내는 데 직접 든 원가를 뺀 이익의 비율(그로스마진)이 응용은 약 40%에 그칩니다. 건강한 소프트웨어의 70%에서 80%와 비교하면 절반입니다 (TechTimes). 모델 단가가 떨어지면 도움이 되지만, 그 인하분은 경쟁 때문에 결국 고객에게 넘기게 됩니다. 남에게서 빌린 두뇌 위에 화면 한 겹을 씌운 사업의 한계입니다. 보통 소프트웨어는 한 번 만들어 두면 한 명에게 팔든 백만 명에게 팔든 추가 원가가 거의 없어 마진이 높은데, 얇은 껍데기는 한 명이 한 번 쓸 때마다 모델 회사에 돈을 내야 하니 그 구조적 이점마저 없습니다.
1.4 예외: 얇아 보이는데 산 소수
한 가지 예외를 정직하게 둡니다. 단 핵심은 그대로입니다. 얇은 껍데기는 잘 죽습니다. 예외는 깊이가 아니라 브랜드와 유통과 속도라는 다른 곡괭이를 박은 소수뿐이고, 그 문은 좁습니다. AI 검색 도구 Perplexity가 그 예외입니다. 독점 데이터도, 업무 시스템 통합도, 규제 깊이도 셋 다 없는데 월 사용자 약 1억 명, 회사 가치 약 $20B로 살아남아 컸습니다 (Demand Sage).
비결은 깊이가 아니라 다른 축입니다. 강한 브랜드, 유통 제휴, 그리고 제품을 빠르게 찍어 내는 실행 속도입니다. 즉 곡괭이를 박는 자리는 살아남는 3조건(3장에서 봅니다) 말고도 더 있습니다. "AI로 검색하면 Perplexity"라는 인식을 먼저 선점하고, 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사와 손잡아 처음부터 깔려 나오게 하고, 경쟁자가 따라오기 전에 다음 기능을 내놓는 속도로 버티는 것입니다. 이 축들은 결론에서 한 번 더 짚습니다.
단 이 길은 빅테크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좁은 문입니다. 브랜드와 유통으로 버티는 자리는, 빅테크가 같은 무기(검색·브랜드·유통)를 더 크게 들고 내려오면 가장 먼저 압박받습니다. 실제로 Perplexity는 구글 검색과 정면으로 경쟁합니다. 즉 예외가 있다고 해서 얇은 껍데기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깊이 없이 사는 길은 있지만 아주 좁고, 그 좁은 문조차 4장에서 볼 거인의 그림자 아래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1장이 말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모델 위에 얇은 껍데기 하나만 씌운 응용은 곡괭이가 아닙니다. 모델이 한 단계 좋아지거나(범용화), 경쟁사가 베끼거나(복제), 빅테크가 공짜로 끼워 깔면(번들) 그대로 증발합니다. 사용자가 많고 매출이 커도 그것만으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곡괭이는 응용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 얼마나 깊이 박혔는가에 달렸습니다.
1장 결론: 응용의 다수는 얇은 껍데기이고, 껍데기는 복제·범용화·번들에 죽는다.
- 얇은 껍데기(thin wrapper): 모델 위에 화면과 안내문만 씌운 앱. 화면은 주말이면 복사, 모델은 누구나 접속, 안내문은 역공학 가능. 모델 만드는 쪽(OpenAI)과 까는 쪽(Google)이 동시에 "가치 없다" 경고.
- 죽은 자리: Jasper ARR $120M→$35~55M(GPT-4가 글쓰기 흡수). 한 AI 로고 도구 7개월 폐업(클론 20개+Canva 무료, 보도 기준). AI-native 1년 유지율 중앙값 40%(건강 SaaS 70~80%의 절반).
- 죽이는 두 힘: 위에서 모델 랩이 기능 흡수(OpenAI Search·Deep Research 내재화), 옆에서 빅테크 번들(Gemini Workspace 기본 포함·Copilot M365). 게다가 래퍼 그로스마진 ~40%(토큰값을 직접 부담). 곡괭이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
- 예외: 3조건이 하나도 없는데 산 소수가 있다. Perplexity(MAU 약 1억·밸류 약 $20B)는 브랜드+유통+실행 속도라는 다른 곡괭이를 박았다. 단 깊이가 아니라 브랜드·유통으로 버티는 길은 빅테크와 정면충돌하는 좁은 문이고, 거인이 같은 무기를 더 크게 들고 오면 가장 먼저 압박받는다(4장). 핵심 논제(얕으면 죽는다)는 유지.
2. 코딩: 곡괭이의 양면성
1장이 얇아서 죽는 자리였다면, 코딩은 결이 다릅니다. 죽기는커녕 응용 중에서 가장 큰 회사들이 몰려 있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가장 헐겁기도 합니다. 2장은 이 양면성을 봅니다. 곡괭이 신호가 왜 가장 강한지(2.1), 그런데 왜 전환이 가장 쉬운지(2.2), 락인이 고객에 따라 어떻게 갈리는지(2.3), 그리고 가격을 흔들면 왜 곧바로 떠나는지(2.4)를 차례로 봅니다.
2.1 곡괭이 신호는 가장 강하다
결론부터 말합니다. 코딩은 응용 중에서 곡괭이 신호가 가장 강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갈아타기가 가장 쉬운 자리이기도 합니다. 먼저 강한 신호부터 봅니다.
코딩 응용에는 큰 회사가 가장 많습니다. AI 코딩 도구 Cursor는 1년여 만에 ARR이 $2B(약 20억 달러)에 이르렀고, 2026년 4월 회사 가치 약 $50B에 새 투자 라운드를 추진했으며(엔비디아가 전략 투자로 참여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2026년 말에는 연환산 매출이 $6B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The Next Web, TechCrunch). 사람을 대신해 코드를 짜는 에이전트 도구 Devin을 만든 회사(Cognition)도 연환산 매출이 $492M에 이르며 가치가 $25B로 평가됐습니다 (TechCrunch).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GitHub Copilot까지 더하면, 큰 매출을 내는 독립 플레이어가 여럿 공존합니다. 돈이 가장 많이 도는 응용 수직이 코딩입니다.
곡괭이라면 길목을 깊이 잡아야 하는데, 코딩 도구는 개발자의 작업 흐름에 직접 들어갑니다. Cursor는 개발자가 코드를 쓰고 고치고 실행하는 작업 프로그램(IDE, 통합개발환경)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을 통째로 가져다 AI 중심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개발자가 하루 종일 머무는 그 화면 안에 박힌 것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강한 곡괭이입니다. 큰 매출, 많은 플레이어, 그리고 사용자가 온종일 떠나지 않는 자리. 곡괭이의 외형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2.2 그런데 전환이 가장 쉽다
이제 반대편입니다. 그리고 이쪽이 코딩 응용의 진짜 성격을 보여 줍니다.
첫째, 개발자는 한 도구만 쓰지 않습니다. 한 대규모 개발자 조사(Stack Overflow 2025)에서, 개발자들이 쓰는 도구를 복수로 고르게 했더니 ChatGPT 81.7%, GitHub Copilot 67.9%, Gemini 47.4%, Claude Code 40.8%가 나왔습니다 (Stack Overflow 2025). 복수 선택이라 합이 100%를 훌쩍 넘습니다. 대부분의 개발자가 두 개 이상을 동시에 씁니다. 가장 흔한 조합은 한 도구로 편집하면서 다른 도구로 복잡한 작업을 시키는 식입니다.
둘째, 갈아타는 데 거의 비용이 안 듭니다. 코딩 도구들은 디스크의 같은 파일과 같은 코드 저장소를 편집합니다. 도구를 바꿔도 작업물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오늘 Cursor를 쓰다 내일 Claude Code를 켜는 데 마찰이 거의 없습니다. 이건 한 응용에 자물쇠가 잘 안 걸린다는 뜻입니다. 3장에서 볼 의료 응용은 빼내려면 병원 일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짜야 하지만, 코딩 도구는 설치하고 같은 폴더를 열면 끝입니다.
그 결과 점유율이 빠르게 출렁입니다. 한때 개발자의 절대다수가 쓰던 GitHub Copilot의 점유율은 약 67%에서 51%대로 내렸고(서베이 기준), 그 사이 Cursor와 Claude Code가 각각 약 18%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Ideaplan, Stack Overflow 2025). 1장에서 본 수평 챗봇의 점유율 붕괴와 같은 결입니다. 자리는 크지만, 그 자리의 주인은 자주 바뀝니다.
출처: Stack Overflow 2025 Developer Survey(복수 선택, 합산 100% 초과). 점유율 추이는 Ideaplan(JetBrains 서베이 기반, 기간 미상). 한 도구만 쓰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병용하는 것이 표준
2.3 단 고객 세그먼트로 락인이 갈린다
한 가지를 정직하게 둬야 잣대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코딩의 락인은 누가 고객이냐로 갈립니다. 개별 개발자는 파일과 코드 저장소를 공유하니 전환이 쉽습니다(그래서 코딩 전체 강도는 중강입니다). 그러나 기업이 조직 단위로 수백에서 수천 석을 한 번에 계약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거기에는 관리자 권한과 보안 검토와 에이전트 컨트롤 플레인(여러 도구를 한 곳에서 통제하는 상위 관제 층)이 붙습니다. 이런 조직 단위 계약은 4장에서 볼 ServiceNow나 Salesforce처럼 더 단단해서, 강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Cursor 매출의 약 절반 이상이 대기업 계약에서 나오고, 포춘 500의 절반 이상과 엔비디아의 엔지니어 4만 명이 씁니다 (The Next Web). GitHub Copilot도 포춘 100의 약 90%가 채택했습니다 (getpanto). 즉 같은 코딩이라도 개별 개발자 시장은 헐겁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단단합니다. 개인은 마음대로 도구를 바꾸지만, 회사는 한번 수천 명에게 깔고 보안 검토까지 통과시킨 도구를 쉽게 갈아엎지 못합니다.
단 이 엔터프라이즈 락인은 아직 증명이 덜 됐습니다. 조직 단위 계약의 갱신율은 충분히 관측되지 않았습니다(4.3의 시한성 단서와 같은 결). 그래서 코딩 전체 강도는 중강으로 두되, 엔터프라이즈 시트는 더 단단할 수 있다는 단서를 함께 답니다. 락인이 상장 여부가 아니라 고객 세그먼트로 갈린다는 것이, 4장 잣대와 일관됩니다.
2.4 가격이 흔들면 떠난다
전환이 쉽다는 것은 가격 충격에 약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특히 개별 개발자 시장에서). 두 사례가 그 약점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첫째, GitHub Copilot은 2026년 6월 요금 체계를 토큰 기반으로 바꿨는데, 많이 쓰는 사용자의 청구액이 월 $29에서 약 $750까지 뛴 사례가 나왔습니다. 즉시 반발이 일었고, Cursor와 Claude Code는 갈아타라는 프로모션으로 그 이탈을 받아 갔습니다 (TechTimes). 이 급등은 아주 많이 쓰는 일부 헤비 유저의 사례입니다. 그래도 가격에 충격을 주자마자 곧바로 경쟁사로 짐을 싸려는 움직임이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둘째, Cursor도 2025년 6월 요금을 크레딧 기반으로 바꾸자 사용자 반발이 컸고, 결국 기존 유료 사용자에게 잔여 금액을 전액 환불했습니다 (We Are Founders). 자물쇠가 강한 응용이라면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쉽게 못 떠납니다. 코딩 도구는 가격을 흔들자 사용자가 곧바로 짐을 싸려 했습니다. 갈아타기가 쉬운 자리의 숙명입니다.
여기서 10편에서 세운 규율을 적용합니다. Cursor의 ARR $2B는 규모를 증명하지만, 떠나기 어렵다는 것(락인)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락인은 매출 크기가 아니라,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남는가(갱신율)와 업무에 얼마나 깊이 박혔는가(통합 깊이)로 재야 합니다. 그 잣대로 보면 개별 개발자 시장의 락인은 매출 규모에 비해 약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더 단단할 수 있습니다(2.3).
투자자에게 2장이 말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코딩은 곡괭이 신호가 가장 강하면서(큰 매출 플레이어가 여럿) 동시에 전환이 가장 쉬운 자리입니다(파일·리포 공유, 멀티툴 병용 표준). 그래서 점유율이 12개월에 출렁이고 가격을 흔들면 떠납니다. 매출 규모는 락인의 증거가 아닙니다. 단 락인은 고객 세그먼트로 갈립니다. 개별 개발자는 헐겁고, 조직 단위 엔터프라이즈 계약은 더 단단합니다. 같은 응용이라도 자물쇠 강도는 자리와 고객마다 다릅니다.
2장 결론: 코딩은 곡괭이 신호가 가장 강하지만, 전환이 가장 쉬워 락인은 약하다.
- 강한 신호: 큰 매출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수직. Cursor ARR $2B(1년여 만, 약 $50B 라운드 추진 중·2026.04·Nvidia 전략투자 논의·2026년말 연환산 매출 $6B+ 전망)·Cognition/Devin $492M·GitHub Copilot. 개발자가 하루 종일 머무는 IDE 안에 직접 박힘.
- 약한 락인: 개발자는 여러 도구 병용이 표준(Stack Overflow 2025 복수 선택: ChatGPT 81.7%·Copilot 67.9%·Claude Code 40.8%). 같은 파일·리포를 편집해 전환비용 거의 0. 점유율 출렁임(Copilot 약 67%→51%·Cursor·Claude Code 각 18% 진입).
- 단 세그먼트로 갈림(2.3, 4.3 잣대 일관): 개별 개발자는 헐겁지만 엔터프라이즈 조직 단위 계약(수백~수천 석·관리자 권한·보안 리뷰·에이전트 컨트롤 플레인)은 더 단단해 강에 근접. Cursor 엔터프라이즈 매출 비중 절반 이상·Fortune 500 절반·NVIDIA 4만 엔지니어, Copilot Fortune 100 약 90%. 단 조직 단위 갱신율 미관측. 그래서 코딩 강도 "중강" 유지.
- 가격에 약함: Copilot 토큰과금(2026.06) 헤비유저 월 $29→약 $750 → 즉시 이탈·경쟁사 환승 프로모션. Cursor 크레딧 전환 반발 → 잔여 전액 환불. 규모(ARR)는 락인 증거 아님(10편 규율). 락인은 갱신율·통합 깊이로.
3. 깊으면 산다: 의료·법률
1장은 얕아서 죽은 자리, 2장은 크지만 헐거운 자리였습니다. 이제 사는 자리입니다. 3장은 깊이 박힌 응용이 어떻게 모델 회사의 직접 진입조차 버티는지를 봅니다. 살아남는 세 조건이 무엇인지(3.1), 의료의 Abridge가 그 셋을 어떻게 다 갖췄는지(3.2), 법률의 Harvey와 EvenUp과 Legora가 같은 구조를 어떻게 보여 주는지(3.3), 그런데 깊은데도 죽은 자리는 무엇이며(3.4), 가장 깊은 자리조차 왜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은지(3.5)를 차례로 봅니다.
3.1 살아남는 3조건
결론부터 말합니다. 응용이 깊이 박히는 자리에는 세 겹의 조건이 있습니다. 독점 데이터, 워크플로우 통합, 규제와 도메인 깊이입니다. 이 셋이 겹칠수록 얇은 껍데기와 정반대로 단단해집니다. 의료와 법률이 그 교과서입니다.
첫째, 독점 데이터입니다. 남이 못 가진 데이터로 학습하면 같은 모델을 써도 결과가 다릅니다. 더 많이 쓸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제품이 좋아져서, 더 많이 쓰게 되는 선순환(플라이휠)이 돌기 시작합니다. 경쟁자는 같은 모델을 빌릴 수는 있어도 그 데이터는 못 빌립니다. 1장의 얇은 껍데기가 셋 다 베낄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건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자산입니다.
둘째, 워크플로우 통합입니다. 한 사람이 일하는 정해진 순서와 흐름(워크플로우)의 한가운데에 응용이 박히면, 빼내는 데 일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짜야 합니다. 2장 코딩 도구가 같은 파일을 열기만 하면 갈아탈 수 있었던 것과 정반대입니다. 통합이 깊을수록 떠나는 비용이 커집니다.
셋째, 규제와 도메인 깊이입니다. 의료와 법률은 한 번의 실수가 환자 안전이나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까다로운 인증과 책임 구조를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고, 그 통과 자체가 후발 주자를 막는 벽이 됩니다. 빠르게 베껴 내는 1장의 클론 앱들이 이 자리에는 발조차 못 들이는 이유입니다.
출처: 본문 3장. Contrary Research·MMNTM·HIPAA Journal. 개념적 시각화로, 1장 좌측의 한 겹뿐인 껍데기와 대칭을 이루도록 모델을 세 겹으로 감싼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3.2 의료: Abridge가 깊이 박힌 자리
의료 받아쓰기 AI인 Abridge가 세 조건을 모두 보여 줍니다. 의사가 환자와 나눈 대화를 받아써서 진료 기록으로 만들어 주는 도구입니다.
첫째, 독점 데이터입니다. Abridge는 동의를 받아 익명화한 의료 대화 150만 건을 독점으로 쌓았고, 55개가 넘는 진료 과목과 28개 언어를 다룹니다 (Contrary Research). 그 결과 의료 AI에서 가장 위험한 문제인 지어내기를 잘 잡습니다. 여기서 할루시네이션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할루시네이션이란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현상입니다. Abridge의 할루시네이션 탐지율은 97%로, 범용 최상급 모델(GPT-4o)의 82%를 크게 앞섰고, 약물명 오류는 45% 줄었습니다 (Contrary Research). 의료에서는 이 차이가 곧 환자 안전이라 갈아탈 수 없습니다.
둘째, 워크플로우 통합입니다. Abridge는 병원이 환자 진료 내용을 전부 저장하고 다루는 핵심 시스템(전자의무기록, EHR) 중 미국 병원이 가장 많이 쓰는 Epic 안에 "Abridge Inside"라는 이름으로 직접 내장됐습니다. 의사가 진료 화면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씁니다 (Sacra). 2025년 7월 기준 150개 이상의 헬스시스템에 들어갔고, Kaiser Permanente의 의사 약 2만 4천 명을 포함합니다. 빼내려면 병원의 일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짜야 합니다.
셋째, 규제 깊이입니다. 미국에서 환자 의료정보를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법규(HIPAA)는 2025년 1월 20년 만에 처음 개정돼 보안 요건이 더 강해졌습니다 (HIPAA Journal). 이 인증을 통과해 병원에 깔리는 것 자체가 후발 주자를 막는 벽입니다.
이 세 겹이 실제 성과로 나타납니다. OpenAI가 의료 전용 제품(OpenAI for Healthcare)을 2026년 1월에 내놓고 직접 들어왔는데도, Abridge의 매출은 같은 기간 ARR $60M(2024년 말)에서 $100M(2025년 5월)으로 두 배가 됐고, 회사 가치는 $2.75B에서 $5.3B로 뛰었습니다 (Sacra). 1장의 얇은 껍데기와 정반대입니다. 모델 회사가 직접 내려와도 깊이 박힌 자리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출처: Sacra(Abridge ARR). 밸류는 $2.75B(2025.02)→$5.3B(2025.06 Series E). OpenAI for Healthcare 2026.01 출시에도 성장 지속. ARR은 Sacra 추정(회사 공식 미공개)
3.3 법률: Harvey와 책임의 데이터
법률도 같은 구조입니다. 법률 AI 플랫폼 Harvey는 변호사 10만 명 이상, 1,300개 조직, 60개국에서 씁니다 (Harvey 공식).
법률의 핵심은 책임입니다. 변호사의 실수 하나가 과실 소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어내기를 거의 0으로 줄여야 합니다. Harvey는 법률 전용 평가에서 할루시네이션을 0.2%까지 낮췄고, 법률 데이터베이스(LexisNexis)의 1차 자료에 독점 접근합니다 (MMNTM). 또 로펌이 모든 문서를 저장하고 다루는 핵심 시스템(문서 관리 시스템, DMS) 안에 직접 들어가, 변호사가 쓰던 화면을 떠나지 않고 계약서를 검토합니다.
한 발 더 들어간 곳도 있습니다. 개인 상해 사건만 전문으로 하는 AI(EvenUp)는 미국 2,000개 이상 로펌의 합의금 데이터를 독점으로 쌓아, 주당 1만 건을 처리하고 상위 100대 개인 상해 로펌의 20%를 잡았습니다 (EvenUp 공식). 합의금이 얼마가 적정한지는 과거 합의 데이터를 많이 가진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데이터가 곧 벽입니다.
곡괭이는 미국 전유물이 아닙니다. 유럽 1위 법률 AI인 Legora(스웨덴)는 약 18개월 만에 ARR $100M에 도달하고 회사 가치 약 $5.55B로 평가됐습니다(엔비디아와 아틀라시안이 투자했습니다) (PlatinumIDS). Legora의 곡괭이는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로펌과 사내 법무팀을 잇는 협업 레이어입니다. 한쪽이 들어오면 그 연결망 전체가 따라와야 해서 떠나기 어렵습니다. 즉 3조건은 대표적인 깊이일 뿐이고, 서로 연결될수록 떠나기 어려워지는 네트워크 효과 같은 다른 깊이도 곡괭이가 됩니다(1.4 Perplexity의 브랜드·유통과 같은 결입니다). 핵심은 그대로입니다. 곡괭이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에 박히고, 깊이의 종류는 여럿입니다.
이게 깊이가 겹친 자리의 힘입니다. 독점 데이터로 결과가 다르고, 업무 시스템에 박혀 빼낼 수 없으며, 규제와 책임이 후발을 막습니다. 곡괭이가 응용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에 박힌다는 말의 정확한 뜻입니다.
3.4 깊은데 죽은 자리
여기서 한 가지를 정직하게 짚어야 합니다. 1장은 얕아서 죽은 자리만, 지금까지의 3장은 깊어서 산 자리만 봤습니다. 그러면 깊으면 무조건 산다는 착시가 생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곡괭이는 깊이에 박힙니다. 단 깊이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독점 데이터와 워크플로우 통합은 단단한 깊이지만, 규제 깊이는 양날입니다. 후발을 막는 벽이 되기도 하고, 그 응용 자신을 규제와 비용에 묶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또렷한 사례가 Pear Therapeutics입니다. 약 대신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로 승인받는 앱을 디지털치료제(DTx)라고 하는데, Pear는 이 분야의 개척자였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처방 디지털치료제 승인을 업계 최초(2017년 reSET)로 받았고, 모두 세 종을 승인받았으며 임상 데이터까지 보유했습니다 (Pharmaceutical Technology). 3조건의 규제와 도메인 깊이로 보면 교과서였습니다.
그런데 2023년 파산했고, 자산은 약 $6M에 팔렸습니다. 원인은 임상이 약해서가 아니라 의료 수가 규칙에 묶였기 때문입니다. 수가란 보험이 의료 행위에 값을 매겨 지급하는 코드인데,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인데도 보험사가 이 지불 코드를 안 줘서 매출이 거의 안 났습니다. 2021년 매출은 약 $4M인데 비용은 약 $100M이었습니다 (Pharmaceutical Technology). FDA 승인이 해자가 될 거라 했지만, 오히려 수가 규칙에 묶는 족쇄가 된 것입니다.
워크플로우 통합만으로도 부족합니다. 병원 매출주기 업무에 박혀 헬스시스템 고객을 가졌던 Olive AI는, 한때 가치가 약 $4B에 이르렀는데 2023년 10월 사업을 접었습니다 (Healthcare Dive). AI 자동화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사람 손에 크게 의존했고, 디지털 헬스 투자 자체가 급감했습니다. 영국에서는 국가 의료체계(NHS)에 통합돼 한때 미래로 불린 Babylon Health도 청산됐습니다 (Medical Device Network).
이 사례들은 핵심 논제를 흔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교하게 만듭니다. 깊이가 곡괭이를 만든다는 것은 그대로입니다. 단 깊이가 단단한 종류여야 합니다. 독점 데이터와 워크플로우 통합은 떠나는 데 값을 치르게 하는 단단한 깊이입니다. 그러나 규제 깊이는 그 자체로는 곡괭이가 아니라, 수가와 지불 구조가 받쳐 줄 때만 곡괭이가 됩니다(Pear). 워크플로우 통합도 그 일을 사람 없이 진짜 자동화할 때만 곡괭이입니다(Olive). 즉 살아남은 Abridge와 Harvey가 강한 이유는 규제를 통과해서가 아니라, 독점 데이터와 진짜 통합과 수가가 받쳐 주는 깊이를 함께 가졌기 때문입니다. 깊이의 종류를 가리는 것이, 생존을 가립니다.
3.5 단서: 도착지도 안전하지 않다
한 가지를 더 정직하게 둡니다. 단단한 깊이를 가진 응용조차 영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위협이 모델 랩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그 응용이 박혀 있는 플랫폼 자체에서도 옵니다.
Abridge가 박힌 EHR(Epic)을 떠올려 봅니다. Epic은 미국 병원 EHR 시장의 40% 이상을 쥔 회사입니다. 그 Epic이 직접 AI 받아쓰기 도구("Art for Clinicians")를 내놨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받아쓰기 기술과 Epic이 가진 환자 데이터 3억 명분을 결합한 제품입니다 (STAT News). Abridge가 세 든 건물의 건물주가 직접 같은 사업에 뛰어든 셈입니다. Abridge 경영진은 자기 자리가 단단하다고 했지만, 고객을 모아 긴급 설명회를 열어야 했습니다.
즉 깊이는 안전을 크게 높이지만 무한대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응용이 박힌 그 플랫폼(EHR·업무 소프트웨어)을 쥔 거인이 직접 내려오면, 가장 깊은 곡괭이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긴장이 4장의 주제입니다. 깊이는 살아남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투자자에게 3장이 말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깊이 박힌 응용은 삽니다. 독점 데이터(의료대화 150만건·합의금 데이터)와 워크플로우 통합(Epic EHR·법률 시스템)과 규제 깊이(HIPAA·변호사 책임)가 겹치면, 모델 랩이 직접 내려와도 매출이 두 배가 됩니다(Abridge). 단 깊이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규제 깊이만으로는 족쇄가 되어 깊은데도 죽습니다(Pear·Olive). 그리고 그 응용이 박힌 플랫폼을 쥔 거인이 직접 들어오면(Epic의 자체 출시) 가장 깊은 곡괭이도 흔들립니다. 깊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3장 결론: 단단한 깊이(독점 데이터+워크플로우 통합)가 곡괭이를 만든다. 규제 깊이만으로는 족쇄가 되고, 도착지도 안전하지 않다.
- 살아남는 3조건: ① 독점 데이터(플라이휠) ② 워크플로우 통합 ③ 규제·도메인 깊이. 셋이 겹칠수록 얇은 껍데기와 정반대로 단단.
- 의료(Abridge): 의료대화 150만건 독점·할루시네이션 탐지 97%(GPT-4o 82%)·Epic EHR에 "Abridge Inside" 내장·150개+ 헬스시스템(Kaiser 의사 2.4만)·HIPAA 2025.01 20년만 첫 개정. OpenAI for Healthcare 직접 진입(2026.01)에도 ARR $60M→$100M 2배·밸류 $2.75B→$5.3B.
- 법률(Harvey·EvenUp·Legora): Harvey 변호사 10만+·1,300조직·할루시네이션 0.2%·DMS 내장. EvenUp 합의금 데이터 독점·상위 100대 개인상해 로펌 20%. 유럽 Legora(밸류 약 $5.55B·ARR $100M/18개월)는 협업 네트워크형 깊이. 데이터·연결망이 곧 벽.
- 단서A(깊은데 죽음, 생존편향 차단): 깊이에도 종류가 있다. Pear Therapeutics(FDA 승인 DTx 3종·임상데이터=규제 깊이 교과서)는 수가 미적용으로 2023 파산(매출 $4M vs 비용 $100M, 자산 $6M 매각). Olive AI(병원 워크플로우 임베드·피크 $4B)도 2023.10 종료. Babylon Health(NHS 통합)도 청산. 규제 깊이는 양날(후발 벽 ↔ 수가 족쇄). 살아남은 Abridge·Harvey는 규제만이 아니라 독점데이터+진짜 통합+수가가 함께 있어 강하다. 논제 강화: 깊이의 종류를 가리는 것이 생존을 가린다.
- 단서B(양방향, 도착지 위협): Epic(EHR 40%+)이 "Art for Clinicians"(MS 받아쓰기+환자데이터 3억) 자체 출시로 Abridge 위협. 응용이 박힌 플랫폼을 쥔 거인이 내려오면 가장 깊은 곡괭이도 흔들린다. 깊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 아님(4장).
4. 거인의 그림자: 빅테크·모델 랩의 수렴 압력
3장에서 깊이 박힌 응용은 산다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단서가 4장의 입구입니다. 응용이 박힌 플랫폼을 쥔 거인이 직접 내려오면 어떻게 되는가. 이 장에서는 응용을 압박하는 세 가지 힘(모델 랩 진입·빅테크 번들·에이전트 부품화)과, 그래도 버티는 자리, 마지막으로 가격 이야기까지 봅니다. 차례로 봅니다.
4.1 모델 랩이 응용으로 내려온다
첫 번째 압력은 모델 랩의 직접 진입입니다.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그 모델로 만든 응용까지 직접 팝니다.
Anthropic은 코딩 응용(Claude Code)을 직접 내놨고, 2026년 4월 기준 유료 비즈니스 사용자의 약 34%를 잡았습니다. 공동 작업 기능(Cowork)으로 업무 소프트웨어 영역에도 들어가는 중입니다 (VentureBeat). OpenAI도 웹에서 대신 작업을 해 주는 에이전트(Operator)를 ChatGPT에 통합하며, 자동화 응용 영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이건 2장에서 본 Cursor 같은 응용 회사와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모델을 빌려다 코딩 도구를 만든 응용 회사가, 그 모델을 만든 회사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 것입니다. 모델 랩은 응용 회사에 모델을 팔면서, 동시에 그 응용 회사와 경쟁합니다. 응용 입장에서는 원재료 공급자가 곧 경쟁자입니다. 밀가루를 사다 빵을 굽는 가게 옆에, 밀가루 회사가 직접 빵집을 차린 셈입니다.
4.2 빅테크가 번들로 삼킨다 (Teams가 Slack을 압살한 선례)
두 번째 압력이 더 치명적입니다. 빅테크가 같은 기능을 자기 업무 소프트웨어에 무료로 끼워 깔면, 독립 응용은 산소가 끊깁니다. 1장에서 본 번들이 이번엔 깊은 응용까지 노립니다.
직접 선례가 있습니다. 협업 메신저 Slack과 마이크로소프트 Teams의 싸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Teams를 오피스에 번들로 끼워 깔았습니다. 그 결과 Teams는 협업 시장의 약 37%를, Slack은 약 13%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SQ Magazine). Slack은 유럽에 반독점 제소까지 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규제 압력에 못 이겨 2024년 Teams를 오피스에서 분리해 팔기 시작했습니다 (Fortune). 그런데 분리한 뒤에도 Teams의 사용자는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한번 공짜로 끼워 깔아 자리를 잡으면, 나중에 떼어 내도 그 자리는 유지됩니다. 다른 소프트웨어에 끼이지 않고 단독으로 파는 제품(standalone)은, 묶음에 끼인 같은 기능과 경쟁할 때 가격과 영업 양쪽에서 구조적으로 밀립니다.
지금 AI 응용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에 AI 비서(Copilot)를 깔고, 구글이 워크스페이스에 AI를 기본 포함시킨 것은(1장), Slack을 압살한 그 번들 전략의 AI 버전입니다. Cursor 같은 독립 응용이 Slack의 길을 갈 위험이,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압력으로 존재합니다.
출처: 본문 4장. SQ Magazine·Fortune(Teams/Slack)·VentureBeat. 개념적 시각화로, 위에서 내려오는 세 압력이 응용의 깊이에 따라 다르게 막히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4.3 세 번째 압력: 에이전트 층이 응용을 부품화한다
세 번째 압력은 한 층 위에서 옵니다. 비유하면, 지금까지는 사람이 앱을 하나씩 직접 열어 썼다면, 이제는 비서(에이전트)에게 "이것 좀 해줘"라고 시키면 비서가 알아서 여러 앱을 뒤에서 골라 씁니다. 이때 어떤 앱이든 같은 방식으로 부를 수 있게 해주는 공통 규격이 MCP, 비서가 여러 앱을 한자리에서 지휘하는 관제실이 컨트롤 플레인입니다.
여기서 AI 에이전트라는 말을 짚어 둡니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일일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여러 도구를 골라 차례로 실행하는 자율 프로그램입니다. 이 비서가 여러 응용을 한 번에 부려 쓰기 시작하면, 사용자가 개별 응용의 화면을 직접 열지 않게 됩니다. 시키면 에이전트가 뒤에서 그 응용들을 호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개별 응용의 화면 락인이 약해집니다. 예쁜 화면으로 붙잡아 두던 응용일수록, 사용자가 그 화면을 안 보게 되면 붙잡을 힘을 잃습니다.
단 이 압력도 우리 논제를 흔들지 않고 오히려 또렷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화면이 아니라 업무 흐름의 깊은 자리에 박힌 곡괭이일수록 에이전트 시대에도 삽니다. 에이전트가 화면은 먹어도, 독점 데이터와 깊은 워크플로우는 못 먹습니다. 에이전트가 의사 대신 진료 기록을 부를 수는 있어도, Abridge가 쌓은 의료 대화 150만 건과 Epic 안의 통합 자리를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즉 에이전트 전환은 얇은 화면 응용을 더 빨리 부품으로 만들고(1장 가속), 깊이 박힌 응용의 가치를 오히려 돋보이게 합니다. 이 전환의 본격 측정은 7계층을 한 판에 모으는 다음 편으로 넘깁니다.
4.4 거인이 직접 못 하는 자리: 상장 엔터프라이즈 워크플로우
그렇다고 응용이 다 압살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인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자리도 있습니다. 이미 기업의 업무 시스템 깊숙이 박힌 상장 소프트웨어 회사들입니다.
영업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Salesforce)는 AI 에이전트(Agentforce)의 ARR이 $1.2B에 이르렀고, 1년 새 205% 늘었으며, 누적 2만 9천 건의 거래를 따냈습니다 (Salesforce). 이 회사는 이미 기업의 영업 데이터 전부를 쥐고 있어서, 그 위에 AI를 얹는 데 후발 주자가 따라올 수 없습니다.
기업 IT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ServiceNow)는 더 또렷한 락인 증거를 보여 줍니다. AI 기능(Now Assist)이 들어간 뒤, 계약 기간이 끝난 고객이 계약을 다시 잇는 비율(갱신율)이 98%로 다섯 분기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ChurnDog). (기존 고객이 1년 뒤 더 많이 쓰는지를 보는 순매출유지율, NRR도 같은 결의 지표입니다.) 98%라는 갱신율은 2장 코딩의 출렁임이나 1장의 40% 유지율과 정반대입니다. 이게 진짜 락인입니다. 매출 규모가 아니라, 고객이 거의 안 떠난다는 직접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단 이 갱신율은 AI 응용의 짧은 역사(2~3년) 안에서 측정된 값입니다. 구조적 락인인지, 아직 갈아탈 더 나은 대안이 안 나타난 것인지는 더 긴 시계열이 필요합니다(조회 시점 2026년 상반기). 낮은 전환비용이 채택을 쉽게 한 만큼 이탈도 쉽게 만들 수 있으므로, 98%라는 잔존율은 강한 신호이되 시간이 더 지나야 그 단단함이 확정됩니다. 그래서 갱신율은 규모(ARR)보다 나은 락인 증거이지만, 그 자체도 시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대비가 핵심입니다. 코딩의 Cursor는 ARR이 더 크지만 갱신율 증거가 약하고, ServiceNow는 갱신율 98%로 락인이 또렷합니다. 큰 매출이 곧 단단한 곡괭이가 아닙니다. 기업의 업무 시스템에 박혀 떠날 수 없게 만든 자리가, 거인의 번들 앞에서도 버티는 진짜 방어선입니다.
4.5 곡괭이를 쥐었다고 주식이 싼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못 박을 것이 있습니다. 응용의 곡괭이를 쥐었다는 것과, 그 주식이 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깊이 박힌 강한 곡괭이일수록, 시장이 이미 그 가치를 알고 비싸게 매겨 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가치를 1년 매출로 나눈 값(P/S)이나 1년 순이익으로 나눈 값(P/E)을 보면, 둘 다 높을수록 시장이 미래 성장을 미리 비싸게 사 둔 것입니다. 극단적 대비 하나만 보겠습니다. 상장 응용 강자 📈PLTR팔란티어는 매출의 약 65배에 거래되는데(계산 방법에 따라 이익 기준으로는 148배에서 217배) (FinanceCharts), 비상장 고객 지원 AI인 Decagon은 매출의 약 128배에 이릅니다 (Bloomberg). 나머지 강자들의 배수는 아래 표에 정리했습니다. 한결같이 매출의 수십에서 100배가 넘습니다.
이 숫자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세 가지를 가려 읽어야 합니다. 아래 카드에 그 세 갈래를 정리했습니다.
💡 ARR 대비 100배 배수를 읽는 법 (세 갈래)
첫째, 회계 성질입니다. ARR은 어느 시점 매출을 1년치로 단순 환산한 값이라, 빠르게 크는 회사일수록 실제로 받은 돈보다 부풀려 보입니다.
둘째, 현금화입니다. 매출이 커도 실제 이익으로 남는지는 별개이고, 비상장 응용 다수는 아직 적자입니다.
셋째, 수익성입니다. 응용은 모델 토큰값을 직접 내므로 마진이 구조적으로 눌립니다(1장).
그래서 ARR 대비 100배가 넘는 가치는, 곡괭이의 강도가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잰 것입니다. 4편에서 본 시스코의 교훈입니다. 곡괭이를 제대로 쥐었어도 비싸게 사면 오래 잃습니다.
| 기업 | 상장/비상장 | 매출(ARR) 기준 | 가치 / 매출 배수 |
|---|---|---|---|
| Palantir | 상장 | P/S 약 65배 | P/E 약 148~217배(편차 큼) |
| Cursor | 비상장 | ARR $2B / 추진 라운드 약 $50B(2026.04) | 약 25배 |
| Sierra | 비상장 | ARR $200M / 밸류 $15.8B | 약 79배 |
| Decagon | 비상장 | ARR 약 $35M / 밸류 $4.5B | 약 128배 |
응용 강자의 가치 배수(밸류/매출). 강한 곡괭이일수록 시장이 이미 비싸게 매겨 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배수는 곡괭이의 강도가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잰 것입니다. 곡괭이를 쥔 것은 주식이 싼 것과 다릅니다. ARR은 연율화 수치로 실수금과 다를 수 있고, 비상장 다수는 적자입니다. 가격이 합리적인지는 이 글의 범위가 아니며 종목 분석의 몫입니다(종목 추천 아님). 조회 시점 2026.05~06.
투자자에게 4장이 말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가장 깊은 곡괭이조차 위에서 내려옵니다. 모델 랩이 응용으로 직접 진입하고(Claude Code), 빅테크가 번들로 삼키며(Teams가 Slack 압살), 에이전트 층이 화면을 부품화합니다. 단 기업 업무 시스템에 박혀 갱신율 98%를 지키는 자리(ServiceNow)는 거인 앞에서도 버티고, 깊이 박힌 곡괭이는 에이전트가 화면을 먹어도 삽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분리는 이것입니다. 곡괭이를 쥐었다고 주식이 싼 것은 아닙니다. 강한 곡괭이일수록 ARR 대비 100배를 넘기도 하며, 그건 강도가 아니라 시장의 기대입니다.
4장 결론: 가장 깊은 곡괭이조차 빅테크·모델 랩·에이전트 층의 수렴 압력 아래 있다. 그리고 곡괭이를 쥔 것은 싼 주식과 다르다.
- 세 압력: ① 모델 랩 응용 직접 진입(Anthropic Claude Code 유료 비즈니스 34%·Cowork·OpenAI Operator). 원재료 공급자가 곧 경쟁자. ② 빅테크 번들 압살: Teams가 Office 번들로 Slack 압살(37% vs 13%), 언번들 후에도 거의 불변. Copilot·Gemini Workspace가 그 AI 버전. ③ 에이전트 층 부품화: 비서(에이전트)가 공통 규격(MCP)과 관제실(컨트롤 플레인)으로 여러 응용을 한 번에 부려 쓰면 개별 화면 락인 약화. 단 논제 강화: 화면은 먹어도 독점 데이터·깊은 워크플로우는 못 먹는다 → 깊이 박힌 곡괭이는 에이전트 시대에도 산다. 본격 측정은 이후 흐름.
- 거인이 직접 못 하는 자리(방어선): 상장 엔터프라이즈 워크플로우. Salesforce Agentforce ARR $1.2B·+205%·29,000딜. ServiceNow Now Assist 갱신율 98%(5분기 연속)=진짜 락인 증거(규모 아닌 잔존율). 코딩 Cursor는 ARR 더 커도 갱신율 증거 약함(규모는 락인 아님, 10편 규율). 단 이 98%도 AI 응용 짧은 역사(2~3년) 안의 값이라 구조적 락인인지 더 긴 시계열 필요(시한성 단서, 조회 2026 상반기).
- 밸류 분리(10편 계승): 곡괭이를 쥔 것은 싼 주식과 다르다. PLTR P/S 65배·P/E 148~217배, Cursor 약 25배(추진 라운드 약 $50B·2026.04), Sierra 약 79배, Decagon 약 128배. ARR은 연율화(실수금과 차이)·비상장 다수 적자·응용 마진 눌림 3축으로 가려 읽어야. 시스코 교훈(4편): 곡괭이 제대로 쥐어도 비싸게 사면 오래 잃는다.
결론: 곡괭이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에 박힌다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한 줄 논제를 박았습니다. ChatGPT는 사용자가 9억 명인데 해자는 0에 가깝고, 곡괭이는 응용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에 박힌다고요. 이제 그 여정을 다 봤습니다. 응용의 다수는 모델 위에 씌운 얇은 껍데기이고, 껍데기는 복제와 범용화와 번들에 죽습니다(1장). Jasper가 그랬고, 7개월 만에 사라진 로고 도구가 그랬고, AI 소프트웨어의 1년 유지율 중앙값 40%가 그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깊이 박힌 응용은 정반대입니다(3장). 독점 데이터와 워크플로우 통합과 규제 깊이가 겹친 의료의 Abridge는, 모델 회사가 직접 의료에 내려왔는데도 매출이 두 배가 됐습니다. 법률의 Harvey와 EvenUp도 책임의 데이터로 벽을 쌓았습니다. 곡괭이는 응용이라는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얼마나 깊이 박혔는가에 있습니다.
단 깊이도 무한대 안전은 아닙니다(2장·4장). 코딩은 곡괭이 신호가 가장 강한데도 전환이 쉬워 점유율이 출렁이고, 가격을 흔들면 떠납니다(단 같은 코딩이라도 조직 단위 엔터프라이즈 계약은 더 단단합니다). 그리고 가장 깊은 의료조차, 그 응용이 박힌 플랫폼을 쥔 거인(Epic)이 직접 내려오면 흔들립니다. 모델 랩은 응용으로 내려오고(Claude Code), 빅테크는 번들로 삼키며(Teams가 Slack을 압살했듯이), 에이전트 층은 화면을 부품으로 만듭니다. 가장 깊은 곡괭이조차 위에서 내려오는 수렴 압력 아래 있습니다. 단 에이전트가 화면은 먹어도 독점 데이터와 깊은 워크플로우는 못 먹으니, 깊이 박힌 곡괭이는 그 시대에도 오히려 돋보입니다.
그래서 살아남는 응용의 조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독점 데이터, 워크플로우 통합, 규제와 도메인 깊이. 이 세 겹이 두꺼울수록 얇은 껍데기와 멀어지고 곡괭이가 단단해집니다. 단 그 위에 한 가지 경고가 따라옵니다. 곡괭이를 쥐었다고 그 주식이 싼 것은 아닙니다(4장). 강한 곡괭이일수록 시장이 이미 비싸게 매겨, ARR 대비 100배를 넘기도 합니다. 그건 곡괭이의 강도가 아니라 시장의 기대입니다.
한 가지를 분명히 밝혀 둡니다. 이 글은 강도 차가 가장 또렷한 세 가지 깊이(독점 데이터·워크플로우 통합·규제와 도메인)를 본론으로 골랐습니다. 단 곡괭이가 박히는 자리가 이 세 가지뿐인 것은 아닙니다. 빅테크의 기존 사업이 스스로 발목을 잡아 못 내려오는 자리도 곡괭이가 됩니다(거인이 그 시장에 들어가면 자기 기존 매출을 깎아먹게 되는 구조라, 알면서도 못 들어옵니다). 그리고 1장에서 본 Perplexity처럼 브랜드와 유통이 강한 자리도 곡괭이가 됩니다. 이런 자리들은 강도가 본론 세 가지만큼 또렷하지 않아, 7계층을 한 판에 모으는 다음 편에서 종합 표 위에 함께 올려 짚습니다.
응용에는 본론으로 다룬 코딩과 의료와 법률 말고도 여러 자리가 있습니다. 고객 지원(Sierra·Decagon), 세일즈와 마케팅(Clay·Jasper), 금융과 회계(Rogo·Hebbia), 기업 내부 검색(Glean)입니다. 죽는 자리(수평 챗봇·세일즈 마케팅)와 사는 자리(의료·법률·엔터프라이즈 워크플로우)의 대비가 가장 선명해서 그쪽을 본론으로 다뤘습니다. 고객 지원과 기업 검색은 강도가 중간이라 아래 곡괭이 표에만 짧게 싣고, 세일즈 마케팅은 1장의 얇은 껍데기 사례(Jasper)로 이미 다뤘으며, 금융 회계는 선두의 매출 규모가 아직 작아 본론에서 제외했습니다. 빠뜨린 게 아니라, 강도의 차이가 가장 큰 자리를 골라 보인 것입니다. 지역으로는 유럽 1위 Legora를 곡괭이 표에 반영했고, 한국 등 비미국 수직 응용은 공개 데이터의 한계로 본론에서 축약했습니다(앞으로 따로 추적합니다). 그리고 AI 에이전트를 받쳐 주는 인프라와 그 성능을 채점하는 도구(eval: 에이전트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점수 매기는 도구) 층은 응용이 아니라 그 위아래의 다른 층이라, 7계층을 한 판에 모으는 다음 편에서 받쳐 주는 층으로 짧게 짚고, 본격적인 측정은 이후 흐름으로 넘깁니다.
| 길목 (곡괭이) | 강도 | 곡괭이를 쥔 기업 | 상장 | 균열 · 위협 |
|---|---|---|---|---|
| 의료 EHR 워크플로우 + 독점데이터 | 강 | Abridge / Epic | 비상장 | 플랫폼(Epic) 자체 진입(Art for Clinicians 출시 후 점유율·이탈 결과는 아직 미관측)·단일 도메인 |
| 법률 책임 데이터 + 협업 네트워크 | 강 | Harvey / EvenUp / Legora(유럽) | 비상장 | 빅테크 진입·서비스 집약적 |
| 엔터프라이즈 워크플로우 (ITSM·CRM) | 강 | ServiceNow / Salesforce | 상장 | 모델 랩 에이전트·밸류 부담(P/S 높음) |
| 코딩 워크플로우 | 중강 | Cursor / GitHub Copilot(MS) / Cognition | 비상장(Copilot=MS 상장) | 전환비용 낮음·멀티툴 병용·모델 랩 진입·가격충격 이탈. 단 엔터프라이즈 시트는 락인 더 강·조직 단위 갱신율 미관측 |
| 기업 검색·지식 | 중 | Glean / OpenEvidence | 비상장 | 범용 챗봇 잠식 |
| 수평 챗봇 | 약 | ChatGPT(OpenAI) / Gemini(Google) | 비상장(Gemini=Google 상장) | 유료전환 5%·웹 점유율 87%→57%·복제·번들 |
강도는 곡괭이(길목 장악력)의 강도이지 투자 매력도나 적정가가 아닙니다. 곡괭이를 쥔 것과 그 주식이 싼 것은 다릅니다. 종목 추천이 아닙니다. (강도는 2026년 상반기 시점 판정이며 바뀔 수 있고, 강 > 중강 > 중 > 약 순서로 길목 장악력을 매겼습니다.)
강도는 2026년 상반기 현재 시점 판정이며, 응용 시장은 역사가 짧아 강도가 빠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곡괭이를 쥔 것은 주식이 싼 것도, 영원한 곡괭이도 아닙니다. 가장 깊은 곡괭이조차 빅테크·모델 랩·에이전트 층의 수렴 압력 아래 있습니다. 비상장 기업은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이 아니며 길목으로만 표기합니다. 가격·리스크·영속성은 이 글의 범위가 아닙니다.
이 글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할 신호를 정직하게 박아 둡니다. 분석은 반증 조건을 함께 적을 때만 정직합니다. 셋 중 하나라도 현실이 되면, 이 글의 논제는 수정되거나 보류되어야 합니다.
첫째, 모델이 독점 데이터의 우위마저 추월해 버리면, 3장의 "깊으면 산다"는 전제가 약해집니다. 지금은 의료대화 150만 건 같은 독점 데이터가 벽이지만, 범용 모델이 의료와 법률 데이터까지 충분히 학습해 같은 정확도를 내면, 깊이의 우위가 사라집니다. 범용 모델의 도메인 정확도가 전문 응용을 따라잡는지를 추적합니다.
둘째, 빅테크 번들이 깊이 박힌 응용까지 실제로 압살하면, 4장의 "방어선이 버틴다"는 결론이 약해집니다. Slack은 Teams 번들에 밀렸습니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비서나 Epic의 자체 도구가 Cursor나 Abridge의 점유율을 실제로 빼앗으면, 워크플로우 통합조차 번들 앞에서 무너진다는 증거가 됩니다. 깊은 응용의 갱신율과 점유율이 거인 진입 후에도 유지되는지를 추적합니다.
셋째, 강한 곡괭이를 쥔 응용들의 매출이 그 비싼 가치를 따라가지 못하면, 4장의 밸류 경고가 현실이 됩니다. ARR 대비 100배가 넘는 가치는 매출이 계속 폭증해야만 정당화됩니다. 성장이 꺾이면 시스코의 길을 갑니다. 강자들의 성장률이 가치 배수를 정당화하는 속도로 유지되는지를 추적합니다.
방향 힌트를 하나만 남깁니다(종목 추천이 아니라 탐색의 방향입니다). 사용자 수나 매출 규모가 큰 응용보다, 갱신율이 높고 업무 시스템 깊이 박혀 거인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자리일수록 들여다볼 가치가 큽니다. 반대로 사용자만 많고 갈아타기 쉬운 자리는 강도가 세 보여도 그 출렁임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응용은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곡괭이는 응용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에 박히고, 가장 깊은 곡괭이조차 위에서 내려오는 거인의 그림자 아래 있습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은 응용(수평 챗봇)이 해자가 가장 약하고, 사용자는 적어도 깊이 박힌 응용(의료·법률·엔터프라이즈)이 단단한 것은 모순이 아니라, 곡괭이가 자리가 아니라 깊이에 박힌다는 사실의 증거입니다.
분명히 해둡니다. 이 글은 어느 회사를 사라는 글이 아닙니다. 누가 응용 계층의 길목을 깊이 쥐었는지를 보여줄 뿐, 지금 그 값과 그 리스크가 맞는지는 종목 분석의 몫입니다. 시장이 "어느 AI 앱이 사용자가 가장 많은가"라는 숫자에 시선을 빼앗긴 동안, 진짜 곡괭이는 사용자 수가 아니라 업무 흐름의 깊은 자리에 조용히 박히고 있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12편 「무엇이 살아남는가: 7계층 종합과 시장의 착각」
칩에서 시작해 실리콘과 컴퓨트와 플랫폼과 모델을 지나, 이번 편 응용까지 7개 계층의 답사가 끝났습니다. 곡괭이는 한 계층에 머물지 않고 칩에서 시스템으로, 땅에서 도구로, 모델 위와 옆과 밑으로, 그리고 응용의 깊은 자리로 계속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편 끝에서 본 새 흐름, 즉 에이전트가 응용 위에 새 층을 만들며 화면을 부품으로 바꾸는 전환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다음 편은 그 답사에서 만난 기업 전부를 한 판에 올립니다. 7개 계층을 가로질러 무엇이 정말 살아남는지를 종합하고, 응용 위에 에이전트 층이 생기는 흐름은 이동의 최신 사례로 함께 짚되 본격적인 측정은 이후 흐름으로 넘기며, 그 과정에서 투자자가 곡괭이의 강도와 가격을 묶을 때 빠지는 인식의 패턴을 정리합니다. 7계층 답사의 마지막 종합입니다.
ChatGPT 사용자 9억 명, 해자는 0에 가깝다. 곡괭이는 응용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에 박힌다. 살아남는 3조건은 독점 데이터, 워크플로우 통합, 규제·도메인 깊이다.
- 얇은 껍데기는 죽는다: 모델 위에 화면 한 겹 씌운 응용은 복제·범용화·번들에 증발. Jasper ARR $120M→$35~55M, AI-native 1년 유지율 중앙값 40%(건강 SaaS 70~80%의 절반), 래퍼 그로스마진 ~40%. 모델 랩이 기능 흡수(OpenAI Search)·빅테크 번들(Gemini Workspace·Copilot M365).
- 코딩은 양면성: 곡괭이 신호 가장 강한데(Cursor ARR $2B·추진 라운드 약 $50B·2026.04·Cognition $492M) 전환이 가장 쉬움(파일·리포 공유). 멀티툴 병용 표준(Stack Overflow 2025 복수 선택). 점유율 출렁임(Copilot 약 67%→51%·Cursor·Claude Code 각 18%). 가격충격 이탈(Copilot 월 $29→약 $750·Cursor 환불). 규모는 락인 증거 아님. 단 락인은 세그먼트로 갈림: 개별 개발자는 헐겁고 엔터프라이즈 조직 계약은 더 단단(갱신율 미관측).
- 깊으면 산다: 의료 Abridge가 독점데이터(의료대화 150만건·할루시네이션 탐지 97%)+Epic EHR 통합(150개+ 헬스시스템)+HIPAA 규제로 OpenAI 직접 진입에도 ARR $60M→$100M 2배. 법률 Harvey(변호사 10만+·할루시네이션 0.2%)·EvenUp(합의금 데이터)·유럽 Legora(밸류 약 $5.55B·협업 네트워크형 깊이)도 동일. 단 깊이에도 종류가 있어 규제 깊이만으론 죽고(Pear·Olive), 도착지도 안전 아님(Epic 자체 출시).
- 거인의 그림자: 가장 깊은 곡괭이조차 위에서 내려온다. 세 압력 = 모델 랩 응용 진입(Claude Code·Operator) + 빅테크 번들(Teams가 Slack 압살 37% vs 13%, 언번들 후에도 불변) + 에이전트 층 부품화(MCP·컨트롤 플레인이 화면 락인 약화). 단 기업 시스템에 박힌 자리는 버틴다: Salesforce Agentforce $1.2B·+205%, ServiceNow 갱신율 98%(5분기 연속)=진짜 락인. 에이전트가 화면은 먹어도 독점 데이터·깊은 워크플로우는 못 먹는다.
- 곡괭이를 쥔 것은 싼 주식과 다르다: 강한 곡괭이일수록 비싸다. PLTR P/S 65배·P/E 148~217배, Cursor 약 25배(추진 라운드 약 $50B), Sierra 약 79배, Decagon 약 128배. ARR은 연율화·비상장 적자·마진 눌림 3축으로 가려 읽어야. 시스코 교훈(4편): 제대로 쥐어도 비싸게 사면 오래 잃는다.
- 핵심: 응용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곡괭이는 자리가 아니라 깊이. 사용자 최대가 해자 최약(수평 챗봇), 사용자 적어도 깊이 박힌 곳이 단단(의료·법률·엔터프라이즈). 다음 편은 12편 「무엇이 살아남는가: 7계층 종합과 시장의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