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칸: 곡괭이가 너무 단단해 상장사가 사라졌다
왜 시뮬레이션(CAE) 소프트웨어에는 순수 독립 상장사가 한 곳도 없을까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CAE)는 제품을 만들기 전에 컴퓨터 안에서 부서뜨려 보는 설계 곡괭이입니다. MSC Nastran은 1960년대 NASA가 만든 구조해석 코드에서 출발해 항공기 감항 인증의 사실상 기준 솔버가 됐고, Ansys는 구조·유체·전자기를 아우르는 멀티피직스 표준이 됐습니다. 수십 년치 검증 데이터와 인증 워크플로가 쌓여 가장 뽑기 어려운 곡괭이가 됐는데, 바로 그 단단함 때문에 통째로 인수당했습니다.
단 인과를 정직하게 나누면 두 종류입니다. 단단해서 새로 통째로 인수된 신규 인수는 Ansys(2025년 Synopsys, 약 350억 달러)·Altair(2025년 Siemens)·ESI(2024년 Keysight)·MSC Software(2026년 Cadence)이고, AVEVA(2023년 Schneider)·AspenTech(2025년 Emerson)는 이미 지배주주였던 모회사가 잔여 지분을 정리한 경우입니다. 그 결과 2026년 현재 시뮬레이션만 하는 순수 독립 상장 CAE 플레이어는 한 곳도 없습니다. 본업에 CAE를 한 조각 끼운 상장 복합기업(예: Dassault의 Abaqus, Bentley의 ADINA)은 있지만 그것은 CAE 곡괭이를 직접 겨냥해 사는 것이 아니고, 비상장으로 남은 COMSOL과 MathWorks는 애초에 상장된 적이 없어 살 수 없습니다.
곡괭이는 진짜인데 곡괭이를 단독으로 직접 겨냥해 살 수 없는 이 상태를 우리는 시한의 자에서 투자불가(⚪)라고 부릅니다. 투자는 곡괭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삼킨 상장 모회사(Synopsys·Siemens·Cadence·Emerson·Keysight·Schneider·Dassault)에게로 귀착되며, 그 모회사에서 옛 CAE가 차지하는 비중은 케이스마다 다릅니다.
가장 사기 어려운 곡괭이가 됐습니다.
시뮬레이션(CAE)은 만들기 전에 부서뜨려 보는 설계 곡괭이입니다.
너무 단단해서 통째로 삼켜졌고, 시한의 자에 ⚪투자불가를 새겼습니다. 단, 삼킨 자는 상장사입니다.
프롤로그: 펼쳐보니 비어 있는 칸
이 시리즈는 산업마다 설계 곡괭이를 쥔 자를 한 명씩 찾아 적어 왔습니다. 기계에서는 Autodesk와 Dassault와 PTC를, 건축에서는 Revit과 Bentley와 Trimble을 칸에 채웠습니다. 곡괭이를 쥔 자는 늘 거기 있었고, 우리는 그 이름을 실명으로 적었습니다. 칸을 열고, 그 자리를 쥔 상장사의 이름을 적고, 강도와 시한을 매겼습니다. 세 편을 그렇게 채워 왔습니다.
이번 편의 칸은 시뮬레이션입니다. 제품을 진짜로 만들기 전에, 컴퓨터 안에서 미리 부서뜨려 보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지, 엔진이 녹지 않을지, 안테나가 신호를 제대로 쏠지를 쇳물을 붓기 전에 가상으로 시험합니다. 이 분야를 CAE(컴퓨터 지원 공학 해석)라고 부릅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CAE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단단한 곡괭이 축에 듭니다.
그런데 그 곡괭이를 쥔 상장사를 적으려고 칸을 열자,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이 분야의 대명사였던 회사들을 하나씩 불러 봅니다. Ansys, 2025년 상장폐지. Altair, 2025년 상장폐지. ESI, 2024년 상장폐지. 순수하게 시뮬레이션만 하는 독립 상장사는, 2026년 현재 단 한 곳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1편부터 3편까지 빠짐없이 채워 온 칸이, 네 번째 편에서 처음으로 텅 빈 것입니다.
이 글은 그 빈 칸의 미스터리를 풉니다. 곡괭이가 약해서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너무 단단해서 통째로 삼켜졌습니다. 곡괭이가 약하면 시장이 외면해 조용히 사라지지만, 곡괭이가 단단하면 누군가 통째로 사 가고 싶어집니다. 빈 칸의 진짜 이유는 후자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시한의 자에 어떤 눈금을 새기는지, 투자자의 돈은 결국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따라갑니다. 미리 한 가지만 안심시켜 둡니다. 곡괭이는 단독으로 직접 살 수 없어도, 그것을 삼킨 자는 상장사로 남아 있습니다. 빈 칸은 "살 게 없다"는 결말이 아닙니다. 그 길은 5장에서 답합니다.
1장. 가장 단단한데, 살 수 없는 곡괭이
먼저 이 곡괭이가 왜 단단한지, 그리고 왜 살 수 없는지를 같이 봅니다. 단단함과 살 수 있음은 다른 질문입니다. 보통은 둘이 함께 갑니다. 단단한 곡괭이를 쥔 회사는 좋은 주식이 되고, 그래서 사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CAE에서는 이 둘이 갈라집니다. 곡괭이는 더없이 단단한데, 정작 그것을 직접 살 방법이 없습니다. 이 장은 그 갈라지는 지점을 엽니다.
1.1 만들기 전에 부서뜨려 본다
CAD가 제품의 모양을 그리는 도구라면, CAE는 그 모양이 실제로 버틸지를 미리 시험하는 도구입니다. 비행기 날개에 바람을 불어 보고, 자동차를 가상으로 충돌시켜 보고, 반도체 칩에 열을 가해 봅니다. 쇳물을 붓고 시제품을 깎는 데는 돈과 시간이 크게 들기에, 그 전에 컴퓨터 안에서 수천 번 부서뜨려 보는 것입니다. 한 번 시제품을 만들어 부수는 비용으로, 컴퓨터 안에서는 수백 가지 설계를 시험할 수 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은 양산 제품이라면 거의 빠짐없이 거칩니다. 특히 사람 목숨이 걸린 분야일수록 그렇습니다. 항공기 부품 하나를 인증받으려면 그것이 규정 하중을 견딘다는 해석 결과를 규제 당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도면만으로는 안 되고, 그 도면이 실제로 버틴다는 계산을 함께 내야 합니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은 설계 곡괭이의 한 자리, 곧 만들어지기 직전에 모든 제품이 통과하는 또 하나의 관문입니다. 곡괭이의 세 조건(진입장벽·필수불가결·독점 지속)을 처음 세운 글은 곡괭이를 판 자들입니다. 여기서 그 셋을 다시 설명하지는 않고, CAE라는 후보에 그대로 대입만 해 봅니다.
진입장벽은 뒤의 3장에서 길게 봅니다. 수십 년치 검증 데이터와 그 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군단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어, 후발이 기능을 흉내 내도 그 신뢰를 복제하지 못합니다. 필수불가결성은 방금 본 인증 사례가 보여줍니다. 우회로가 없습니다. 독점 지속성은 이 곡괭이에서 특히 강한데, 바로 그 강함이 역설적인 결말을 불렀습니다. 너무 강해서 사라진 것입니다. 이 장의 나머지가 그 역설입니다.
1.2 그런데 살 수 있는 곡괭이가 없다
곡괭이가 단단하면 보통 좋은 투자 후보가 됩니다. 1편의 셋째 자, 곧 시한의 자에서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살 수 있는가"입니다. 단단한 곡괭이를 쥔 상장사가 있으면, 그 주식이 싼지 비싼지를 따져 보면 됩니다. 그런데 CAE에서는 이 질문의 첫 단계에서 막힙니다. 살 수 있는가, 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입니다.
곡괭이를 쥐었던 회사들을 차례로 불러 보면 이렇습니다. Ansys는 구조·유체·전자기를 아우르는 멀티피직스의 대명사였지만 2025년 7월 Synopsys에 인수되어 NASDAQ에서 사라졌습니다. Altair는 경량화 설계 최적화의 강자였지만 2025년 3월 Siemens에 인수되었습니다. ESI는 충돌·주조 가상 시제품의 한 자리를 쥐었지만 2024년 1월 Keysight에 인수되어 파리 증시에서 사라졌습니다. 셋만이 아닙니다. 공정 시뮬레이션의 AspenTech는 2025년 Emerson에,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AVEVA는 2023년 Schneider Electric에, 구조해석의 원조 MSC Software는 2026년 2월 Cadence에 흡수됐습니다.
그래서 2026년 현재, 시뮬레이션만 하는 순수 독립 상장사는 한 곳도 없습니다. 곡괭이는 분명히 거기 있는데, 그것을 직접 살 주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1편에서 우리는 시한의 자에 네 번째 칸을 미리 비워 뒀습니다. 병목은 진짜인데 비상장이나 사업부로 흡수돼 곡괭이를 단독으로 직접 겨냥해 살 수 없는 자리, 곧 투자불가(⚪)입니다. CAE가 바로 그 칸을 채우는 산업입니다. 1편이 예고만 했던 칸을, 4편이 실물로 채우는 셈입니다.
한 가지는 정확히 해 둡니다. 여기서 0곳은 시뮬레이션만 하는 순수 전업(pure-play) 독립 상장사를 말합니다. 본업에 CAE 솔버(방정식을 푸는 계산 엔진)를 한 조각 끼운 상장 복합기업은 존재합니다. Dassault는 Abaqus를, Bentley는 ADINA라는 비선형 해석 솔버를 품고 있고, 중국 ZWSOFT도 자체 CAE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회사를 사는 것은 CAE 곡괭이를 직접 겨냥해 사는 것이 아닙니다. Dassault 주식을 사면 항공·자동차 설계 도구 전체를 함께 사는 것이고, 그 안에서 Abaqus는 거대한 본업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오히려 이 사실이 빈 칸의 진짜 의미를 드러냅니다. 빈 칸은 "CAE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곡괭이를 핀셋으로 직접 집어 살 수 있는 독립 상장사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Abaqus가 Dassault 안에만 있고 ADINA가 Bentley 안에만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빈 칸의 증거입니다. 가장 단단한 CAE조차 독립 상장사로 못 남고 거인의 한 조각으로만 존재합니다. 이 구분이 5장에서 투자 귀착을 가르는 핵심이 됩니다.
💡 투자 함의: 곡괭이가 단단한 것과 그 곡괭이를 살 수 있는 것은 다른 질문입니다.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 병목을 순수하게 쥔 상장사가 실제로 존재하는가"입니다. 복합기업의 한 조각으로만 존재한다면, 그것을 사는 것은 곡괭이가 아니라 다른 무엇을 사는 것입니다.
1장 결론: CAE는 만들기 전에 부서뜨려 보는 설계 곡괭이이고, 곡괭이의 세 조건을 모두 통과한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시뮬레이션만 하는 순수 전업 독립 상장 CAE 플레이어는 한 곳도 없다.
- 닻: Ansys·Altair·ESI·MSC가 단단함 때문에 새로 통째로 인수됐고(사전 지분 0%), AVEVA·AspenTech는 이미 지배주주였던 모회사가 잔여 지분을 정리했다. 모두 2023~2026년에 상폐됐다.
- 단서: 본업에 CAE 솔버를 끼운 상장 복합기업(Dassault Abaqus·Bentley ADINA)은 있지만, 그것은 CAE를 직접 겨냥해 사는 것이 아니다.
2장. 누가 누구를 삼켰나
빈 칸은 한 번에 생기지 않았습니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 3년 남짓 사이에, 곡괭이를 쥔 회사들이 차례로 더 큰 회사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한 해에 하나씩 사라진 게 아니라, 어떤 해에는 한꺼번에 셋이 지워지기도 했습니다. 이 장은 그 연대기를 사실 그대로 적습니다. 누가, 누구를, 얼마에, 언제 삼켰는지입니다. 그리고 그 일곱 건을 한 덩어리로 보면 안 되는 이유, 곧 정직하게 두 종류로 나눠야 하는 이유를 함께 짚습니다.
2.1 3년 만의 전멸
순서대로 봅니다. 2023년 1월, 영국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AVEVA가 프랑스의 Schneider Electric에 완전히 인수되어 런던 증시에서 상장폐지됐습니다. 이 거래는 Schneider가 이미 2018년 역합병으로 지분 60%를 쥐고 있던 상태에서, 남은 약 40%를 마저 사들인 것이었습니다. 새로 삼킨 것이라기보다, 오래전에 시작된 합병을 마무리한 쪽에 가깝습니다.
2024년 1월에는 프랑스의 ESI Group이 미국 계측 장비 회사 Keysight에 인수되어 파리 증시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2025년은 특히 격렬했습니다. 3월에 Altair가 Siemens에, 같은 달 공정 시뮬레이션의 AspenTech가 Emerson에 흡수됐습니다. AspenTech도 Emerson이 2022년에 이미 과반(약 55%, 이후 약 57%)을 쥐고 있던 상태에서 잔여 약 43%를 정리한 거래였습니다. 그리고 7월, 이 분야의 대명사 Ansys가 EDA 회사 Synopsys에 인수되어 NASDAQ에서 상장폐지됐습니다. 한 해에 셋이 칸에서 지워진 것입니다.
마지막 한 조각은 2026년 2월에 떨어졌습니다. 구조해석의 원조 격인 MSC Software가, 측정 회사 Hexagon의 설계·엔지니어링 부문에 묶인 채 Cadence에 넘어갔습니다. 이로써 시뮬레이션 곡괭이를 쥐었던 독립 상장사의 마지막 줄까지 지워졌습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과 주당 가격은 숫자가 많으니, 바로 다음 절의 연대기 표에 한 장으로 모았습니다.
2.2 한 장으로 본 통폐합, 단 두 종류를 나눈다
| 피인수사 (곡괭이) | 인수자 (현 소유자) | 사전 지분 | 거래 성격 | 금액 | 완료·상폐 |
|---|---|---|---|---|---|
| Ansys (멀티피직스) | Synopsys (SNPS·상장) | 0% | 신규 인수 | 약 $35B | 2025.07 NASDAQ 상폐 |
| Altair (위상최적화) | Siemens (SIE·상장) | 0% (추정·미확정) | 신규 인수 | 약 $10.6B | 2025.03 NASDAQ 상폐 |
| ESI Group (가상 시제품·충돌) | Keysight (KEYS·상장) | 0% | 신규 인수 | 약 €1B (주당 €155) | 2024.01 Euronext 상폐 |
| MSC Software (구조·동역학) | Cadence (CDNS·상장) | 0% | 신규 인수 (Hexagon D&E 일괄) | 약 €2.7B | 2026.02 흡수 |
| AVEVA (플랜트 엔지니어링) | Schneider Electric (SU·상장) | 60% (2018~) | 잔여 지분 정리 | 전체 약 $11.6B (잔여 약 $4.4B) | 2023.01 LSE 상폐 |
| AspenTech (공정 시뮬레이션) | Emerson (EMR·상장) | 55~57% (2022~) | 잔여 지분 정리 | 시총 약 $17.0B (주당 $265) | 2025.03 NASDAQ 상폐 |
시뮬레이션·플랜트 곡괭이를 쥔 독립 상장사가 2023~2026년 사이 전량 인수·상폐됐습니다. 단 정직하게 둘로 나뉩니다. 사전 지분 0%에서 새로 통째로 삼킨 신규 인수(Ansys·Altair·ESI·MSC)와, 이미 지배주주였던 모회사가 잔여 지분을 정리한 경우(AVEVA·AspenTech)입니다. 인수자는 모두 상장사입니다. (출처: 각 사 보도자료·IR·증권거래소 공시. Emerson은 2022년 AspenTech 약 55~57%·Schneider는 2018년 AVEVA 60% 선보유. AspenTech 상폐 최종거래 2025-03-11, MSC는 Hexagon D&E 일괄 인수로 비상장 상태 유지)
표를 보면 두 가지가 동시에 보입니다. 왼쪽(피인수사)은 전부 사라졌고, 오른쪽(인수자)은 전부 상장사라는 점입니다. 곡괭이가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곡괭이를 쥔 손이 독립 상장사에서 더 큰 상장사의 한 사업부로 옮겨 갔을 뿐입니다. 이 구도가 1편 5.2에서 예고한 이중성의 한 결말, 곧 주인 교체(흡수)입니다. 표준이 흔들려도 곡괭이 자리는 남고 주인만 갈린다는 그 명제의 실물입니다. 그 이야기는 5장에서 정면으로 잇습니다.
그런데 이 일곱 건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인과가 흐려집니다. 정직하게 두 종류로 나눠야 합니다. 표의 사전 지분 칼럼이 그 경계입니다. 인수자가 사전에 지분을 전혀 갖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통째로 사들인 신규 인수는 Ansys·Altair·ESI·MSC 네 건입니다. 이쪽이 "단단해서 통째로 삼켰다"는 서사가 깨끗하게 들어맞는 사례입니다. 반면 AVEVA와 AspenTech는 성격이 다릅니다. Schneider는 2018년에 이미 AVEVA의 60%를, Emerson은 2022년에 이미 AspenTech의 과반(약 55~57%)을 쥐고 있었습니다. 2023년과 2025년의 거래는 새로 삼킨 것이 아니라, 수년 전 체결된 지배구조의 잔여 지분을 마저 정리한 마무리였습니다.
이렇게 나누면 오히려 "단단함이 신규 인수를 불렀다"는 인과가 더 깨끗해집니다. 얼핏 "3년 만의 전멸"이라는 시간 압축의 드라마는 단단함의 증거처럼 보이지만, 그 압축의 일부는 단단함이 아니라 과거 지배구조의 마감 시점이 우연히 겹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잔여 정리 두 건을 떼어내고 신규 인수 네 건만 남기면, 사전 지분 0%에서 새로 통째로 사 간 사례만 골라낸 셈이라, 단단함과 인수의 연결이 더 선명해집니다.
카테고리도 한 줄 짚어 둡니다. AspenTech는 정유·석유화학 공정의 균형을 계산하는 공정 시뮬레이션, AVEVA는 대형 플랜트의 3D 설계와 운영 데이터를 다루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입니다. 부품의 응력·유체를 푸는 전통 CAE와는 대상 레이어가 다르지만, 같은 "만들기 전에 거치는 설계·해석 곡괭이"이고 같은 시기에 흡수됐기에 한 표에 담았습니다.
💡 투자 함의: 통폐합 물결을 만나면 "전부 새로 삼킨 것인가, 아니면 이미 쥔 지분을 마저 정리한 것인가"를 먼저 갈라보세요. 신규 인수는 그 자리가 사고 싶을 만큼 단단하다는 신호일 수 있지만, 잔여 정리는 과거 지배구조의 마감일 뿐입니다. 둘을 섞으면 인과를 오독합니다.
2장 결론: 2023~2026년 3년 사이 AVEVA·ESI·Altair·AspenTech·Ansys·MSC가 차례로 인수·상폐됐다. 단 정직하게 두 종류로 나뉜다.
- 닻: 사전 지분 0%에서 새로 통째로 삼킨 신규 인수는 Ansys·Altair·ESI·MSC다(단단함 서사가 깨끗이 들어맞는다). AVEVA·AspenTech는 Schneider 60%(2018)·Emerson 55~57%(2022)가 이미 쥐고 있던 잔여 지분 정리다.
- 단서: 이렇게 나누면 "단단함이 신규 인수를 불렀다"는 인과가 오히려 더 깨끗해진다. 인수자는 모두 상장사이고, 곡괭이를 쥔 손이 더 큰 상장사로 옮겨 갔다(1편 5.2 흡수 결말).
3장. 왜 통째로 삼켰나
이제 빈 칸의 진짜 원인입니다. 왜 이 자리만 통째로 삼켜졌을까요. 세 인과가 맞물립니다. 하나는 곡괭이 쪽 사정이고(너무 단단했다), 둘째는 삼킨 자 쪽 사정이며(그 단단한 자리가 자기에게 꼭 필요했다), 셋째는 매도자 쪽 사정입니다(파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앞의 둘만 보면 "단단해서 삼켜졌다"는 깔끔한 이야기지만, 셋째를 빼면 정직하지 않습니다. 거래에는 늘 파는 쪽도 있고, 단단한 자리를 굳이 그 시점에 판 데는 까닭이 있기 때문입니다.
3.1 곡괭이가 너무 단단해서
CAE가 왜 단단한지는 그 역사에 새겨져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뿌리가 MSC Nastran입니다. NASTRAN이라는 이름 자체가 NASA Structural Analysis의 약자입니다. 1960년대 NASA가 구조해석 소프트웨어를 발주했고, MSC가 그 개발에 참여해 1968년 NASA에 납품했으며 1971년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60년 가까이 항공우주 구조해석의 사실상 기준 솔버로 쓰였고, 항공기 감항 인증 과정에서 규제 당국이 사실상 이 계열의 해석 결과를 기대하는 자리에 올랐습니다. 검증의 역사가 길수록 그 결과를 신뢰하는 관성도 깊어집니다. 새 도구가 같은 답을 내놓아도, "60년간 틀린 적 없는 도구"의 자리를 빼앗기는 쉽지 않습니다.
Ansys는 폭으로 단단합니다. 1970년 John Swanson이 창업한 구조해석에서 출발해, 1983년의 유체해석 Fluent, 1990년의 고주파 전자기 HFSS를 차례로 끌어안으며 여러 물리현상을 한 플랫폼에서 함께 푸는 멀티피직스의 표준이 됐습니다. 구조면 구조, 유체면 유체, 전자기면 전자기를 따로 사는 게 아니라 한 자리에서 다 푸는 폭이 해자가 된 것입니다. Altair의 OptiStruct는 1994년 GM 파워트레인을 첫 고객으로 위상최적화라는 경량화 설계 기법을 상용화해 3,000곳 넘는 기업이 쓰는 표준이 됐고(에어버스 A380 날개 리브 최적화가 그 사례입니다), Dassault의 Abaqus는 1978년 핵연료봉 해석에서 출발해 자동차 충돌과 고무·복합재 같은 비선형 구조해석의 표준이 됐습니다.
출처: Wikipedia(Nastran·Abaqus·Ansys HFSS)·NAFEMS(MSC·OptiStruct 기원)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도구들은 수십 년치 검증 데이터와, 그 위에서 평생 훈련한 엔지니어 군단과, 규제·인증 워크플로가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후발 주자가 비슷한 솔버를 만들어도, 60년치 신뢰와 인증의 관성은 한 번에 복제되지 않습니다. 1편이 본 두 개의 못, 곧 포맷과 인력이 여기서도 그대로 박힙니다.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신뢰는 복제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곡괭이가 단단한 이유입니다.
단 단단함만으로 인수가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더 단단한 곡괭이도 안 팔렸기 때문입니다. EDA(칩 설계 도구)는 CAE보다 더 좁고 더 단단한 곡괭이인데, Synopsys와 Cadence는 팔리기는커녕 오히려 CAE를 사들이는 쪽이었습니다. 그러니 "단단하면 팔린다"는 보편 법칙이 아닙니다. 단단함은 인수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다음 두 절에 있습니다.
3.2 삼킨 자의 논리
단단하다고 해서 반드시 인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는 쪽에도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이유를 삼킨 자들이 직접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셋이 거의 같은 말을 했습니다. 설계 도구만으로는 못 덮는 물리 계층을, 시뮬레이션 인수로 채워 한 플랫폼으로 합친다는 것입니다.
Synopsys는 Ansys를 사면서 자사를 "실리콘부터 시스템까지(silicon to systems)"의 회사로 재정의했습니다. 칩 설계 도구(EDA)에 물리 시뮬레이션을 더해, 전자와 물리를 AI로 융합한다는 논리였습니다(인수 발표 당시 자사의 시장 기회가 약 1.5배 커진다고 밝혔습니다). Siemens는 Altair를 사면서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AI 기반 설계·시뮬레이션 포트폴리오"를 내세웠고, 자사의 산업 소프트웨어 플랫폼(Xcelerator)에 Altair의 시뮬레이션과 고성능 컴퓨팅과 데이터 분석을 합친다고 했습니다. Cadence는 Hexagon의 설계·엔지니어링 부문(MSC Nastran·Adams 포함)을 사면서 "지능형 시스템 설계(Intelligent System Design)"라는 깃발 아래 전자기·유체에 구조·동역학을 더해 물리 현상의 전 영역을 덮겠다고 밝혔습니다.
세 문장을 겹치면 하나의 그림이 나옵니다. EDA 빅2(Synopsys·Cadence)와 산업 소프트웨어 거인들이, 자기가 쥔 설계 도구가 닿지 못하는 물리(physics) 계층을 CAE 인수로 메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따로 쓰던 고객을 한 플랫폼 안에 묶으면, 곡괭이 위에 곡괭이를 더 쌓는 셈이 됩니다. 가장 단단한 자리였기에,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소유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 가지만 분명히 해 둡니다. 여기서 Synopsys와 Cadence는 "EDA 빅2이면서 CAE를 삼킨 자"라는 맥락으로만 등장합니다. 반도체 EDA 자체가 왜 그토록 단단한 곡괭이인지의 본격 해부는 발행본 혁명의 해부학 6편의 영토이고, 이 글에서는 그들이 CAE를 삼킨 맥락만 다룹니다.
💡 투자 함의: 거인이 작은 곡괭이를 비싸게 통째로 살 때는, 그 곡괭이가 자기 플랫폼의 빈 계층을 메운다는 뜻일 때가 많습니다. 인수의 "왜"를 인수자의 공식 언어에서 찾아보세요. 거기에 그 자리의 전략적 값어치가 적혀 있습니다.
3.3 그리고 매도자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사는 쪽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거래에는 파는 쪽도 있습니다. 먼저 오해 하나를 막아 둡니다. 여기서 약해지는 것은 곡괭이 자리가 아닙니다. 항공기는 여전히 Nastran 계열로 인증받고, 엔지니어는 여전히 Ansys로 멀티피직스를 풉니다. 그 자리는 단단한 채 그대로 남습니다. 다만 매도자는 그 단단한 자리를 쥔 채, 미래 모멘텀이 꺾이기 전에 거인에게 넘겼습니다. 매도자는 보통 미래가 가장 밝을 때가 아니라, 슬슬 어려워질 신호가 보일 때 고점에서 넘기기 때문입니다. CAE에도 그 신호가 있었습니다.
첫째, 독립 성장이 둔화하고 있었습니다. Ansys의 연 매출 성장률은 2019년 약 17%에서 2022년 8.3%로 5년 만의 최저로 내려앉았다가 회복했고, Altair는 2021년 이후 줄곧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렀습니다. CAE 시장 자체가 연 6~8%대의 성숙 산업이라, AI 섹터의 폭발적 성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둘째, 솔버를 통째로 대체하려는 예측 AI(과거 결과를 학습해 계산을 대신하는 솔버 대체 예측 AI, surrogate)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4장에서 자세히 봅니다). 셋째, 인수 가격은 고점 근처였습니다. Altair는 역대 최고 종가 부근에서 합의됐습니다.
이 셋을 겹치면 인과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곡괭이가 단단해 인수 가치는 분명히 컸지만, 동시에 독립 성장이 둔화하고 솔버 대체 위협이 다가오자, 매도자가 고점에서 상장 거인에게 넘겨 미래의 시한 리스크를 함께 이전한 측면도 있습니다. 사는 쪽은 단단함을 보고 샀고, 파는 쪽은 둔화를 보고 팔았습니다. 둘은 모순이 아니라 한 거래의 두 얼굴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여기서 약해진 것은 곡괭이 자리가 아니라 독립 기업으로서의 성장 모멘텀과 솔버 아키텍처의 미래 우위였습니다. 매도자는 단단한 자리를 쥔 채, 그 위에서 자기가 떠안던 미래 리스크만 거인에게 넘긴 것입니다. 그러니 단단함과 매도는 충돌하지 않습니다. 강도는 남고 주인이 갈렸다는 1편 5.2의 명제가, 여기서는 "곡괭이 자리는 단단한 채로, 미래 모멘텀이 꺾이기 전에 넘겼다"는 결을 함께 품습니다.
💡 투자 함의: 인수를 볼 때 사는 쪽 논리만 읽지 말고 파는 쪽 동기도 읽어보세요. 가장 단단한 자리를 고점에서 파는 것은, 그 자리가 곧 흔들릴 신호를 매도자가 먼저 봤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단단함과 약화는 함께 올 수 있습니다.
3장 결론: 세 인과가 맞물려 빈 칸을 만들었다. CAE 곡괭이가 너무 단단했고(인수 가치), 거인이 그 물리 계층을 통합하려 했으며(삼킨 자 논리), 매도자는 독립 성장 둔화와 솔버 대체 예측 AI(surrogate) 위협 속에 고점에서 시한 리스크를 넘겼다(매도자 동기).
- 닻: 단단함의 근거는 60년 검증 데이터(Nastran NASA 기원)·인증 표준 솔버·멀티피직스 표준(Ansys)·위상최적화 표준(OptiStruct)이다. 단 단단함은 필요조건일 뿐이다(EDA는 더 단단한데 독립 유지·인수자).
- 닻: 삼킨 자의 논리는 셋이 같다. Synopsys "silicon to systems", Siemens "Xcelerator 통합", Cadence "Intelligent System Design".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한 플랫폼으로 합친다.
- 단서: 매도자 동기를 더하면 "강한 자리를 약해지기 전에 비싸게 넘겼다"는 결이 보인다(1편 5.2 = 강도는 남고 주인이 갈렸다). EDA 본체는 본 편 영토가 아니다(혁명 6편).
4장. AI라는 양날, 단 삼킨 자의 손에서
이 시리즈의 척추는 AI 양날입니다. AI는 설계 곡괭이를 더 깊게 팔 수도, 메워 버릴 수도 있습니다. CAE에서는 이 양날이 특이한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생성형 AI가 이미 상용 단계인데, 그것이 신규 도전자가 아니라 곡괭이를 삼킨 자의 손에 들려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신규 도전자가 AI를 들고 와서 기존 강자의 해자를 메웁니다. 그런데 CAE에서는 그 AI를 쥔 손이 이미 곡괭이를 삼킨 거인입니다. 그래서 같은 AI가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4.1 솔버를 AI가 대체한다, 이미 상용으로
CAE의 핵심은 수치 솔버입니다. 물리 방정식을 잘게 쪼개 컴퓨터가 오래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정밀하지만 느립니다. 그런데 이 오래 걸리는 계산을, 과거 결과를 학습한 AI가 순식간에 예측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나왔습니다. 방정식을 푸는 대신, "이런 모양이면 이런 결과가 나오더라"를 학습해 곧장 답을 내미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발표 단계가 아니라 이미 출시된 상용 제품입니다.
Altair의 PhysicsAI는 3D 메시를 학습해 새 설계의 물리 결과를 즉시 예측한다고 내세웁니다. Altair는 이것이 기존 수치 솔버 대비 최대 1,000배 빠르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이 수치는 Altair(현재는 Siemens 산하) 자체 주장이며 독립 제3자 벤치마크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Ansys 쪽에서는 2026년 3월 Ansys 2026 R1과 함께 GeomAI가 나와 참고 설계를 학습해 새로운 형상 개념을 생성·평가·정제하고, 같은 시점에 SimAI가 AI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예측합니다(SimAI는 SaaS와 데스크톱 두 형태로 판매됩니다). 둘 다 구상 발표가 아니라 정식 출시된 상용 제품입니다. 단 "곧 솔버를 부순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출시됐다는 사실 상태까지만 말합니다.
4.2 그런데 그 AI가 도전자가 아니라 삼킨 자의 손에 있다
여기가 이 장의 칼날입니다. 솔버를 갈아엎으려는 이 생성형 AI들이, 곡괭이를 깨러 온 신규 도전자의 것이 아닙니다. GeomAI와 SimAI는 Synopsys에 흡수된 Ansys 사업부에서 나오고, PhysicsAI는 Siemens에 흡수된 Altair에서 나옵니다. 곧 가장 앞선 생성형 AI마저, 이미 삼켜진 곡괭이의 모회사 플랫폼 안에서 작동합니다. 곡괭이를 부수러 온 무기가 아니라, 곡괭이를 삼킨 자가 그 위에 덧대는 무기입니다.
이 구도는 1편 4.3에서 본 EDA의 예외와 똑같습니다. EDA에서도 가장 앞선 생성형 AI가 신규 도전자가 아니라 기존 빅3의 손에 있어 해자를 더 깊게 팠습니다. CAE가 같은 길을 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EDA 빅2였던 Synopsys와 Cadence가 CAE까지 삼켰기 때문에, 칩 설계 생성형 AI를 만든 바로 그 회사들이 이제 시뮬레이션 생성형 AI도 만듭니다. 같은 거인이 두 곡괭이의 AI를 다 쥔 것입니다. 그래서 CAE에서 AI는 진입장벽을 메우는 쪽이 아니라, 흡수된 곡괭이 위에 모회사의 해자를 한 겹 더 쌓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단 한 가지는 정직하게 덧붙입니다. 솔버를 대체하려는 가장 공격적인 도전자가 전부 삼켜진 사업부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부 바깥에도 독립 도전자와 오픈 모델이 실재합니다. 런던의 PhysicsX는 기업가치 약 24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시뮬레이션을 분 단위로 압축한다고 내세우고(투자자에 Siemens와 NVIDIA가 들어 있습니다), NVIDIA는 2025년 SC25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 물리 AI 모델 Apollo를 공개했습니다. 그러니 "가장 앞선 생성형마저 삼킨 자 손에 있다"는 말은 흡수된 곡괭이 진영에 한정한 것이고, 바깥의 도전 자체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업계의 합의는 이 AI들이 솔버를 당장 대체하기보다 보완한다는 쪽이고(PhysicsX조차 기존 솔버와의 통합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그래서 이 도전이 곡괭이를 곧 부순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시한의 자에서 이 칸은 어떻게 읽힐까요. 생성형이 상용이라고 해서, 또 바깥에 도전자가 있다고 해서 곧장 시한부(🔴)로 가지 않습니다. 흡수된 진영의 AI는 곡괭이를 부수는 게 아니라 깊게 파고 있고, 바깥의 도전은 아직 대체가 아니라 보완 단계이며, 무엇보다 그 곡괭이를 애초에 단독으로 직접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한이 길고 짧고를 따지기 전에, 살 수 있는가에서 이미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칸의 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입니다.
대부분 발표·베타·소비자용 (Neural CAD·Leo/Marie)
신규 도전자가 표준을 우회 시도
이론상 진입장벽 붕괴 가능
이미 상용(GA): GeomAI·SimAI·PhysicsAI
흡수된 진영은 삼킨 자(Synopsys·Siemens) 손, 해자를 더 깊게 판다
단 독립·오픈 도전자도 바깥에 실재 (PhysicsX·NVIDIA Apollo)
현재는 대체가 아니라 보완 단계, 곡괭이 붕괴 단정 금지
💡 투자 함의: AI 기능을 볼 때 "누구의 손에 있는가"를 물어보세요. 같은 생성형 AI라도, 신규 도전자의 손에 있으면 해자를 메우는 신호이고 기존 강자(또는 그를 삼킨 자)의 손에 있으면 해자를 더 깊게 파는 신호입니다. CAE의 생성형은 후자입니다.
4장 결론: CAE에서 생성형 AI는 이미 상용이다. 단 그것이 신규 도전자가 아니라 곡괭이를 삼킨 모회사(Synopsys·Siemens)의 손에 있어, 해자를 부수는 게 아니라 더 깊게 판다.
- 닻: Ansys GeomAI·SimAI는 Synopsys 산하에서 2026년 3월 상용 출시됐고, Altair PhysicsAI는 Siemens 산하다("솔버 대비 1,000배"는 벤더 자체 주장·독립 벤치 미확인).
- 닻: EDA 빅2가 CAE까지 삼킨 탓에, 같은 거인이 칩 설계와 시뮬레이션 두 생성형 AI를 다 쥐었다. 1편 4.3 EDA 예외와 같은 패턴이다.
- 단서: 단 솔버 대체를 노리는 가장 공격적인 도전자(PhysicsX·NVIDIA Apollo)는 흡수된 사업부 바깥에도 실재한다. 현재는 대체가 아니라 보완 단계다.
- 단서: 그래서 시한의 자에서 이 칸은 🔴가 아니라 ⚪다. 시한을 따지기 전에, 곡괭이를 단독으로 직접 살 수 있는가에서 막힌다.
5장. 곡괭이는 못 사도, 삼킨 자는 산다
이제 빈 칸이 투자자에게 무엇을 뜻하는지로 닫습니다. 시한의 자를 댄 결과는 ⚪투자불가였습니다. 그러나 ⚪에도 두 종류가 있고, 그 차이가 돈의 방향을 가릅니다. 같은 투자불가라도 어떤 문은 좁게 열려 있고, 어떤 문은 완전히 닫혀 있습니다.
5.1 투자불가의 두 문
첫째 문은 흡수입니다. Ansys·Altair·MSC처럼 더 큰 상장사의 사업부로 빨려 들어간 곡괭이입니다. 이 곡괭이는 단독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Ansys 주식이라는 것이 더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을 삼킨 상장사(Synopsys)를 사면, 그 안에 든 곡괭이에 간접적으로 닿습니다. 문이 좁아졌을 뿐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습니다. 곡괭이만 똑 떼어 살 수는 없어도, 곡괭이를 품은 거인을 통째로 사는 길은 남아 있는 것입니다.
둘째 문은 비상장 독립입니다. 이 통폐합 물결에서 살아남아 독립으로 남은 CAE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COMSOL과 미국의 MathWorks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독립을 지킨 방법이 바로 비상장이었습니다. COMSOL은 1986년 설립 이래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수익으로만 성장한 회사라 애초에 상장된 적이 없고(그래서 재무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MathWorks 역시 비상장입니다. 흡수를 피한 대가가 비상장이었으니, 이들은 삼킨 자조차 없어 직접도 간접도 닿을 수 없습니다. 같은 ⚪인데 둘째 문이 더 단단히 닫혀 있습니다.
5.2 1편이 예고한 이중성의 실증
1편 5.2에서 우리는 전복의 결말이 한 가지가 아니라 셋이라고 했습니다. 주인 교체(흡수), 자기방어, 통행료 소멸입니다. CAE는 그중 첫째, 주인 교체의 가장 선명한 실증입니다. 곡괭이 자리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항공기는 여전히 Nastran 계열로 인증받고, 엔지니어는 여전히 Ansys로 멀티피직스를 풉니다. 곡괭이가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자리를 쥔 주인이 독립 상장사에서 더 큰 상장사로 갈렸을 뿐입니다.
다만 1편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새 주인이 여전히 상장 곡괭이라면 투자 대상은 유지된다고요. CAE에서 정확히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새 주인은 모두 상장사입니다. 단 곡괭이가 그 거대 모회사의 한 조각이 됐다는 점이 다릅니다. Synopsys를 사면 Ansys를 품지만, 동시에 칩 설계 사업 전체를 함께 삽니다. 곡괭이만 똑 떼어 살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의 뜻을 1편의 갱신된 정의에 맞춰 정확히 합니다. 1편은 ⚪를 "곡괭이를 단독으로 직접 겨냥해 살 수 없음(비상장이거나 사업부로 흡수됨)"으로 정의하면서, 상장 모회사를 통한 간접 노출은 별개이고 그 비중은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니 "Ansys가 Synopsys와의 결합 매출에서 약 29%인데 상장 Synopsys로 살 수 있지 않냐"는 물음은 모순이 아닙니다. Ansys라는 곡괭이를 단독으로 겨냥해 사는 것은 불가능하고(그래서 ⚪), 그것을 품은 Synopsys를 사는 간접 노출은 흡수형의 별도 특성일 뿐입니다. 4편이 ⚪를 흡수형(간접 노출 가능)과 비상장(완전 불가)으로 쪼갠 것은 1편 정의를 뒤집은 것이 아니라, 실증이 정의를 한 단계 정교화한 것입니다.
5.3 그래서 투자는 어디로 귀착되나
빈 칸 앞에서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입니다. 곡괭이를 직접 살 수 없으니, 그것을 삼킨 자를 보는 것입니다. CAE라는 단단한 자리에 투자하고 싶다면, 그 길은 Synopsys·Siemens·Cadence·Emerson·Keysight·Schneider·Dassault 같은 상장 모회사를 통과합니다.
단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첫째, 그렇게 사는 것은 순수 CAE가 아니라 거인의 일부인데, 그 거인에서 옛 CAE가 차지하는 무게는 케이스마다 크게 다릅니다. 한쪽 끝에 Altair가 있습니다. Altair의 연 매출은 약 6.7억 달러로, 연 매출 약 820억 달러의 거대 복합기업 Siemens 안에서는 1%에도 못 미칩니다. Altair가 아무리 단단해도 Siemens 주가를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곡괭이의 단단함이 주가에 거의 닿지 않는 것입니다. 반대쪽 끝에 Ansys가 있습니다. Ansys의 연 매출은 약 25억 달러로, Synopsys의 약 61억 달러와 합치면 결합 매출의 약 29%에 이릅니다. 4분의 1을 넘는 비중이라, Ansys는 Synopsys 실적을 상당히 좌우합니다. 그러니 "곡괭이가 거인의 몇 분의 일인가"는 일괄로 작다고 말할 수 없고, 하나씩 따로 재야 합니다. 둘째, 강도와 투자 매력은 여전히 다른 질문입니다. CAE 곡괭이가 강도 최강이라는 것과, 그것을 삼킨 회사 주식이 지금 싸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입니다. 이 발굴편은 강도까지만 매기고, 그 주식이 지금 싼지는 개별 기업 분석(열매)의 몫으로 남깁니다.
이제 답사한 곡괭이를 강도와 시한, 그리고 누가 삼켰는지로 한 장에 정리합니다. 한 가지만 먼저 못박아 둡니다. ⚪는 곡괭이를 단독으로 직접 집어 살 수 없다는 뜻이지, 그 가치에 한 푼도 못 닿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흡수형은 삼킨 상장사를 통해 그 가치의 일부에 닿습니다.
표의 강도 칸을 어떻게 읽었는지만 먼저 일러둡니다. 멀티피직스를 한 플랫폼에서 쥔 Ansys와 항공기 감항 인증의 사실상 기준 솔버인 Nastran 계열은 우회로가 없어 최강입니다. Nastran 계열에 파생 분기(브랜드 포크)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이름이 갈라진 것일 뿐 감항 인증이 기대하는 기준 솔버 자리와 60년치 검증 데이터의 잠김은 그대로라, 자리 자체의 강도는 최강으로 둡니다. 반면 ESI의 Pam-Crash는 충돌·주조 가상 시제품이라는 한 도메인의 표준이되 그 안에서 LS-DYNA나 Abaqus 같은 도구와 자리를 나눠 가지고, COMSOL은 멀티피직스 연구·학술의 표준이되 생산·인증의 본류는 Ansys가 쥐고 있어 역시 자리를 나눕니다. 그래서 이 둘은 분야 표준이지만 분점·한정이라는 뜻에서 최강 한 단계 아래인 중강으로 둡니다.
표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미리 못박습니다. 여기 늘어선 아홉 개의 곡괭이는 최근 3년의 전멸 물결에 흡수된 여섯 개(Ansys·MSC·Altair·AspenTech·AVEVA·ESI), 그보다 일찍 2005년에 사업부로 들어간 Abaqus 하나, 그리고 비상장으로 남은 독립 둘(COMSOL·MathWorks)로 나뉩니다. 분류는 갈려도 결론은 하나입니다. 단 하나도 직접 집어 살 수 있는 독립 상장 곡괭이가 아닙니다.
| 곡괭이 (CAE 제품·도메인) | 강도 | 시한 | 원 소유자 → 삼킨 자 (상장 모회사) |
|---|---|---|---|
| 멀티피직스 (Mechanical·Fluent·HFSS·Maxwell) | 최강 | ⚪ | Ansys → Synopsys (SNPS·상장). 신규 인수(사전 0%). 간접 귀착, 단 결합 매출의 약 29%로 비중 큼 |
| 항공우주 구조해석 (MSC Nastran·Adams) | 최강 | ⚪ | MSC Software → Cadence (CDNS·상장). 2026.02 흡수. 단 Nastran 계열은 파생 분기 존재 |
| 비선형 구조해석 (Abaqus·SIMULIA) | 강 | ⚪ | HKS → Dassault Systèmes (DSY·상장). 2005년부터 사업부 = 가장 일찍 흡수된 칸(3년 전멸 물결 이전) |
| 위상최적화 (Altair OptiStruct·HyperWorks) | 강 | ⚪ | Altair → Siemens (SIE·상장). 신규 인수(사전 지분 미확정, 추정 0%). Simcenter와 합쳐 CAE 최다 보유. 단 Siemens의 1% 미만으로 비중 미미 |
| 공정 시뮬레이션 (AspenTech·Aspen Plus) | 강 | ⚪ | AspenTech → Emerson (EMR·상장). 잔여 지분 정리(Emerson 2022년 55~57% 선보유, 공정 레이어) |
| 플랜트 엔지니어링 (AVEVA E3D·PI) | 강 | ⚪ | AVEVA → Schneider Electric (SU·상장). 잔여 지분 정리(Schneider 2018년 60% 선보유, 플랜트 레이어) |
| 가상 시제품·충돌 (ESI·Pam-Crash) | 중강 | ⚪ | ESI Group → Keysight (KEYS·상장). 2024.01 흡수 |
| 멀티피직스 R&D (COMSOL) | 중강 | ⚪ | COMSOL · 비상장 독립. 삼킨 자조차 없어 직접·간접 모두 불가 |
| 모델기반설계 (MathWorks·Simulink) | 강 | ⚪ | MathWorks · 비상장 독립. 직접·간접 모두 불가 |
사라진 칸(시뮬레이션 CAE + 공정·플랜트)의 곡괭이 종합입니다. 강도(최강·강·중강·중·약)는 곡괭이(길목 장악력)의 강도이지 투자 매력도나 적정가가 아닙니다. 시한은 별개 축이며, 이 칸은 전부 ⚪투자불가입니다. ⚪는 곡괭이를 핀셋으로 직접 집어 살 수 없다는 뜻이지, 그 가치에 한 푼도 못 닿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흡수형은 삼킨 상장 모회사로 간접 노출만 되고, 그 비중은 케이스마다 다릅니다(Ansys=Synopsys 약 29%로 비중 큼 / Altair=Siemens 1% 미만으로 미미). 비상장 독립형(COMSOL·MathWorks)은 직접·간접 모두 닿을 수 없습니다. Abaqus(Dassault)는 2005년부터 사업부로, 3년 전멸 물결 이전에 가장 일찍 흡수된 칸입니다. 곡괭이를 쥔 것과 그 주식이 싼 것은 다릅니다. 정밀 적정가는 개별 기업 분석(열매)으로 이관하며, 종목 추천이 아닙니다. (강도는 2026-06 시점 판정이며 바뀔 수 있습니다.) (출처: 각 사 IR·SEC/거래소 공시 + HiveWorks Invest 자체 분석)
표가 한 가지를 분명히 합니다. 강도 칸에는 최강에서 중강까지 늘어서 있는데, 시한 칸은 처음부터 끝까지 ⚪ 한 색입니다. 이렇게 강도가 높은데 시한 칸이 통째로 투자불가인 산업은 이 시리즈에서 CAE가 유일합니다. 가장 단단한 곡괭이가 가장 사기 어려운 곡괭이가 된, 사라진 칸의 역설입니다.
💡 투자 함의: 곡괭이를 직접 살 수 없을 때는 삼킨 자를 보되, 그 곡괭이가 거인의 몇 분의 일인지를 케이스별로 재보세요. 비중이 작으면 곡괭이의 단단함이 주가에 거의 닿지 않고, 크면 상당히 닿습니다. 비중을 일괄로 작다고 단정하지 마세요. ⚪ 칸의 곡괭이는 강도를 재는 즐거움은 주지만, 그 강도가 곧 투자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5장 결론: ⚪투자불가에는 두 문이 있다. 사업부로 흡수돼 삼킨 상장사로 간접 노출만 되는 문(Ansys·Altair·MSC), 비상장 독립이라 아예 닫힌 문(COMSOL·MathWorks)이다.
- 닻: CAE는 1편 5.2 이중성의 흡수 결말 실증이다. 곡괭이 자리는 남고 주인이 독립 상장사에서 더 큰 상장사로 갈렸다. ⚪ = 단독 직접 매수 불가이고, 간접 노출은 흡수형의 별도 특성이다(1편 정의의 정교화).
- 닻: 투자는 곡괭이가 아니라 삼킨 자(Synopsys·Siemens·Cadence 등)로 귀착되되, 무게는 케이스별로 다르다(비중이 큰 곳도, 미미한 곳도 있다). 정량 비중은 5.3 본문·결론표 참조.
- 단서: 강도와 투자 매력은 다른 질문이다. 발굴편은 강도까지만, 적정가는 열매의 몫이다.
시뮬레이션(CAE)은 만들기 전에 부서뜨려 보는 설계 곡괭이입니다. 가장 단단한 곡괭이 축에 드는데, 정작 직접 살 수 있는 독립 상장사가 한 곳도 없습니다.
- 60년 검증 데이터·인증 표준 솔버(Nastran NASA 기원)·멀티피직스 표준(Ansys)으로 가장 단단한 곡괭이 축에 든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시뮬레이션만 하는 순수 전업 독립 상장 CAE 플레이어는 0곳이다(복합기업 내 CAE 자산, 예: Dassault Abaqus·Bentley ADINA는 별개).
- 인과는 셋이다. 곡괭이가 단단해 인수 가치가 컸고, 거인이 물리 계층을 통합하려 했으며, 매도자는 독립 성장 둔화·솔버 대체 AI(surrogate) 위협 속에 고점에서 시한 리스크를 넘겼다. Ansys·Altair·ESI·MSC는 새로 통째로 인수됐고, AVEVA·AspenTech는 기존 지배주주의 잔여 지분 정리였다.
- 삼킨 자는 EDA 빅2(Synopsys·Cadence)와 산업 SW 거인(Siemens·Emerson·Schneider)이다("silicon to systems"·"Xcelerator 통합"·"Intelligent System Design"). AI는 양날이되 CAE에선 생성형마저 이미 상용이고(GeomAI·SimAI·PhysicsAI) 흡수된 진영은 삼킨 자 손에 있어 해자를 더 깊게 판다(EDA와 같은 패턴). 단 독립·오픈 도전자(PhysicsX·NVIDIA Apollo)도 바깥에 실재하며 현재는 보완 단계다.
- 그래서 시한의 자는 전부 ⚪투자불가다. 곡괭이를 핀셋으로 직접 집어 살 수 없다는 뜻이지 가치에 못 닿는다는 뜻은 아니다. 흡수형은 삼킨 상장사로 간접 노출만 되되 비중은 케이스마다 다르고(Ansys=Synopsys 약 29% / Altair=Siemens 1% 미만), 비상장 독립형(COMSOL·MathWorks)은 아예 닿을 수 없다. 가장 단단한 곡괭이가 가장 사기 어려운 곡괭이가 된, 사라진 칸의 역설이다.